수세식 화장실과 호떡

by 산너머

25. 수세식 화장실과 호떡)


3층 건물엔 2층과 3층으로 올라가는 층계참에 화장실이 있었다. 푸세식이 아닌 수세식이었다. 학교 화장실은 재래식이었는데 물로 대소변을 내리는 화장실에서 사는 건 처음이었다. 양변기가 아니고 쭈그리고 앉아서 볼일을 보는 변기였다. 시멘트 바닥에 하얀색 변기는 고무신 같이 생겼다. 덧신 같이도 했다. 방 형광등을 켤 때와 똑같이 천장엔 달린 물받이에 달린 끈을 잡아당기면 물이 쭉 나와 오물을 씻어 내렸다.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 좋은 점을 꼽자면 방이 밝다는 것과 3층 창에서 바로 시장 구경을 실컷 하는 것과 수세식 화장실이었다.

냄새가 올라오지 않고 밑이 보이지 않아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어서 얇은 책을 들고 가 화장실에서 읽었다. 화장실 옆으로 작은 창문도 뚫려 있었는데 그 창 밑으로 호떡을 구워 파는 노점이 보였다. 볼일을 보고 호떡을 사 먹으러 갈 용돈이 있으면 기분이 들떴다.


그런데 이게 자주 막혔다. 큰 것이 물길을 막아서 층계참으로 똥물이 넘쳐 2층 계단으로 냇물처럼 흘렀다. 그럼 건물 안은 냄새로 흥건했다. 화장실 뚫어뻥은 주인아저씨였다. 누군가에게 욕을 해가며 화장실과 한참 싸우다가 보면 화장실 변기는 마음을 풀었다.


다른 계절은 막히면 뚫을 수 있었는데 이놈의 화장실은 겨울이 문제였다. 천장에 받아 놓는 변기 물이 툭하면 얼었다. 그 물이 터져 2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빙판이 된다. 미끄러질까 봐 계단 난간을 잡고 어기적어기적 걸어 지하상가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 지하상가를 내려가 옷 파는 가게를 지나 횟집 끝에 있었다.

대변은 지하상가 화장실을 이용하지만, 소변은 빨래하는 바깥 하수구에서 해결했다. 주인집은 요강을 이용했다. 그 요강을 하수구에 버렸다.


겨울엔 화장실 때문에 곤욕이었다. 엄마나 동생들에게 얘기하지 않고 잔꾀를 생각해 냈다. 용돈을 안 쓰고 있다가 지하상가 화장실을 갔다 온 뒤 호떡을 한 개 사 먹기로 했더니 화장실 출입이 그런대로 갈만했다. 호떡을 그 자리에서 먹으며 우리 집 화장실 창문을 올려다봤다. 설탕물이 손으로 흘렀다. 뜨겁지만 까만 설탕물을 남김없이 빨아먹었다. 호떡은 언제 먹어도 맛있지만, 실컷 사 먹지는 못했다. 아껴둔 용돈은 딱 한 개만이 허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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