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직장
이 시대 가장 강렬하고 뜨거운 사상가이자 뉴욕대학교 교수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그의 책 안티프래질(Antifragile)을 통해
'외부의 혼란이나 압력에 오히려 성과가 상승하는 성질’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안티프래질, 즉 반취약성은 내구력이나 강건함을 초월한 의미다.
내구력이 있는 물체는 충격을 견디고 현상을 유지한다.
하지만 반취약성을 지니면 충격을 원동력으로 삼는다.
이 같은 성질은 진화, 문학, 사상, 혁명, 정치, 기술 혁신, 문화적 경제적 번영,
기업의 생존, 도시의 융성, 세균에 대한 내성 등 시대와 함께 변화해 온 모든 것에도 해당된다.
어릴 때는 ‘어른만 되면 행복할 거야’라고 생각한다. 학창시절에는 ‘대학만 들어가면 좋아질거야’라고 생각하고, 그리고는 ‘대학만 졸업하면’ ‘취업만 하면’ ‘결혼만 하면’ 하면서 내일을 기대한다. 늘 다음을 기약하면서 오늘을 힘들게 견디는 것이다. 그러다 나이 들고 보니 ‘내가 잘 살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든다는 사람이 많다.
회사에서 임원까지 올라가고 자기 분야에서 나름대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사람인데 그런 사회적 평가와 상관없이 자신의 삶이 성공적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돈을 많이 벌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위, 권력을 얻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성공은 상대적인 가치이다. 연봉도 상대적이라서 중소기업에 다니면서 1억 원을 받으면 많이 받는 것 같아도, 대기업에서 1억은 보편적인 연봉이 되었다. 임원이 많지 않은 조직에서 임원이 되면 가치가 있어 보이지만, 임원이 많은 조직에서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사실 임원이 되 봐야 돈은 좀 더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책임만 커지고 오래 견딜 수 없다.
조직이란 곳이 연봉, 성공을 이야기하며 한가롭게 행복 운운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우리가 90년도 말에 IMF 구제자금을 받을 때 겪었던 고통과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 등 10년 주기로 오는 경제적 위기를 체험한 것처럼 탈레브가 반취약성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우리가 예측이 무척 어려운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위험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그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하면 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려면 평소에 유사한 위험에 자주 노출시켜 면역력을 키워야 한다.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공기업에서 근무하다 보면 자신의 기술이나 지식, 인적자본, 인맥, 평판 등의 사회 자본이 대부분 기업 내에 축적된다. 이렇게 쌓인 인적자본과 사회자본은 그 회사에서 나오는 순간 개인적으로는 극히 취약해지고 만다. 그래서 대부분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기업에서 오랜 세월을 경험한 직장인들이 그 조직을 떠나 사회로 나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가 적은 상황일수록 시스템은 취약해지게 마련이므로 언제나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스트레스를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때로는 실패가 학습을 독려하고 조직이 창조성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볼 수 있다. 가능한 한 젊을 때 많은 실패를 경험해 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러 조직과 커뮤니티를 경험하면서 인적자본과 사회자본을 한 장소가 아닌 분리된 장소에 형성하는 것도 중요해졌다.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는 학창시절 스스로 돈을 벌어 학비를 마련하였으며, 젊었을 때 경험한 비즈니스 감각으로 취업하는 것보다 자기 사업을 원했다. 그러나 모든 사업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패했을 때 견딜 수 있는지가 궁금했다. 그래서 매일 1달러만 가지고 살 수 있는지를 테스트 해보기로 했다. 1달러만 가지고도 하루를 견딜 수 있다면 사업을 해서 실패해도 먹고 사는데 직장이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한 달 동안 1달러만 가지고도 충분히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을 검증한 후에는 과감하게 창업을 할 수 있었고, 오늘날 스티브 잡스 이후로 가장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
직장 생활 30년을 경험한 나에게도 특별한 내성이 생겼다. 이 세상에 그 어떤 직장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든 것은 없다. 그것이 일이 되든, 같이 일을 하는 동료가 되든, 견디지 못하는 것은 없다. 심지어 변변한 수입이 없는 백수같은 시간도 2년을 견뎠다. 그렇게 겪고 보니 다닐 수 있는 직장이 있다는 것과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생활할 수 있는 수입이 있다는 자체가 행복이고 보람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떤 일도 할 수 있겠다는 근성과 배짱이 생겼다. 남들은 나이 들면 오히려 의욕이 상실되고, 안락한 삶을 선호한다는 데 아직 나에겐 새로운 일을 만들고, 밤새워 일할 수 있는 용기와 체력이 남아있다.
아직도 일자리를 찾고 있는 수많은 취준생들에게 당부할 말이 있다. 일을 하고 싶으면 적성과 조건을 따지지 말고 당장 가능한 일을 닥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 무슨 일이든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는 것이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어떤 여건에서도 견딜 수 있는 강인한 내성을 키워야 한다. 힘들게 들어간 직장에서 1년도 견디지 못하고 그만두는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다. 아직 그들에겐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내성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려운 일을 경험하면 할수록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기고 강해진다. 그러다 보면 지금은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지 않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고 그 때가 되면 비상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