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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un 06. 2024

천천히 가야 보이는 것들

급할수록 휴식이 필요하다


인생에 있어 서두르는 것이 다는 아니다.


마하트마 간디가 한 말이다. 천천히 가야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최근 눈부신 기술혁명으로 우리 삶의 속도를 어지러울 정도로 높여 놓았다. 그 결과 정신없고 혼잡한 생활양식을 낳았다. 우리가 성취할 수 있는 과제가 너무나 많아졌고, 단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다 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진 사람도 너무나 많아졌다. 기술이 삶의 질을 개선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해야 하는 일들을 양산하기도 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우리는 서울과 부산 사이를 KTX로 2시간 40분이면 간다. 비행기로는 30분이면 충분하다.  이런게 줄어든 시간들은 어떻게 쓰여지고 있을까?  


기술의 발전으로 절약된 시간들은 더 많은 곳을 떠나는 여행시간으로 쓰이고, 더 많은 쓸데없는 일을 하느라 분주해졌다. 우리는 이런 잡다한 일들을 대단한 시간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는 잔일로 생각한다. 하지만 이 일들을 분리하고 우선순위를 매기는 데 무척 많은 에너지를 낭비한다. 에너지는 그냥 생기지 않는다. 여기에 에너지를 쏟는 것은 정말 중요한 과제들에, 인생 목표 실현에 써야 할 에너지를 훔치는 것이 된다.

이런 만능주의 사고방식은 패닉을 부른다. 더 많이 하려 할수록 패닉이 더 커진다. 뒤처지는 두려움은 끔찍한 스트레스를 야기한다. 이것이 한발 물러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하는 이유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기꺼이 내려 놓아야 한다.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지만, 모든 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한 때 한꺼번에 여러 일을 수행하는 능력, '멀티태스킹'이 유행이 된 적이 있다. 관련 책과 글이 쏟아지고, 유능한 사람들은 모두 멀티태스킹을 잘하는 사람으로 자기매김한 적이 있다. 이는 우리 시대의 최대 착각 중의 하나다. 초점을 분산하면 그중 어느 과제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더구나 주의력 분산은 매우 위험한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다. 운전 중에 통화를 하면서 내비게이션을 본다고 생각해 보라. 끔찍한 사고가 날 개연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그런 경우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노벨 문학상 후보에도 오른 고은 시인의 유명한 싯구가 생각난다.


그 꽃 / 고은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못 본

그 꽃



세줄의 짧은 시 속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산을 오를 때는 오로지 정상만을 생각하고, 앞뒤 안 가리고 오르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그래서 볼 수 없었던 꽃을 내려올 때는 뒤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기에 꽃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반드시 이루어야 할 목적이 있을 때 앞만 보고 가지 말고, 주위를 돌아보고, 내가 가고 있는 길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행착오를 줄이고, 제대로 오를 수 있다.


시간은 한 쪽 방향으로만 흐른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내일'은 온다. 하지만 무슨 짓을 해도 지나간 '어제'는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이런 당연한 자연 법칙을 '왜'라는 의문어로 물어볼 때는 물리적, 과학적 논리를 들이되어야 할 지도 모른다. 사람의 몸을 이루는 모든 물질을 지배하는 물리법칙들에 시간의 방향성이 없다면 죽은 사람이 살아나는 일 역시 가능하게 된다.


만약 이런 경우의 수가 생기면 세상은 혼란 속으로 빠져든다. 그래서 시간은 언제나 한 쪽 방향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이렇게 한 쪽 방향으로 흐르는 시간은 안타깝게도 무한하지 않고, 유한하다. 길고 짧은 경우는 있지만, 누구나 유한한 시간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더 시간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최대한 낭비하지 않고 유용하게 활용해야 한다.


이것저것 하면서 한가하게 보낼  여유가 없다. 해야할 일과 안해도 될 일들을 구분하고, 해야할 일에 집중하여 시간을 투자하여야 한다. 그래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다. 기술과 과학의 발달로 과거에 비해 시간이 많이 절감되었다고 마냥 좋아해서는 안된다. 그만큼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는 시간이 많아졌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면서 내가 해야할 일이 늘어나고, 정작 중요한 일에는 헌신하여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어서는 안된다.


중요한 일에 집중하여 헌신할 때 제대로 일이 진행되고, 그 와중에 쉴 수 있는 시간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때로는 몰입에서 나오지 못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천천히 유유자적하는 과정에서 불쑥 솟구쳐 오르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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