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적응]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마라

어쩌다 직장

by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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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인 중국의 철학자 노자(老子)가 지은 도덕경(道德經)에 따르면

“아주 곧으면 오히려 굽은 것처럼 보이고, 아주 뛰어나면 오히려 졸렬한 것처럼 보이며,

아주 말을 잘하면 오히려 어눌한 것처럼 보인다.”란 구절과

“큰 지혜는 어리석은 것과 같고 매우 뛰어난 것은 졸렬한 것과 같다.”라는 구절이 있다.

또 송나라 문인 소동파가 벼슬에서 물러나는 구양수를 축하하며 쓴

‘하구양소사치사계(賀歐陽少師致仕啟)’에

“진정한 용자는 겁쟁이처럼 보이고 큰 지혜를 지닌 이는 어리석은 것처럼 보인다.”라고 하였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재능과 능력을 100% 보여주지 말아야 할 때가 있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나의 밑천을 다 보이면 더 이상 보여줄 무기가 없기 때문에 위기사항이 오면 곧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는 능력이 탁월하여 도가 지나치면 상사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여 눈 밖에 날 수 있다. 직장생활에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보다 드러내지 않은 것이 더 어렵다. 그러나 드러내지 않아야 그만큼 잃지 않고 자신을 지켜낼 수 있다. 이는 상대의 마음을 간파하여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원천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자02.jpg (노자 / 기원전 6세기 ~ 5세기)

노자는 정신과 지식을 낭비하지 말고 아껴야만 오히려 쓰일 곳이 많아지고 소모가 줄어든다고 했다. 정신을 낭비하면 쓸모 있는 일을 하기 힘들어지고, 제아무리 쓸모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하다보면 에너지가 낭비되고, 그만큼 다른 큰일을 할 수 있는 여력이나 시간을 확보할 수 없다. 자기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시간은 어디에 쓰이느냐에 따라 자기 값어치를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다. 그러므로 스스로 정신을 가다듬어 일을 우선순위에 따라 처리함으로써 매사에 유능하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대기업에서만 20년 넘게 직장생활을 한 나는 2년간의 공백기를 거친 후에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던 중소기업 오너의 권유로 일을 같이 하게 되었다. 조직적인 체계가 잘 갖춰져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인재가 풍부한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은 조직력도 미흡하고 인력도 부족한 편이다. 특히 중간 실무라인이라 할 수 있는 과•차장이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직급이 올라갈수록 실무까지 챙겨야 하는 경우가 많아지며 해야 할 일이 늘어난다. 오랜만에 실무에 복귀한 것도 있지만, 의욕이 앞서다 보니 자연스럽게 야근에 주말작업이 많아졌다. 그동안 비축해 두었던 재능과 경험을 탕진할 수밖에 없었다. 잘 발휘하지 않았던 능력을 쏟아 붓다보면 무리가 따른다. 잘 해보려고 나서는 과정에서 과욕이 앞서고, 어느 순간 조직의 중심이 되어 있거나, 회사의 얼굴이 되어 있다. 그런 과정에서 처음에는 이런 나를 적극적으로 밀어주고 흔쾌하게 반겨주던 오너의 시선이 싸늘해짐을 느끼기 시작했다. 조직의 주인은 따로 있는데 어느 새 주인행세를 하고 있으니 경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위기를 직감한 나는 그 이후로 나서는 것을 자제했다. 그리고 나설 때와 빠질 때를 적절히 조절하고 있다.


버려야 할 것과 집중하고 드러내야 할 것을 제대로 안다면 그 능력은 꽤 쓸모 있는 것이 되지만, 내가 가진 능력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조직이든 시기하고 질투하며 경계하는 세력이 있어 적절하게 페이스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때를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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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식 전무는 내가 만난 영업본부장 중에 가장 친화적이고 언변이 좋은 사람이었다. 술이나 담배 등 잡스런 영업도구가 없는데도 고객을 내편으로 만드는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났다. 그와 같이 파트너가 되어 일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불가능할 거 같은 사업이나, 평소의 사업유형으로는 우리 것이 아닌 사업도 그와 같이 하면 기적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았다. 부하직원이나 내부 동료들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 그래서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만큼 입김도 새졌다. 그동안 영업들 사이에서 관행처럼 처리되었던 불합리한 제도나 프로세스에 대해 개선해 주기를 기대하는 사람들도 늘었다. 이본부장은 영업본부원들을 대변하여 그들의 처우와 입지를 위해 오너에게 건의하였다. 평상시 직원들로부터 자신보다 신망이 두텁고 추종하는 세력이 많은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던 오너는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건의한 내용이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한 것도 아니었다. 이충식 전무가 떠나고 난 후에 얼마되지 않아 대부분 개선된 점만 봐도 그렇다. 단지 오너 입장에서 보면 자신보다 잘 따르는 직원들이 많은 게 싫었을 뿐이다.


직급을 막론하고 상사와의 관계는 늘 어느 정도의 긴장과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회사의 경영진인 전무나 상무가 되어도 상사와의 심리적 고충이 있다. 직장에서는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들끼리도 서로 이해 못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답답함과 아쉬움이 있기 마련이다. 다만, 이런 감정들은 스스로 삭힐 수 있고, 사사로운 감정들을 업무와 분리하여 생각할 뿐이다. 다들 강철 멘탈처럼 보일 뿐, 그들도 하루하루 마음을 다잡고 뻥 뚫린 구멍을 메우며 애쓰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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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은 인간에게 매우 심원하고 숭고하며 큰 가치와 의미를 지닌 행위이다. 노동에는 욕망을 이겨내고 마음을 수양하면서 인격을 길러나가는 효과가 있다. 단순히 생계에 필요한 양식을 얻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혼을 연마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렇기에 날마다 자신의 일에 온 마음을 다해 노력하는 자세가 가장 중요하며,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인간의 내면을 성장시키고 인격을 높이는 고귀한 수행이다. 그래서 일을 통해 돈도 벌고, 인내도 배우고, 철학도 배우며, 마음의 양식도 채워야 한다. 직장인들은 일터를 그렇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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