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 아저씨

by 산너머

29. 생강 아저씨)


3층 건물에서 내려다본 시장은 오만가지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바로 밑에는 주인집 아저씨와 아줌마가 앉아 있고, 맞은편은 고기들을 파는 노점과 점포가 보였다.

얼기설기한 쇠창살 닭장엔 하얀색 닭, 얼룩 닭이 목을 길게 빼고 있고, 털이 홀랑 베껴진 토끼 고기가 있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털을 태우는 개고깃집도 있었다. 이편 골목은 될 수 있는 대로 안 보려고 노력했고 일부러 멀리 하늘을 봤다. 닭장처럼 얼기설기한 건물 위로 양떼구름이 떼 지어 풀을 뜯고, 깃털 구름이 날아다니고, 솜사탕 구름이 손에 닿을듯하다.


노점이나 점포는 그 자리에 앉아서 장사했는데, 움직이면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색색의 다양한 고무줄만 달고 다니는 사람,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떡 장사, 작은 구루마에 뜨거운 물을 실은 커피 장사, 얼음을 넣은 미숫가루를 파는 냉차 장사, 눈알만 한 알사탕을 쟁반에 굴리고 다니는 사람,


이 중에 생강 아저씨가 제일 재미있었다. 종지에 생강을 몇 개 담아 파는 아저씨였는데 매일 이 아저씨를 찾아봤다. 어깨에 삼태기 같은 가방을 메고 종지만 한 놋그릇에 생강을 서너 개 넣어 시장통 이 끝에서 저 끝까지 걸어 다니며 팔았다. 동전 몇 개가 생강값이었다. 묵직해 보였던 생강 가방은 시장통을 한 바퀴 돌면 금방 홀쭉해졌다. 그럼 다시 어디선가 생강 가방을 두둑하게 챙겨서 나타났다. 쳇바퀴 돌 듯 다람쥐처럼 신나고 가뿐해 보였다.

장 보러 온 사람들에게 생강 종지를 내밀면 장바구니를 벌렸고 거기에 생강을 쏙 부어주고 동전 몇 개를 받았다. 대부분 생강을 샀다. 사실 김치를 담그려면 생강은 몇 개만 필요할 것이고, 동전 몇 개니까 싸다는 생각이 들어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만고 땡이었다.

‘나도 나중에 생강 장사나 해볼까?’


화, 목,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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