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적응] 직장은 철저한 이해관계 집단이다

어쩌다 직장

by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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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정치 철학자인 한비(韓非)가 저술한 한비자(韓非子)에는 군주와 신하의 기본적인 관계를 동상이몽의 관계, 즉 본능적으로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보았다. 인간의 본성이 선하다고 본 전통적인 유가의 관점은 그에게 고려의 대상도 되지 않았다. 그는 법法ㆍ술術ㆍ세勢라는 세 테두리 안에서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데 강한 자신감과 신념을 가지고 단호한 어조로 견해를 피력하였다.군신관계를 철저히 이해관계로 규정하듯이, 직장에서도 주인과 종업원의 관계는 철저하게 이해관계이다.



어느 책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나와 조직 간의 심리적 거리를 도형으로 나타내 보세요’라는 질문에 자전거를 그려 조직과 나의 관계를 표현했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자전거의 앞바퀴는 조직이고 나는 뒷바퀴에 비유함으로써 같은 목적을 향해 가고는 있지만 조직과 나는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절대 만날 수 없는 계약관계임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큰 조직과 작은 개인은 함께 가고는 있지만 영원히 만날 수 없는 거리에 놓인 앞바퀴와 뒷바퀴 같은 관계에요. 그리고 뒷바퀴쯤이야 없어도 그만이고, 얼마든지 대체도 가능하죠.” 그 그림을 그린 15년차 차장은 자조석인 어투로 이렇게 말을 했다고 한다. 조직에 대한 애증이 담긴 말로 섭섭함과 불안감이 묻어나는 대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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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공감이 가는 비유다. 한 때는 자전거의 앞바퀴가 되어 조직을 이끌어 간 적도 있을 것이다. 나 아니면 안 되는 일도 있고, 나를 통해야 해결되는 일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에는 뒷바퀴로 밀려나, 그저 거대하게 흘러가는 흐름에 다라 편승해서 움직이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한때는 조직 안에 내가 있고, 조직의 비전과 목적이 나의 비전과 일치한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조직은 개인과 일치한 적이 없다. 애석하게도 철저하게 계산된 이해관계 속에서 움직이는 것이 나와 조직 간의 관계이다.


전 직장이었던 D사에서 임원으로 모셨던 분이 CEO까지 승진한 분이 계셨다. 여성으로는 강단도 있었고, 외국계 금융기관에서 최고의 엘리트 과정만 거쳐 온 유능한 사람이다. 그룹의 M&A를 주도하는 컨설팅 자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D사를 인수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전략본부장을 거쳐 CEO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는데 오래가지 않았다. 채 2년도 견디지 못하고 강제로 낙마되었다. 실적이 원인이었다. 그분이 겪었던 배신감과 실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그동안 그룹과 회사를 위해 공헌한 것이 작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것은 오너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중요치 않다. 과거의 실적이나 업적은 이미 보상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면 언제든지 정리대상이 되는 것이 직장인들의 비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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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韓非)는 한비자에서 군신관계를 철저한 이해관계로 규정하고, 부부관계도 철저히 이해를 바탕으로 형성한 것으로 보았다. 하물며 남남인 군신이나 주종 간은 더 현실적인 이해를 중심으로 형성된다고 봐야한다. 직장에서의 계약관계는 더 냉정하다, 직급과 상관없이 모든 영역에 해당된다. 특히 고연봉의 고 직급일수록 그 정도는 더하다. 월급쟁이 사장이 쉽게 바뀌거나, 임원진의 직장 생명이 길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어느 조직이 근거 없이 월급을 많이 주겠는가? 조금이라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그만큼 반대급부가 크다. 그리고 월급 좀 더 받는다고 생활수준이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


직장인들은 항상 나는 몇 년을 더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계산이 항상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그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는 일을 필살기로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일을 잘하는 것은 취미가 될 수는 있어도 직업은 될 수 없다. 나의 역량과 능력이 여전히 속해 있는 조직에서 계약의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체크해야 하고, 지속적으로 갈고 닦아야 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를 고용해 주는 상사 혹은 오너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이다. 너무 가깝게 할 필요도 없지만 너무 멀리해서는 안 된다. 피곤하지만 수시로 존재감을 보여주며 자신이 여전히 조직에서 쓸모가 있음을 각인시키는 것은 직장인으로써 의무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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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특정 대상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상처받지 않고자 하지만, 사실 인간은 누구나 다른 누군가에게 소중하고 의미 있는 존재가 되길 원하고, 소속감유대감을 갖길 원한다. 그 욕구가 좌절될 땐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행복감이 감소된다. 그래서 인간에게 가장 무서운 형벌은 고독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속해 있는 조직이나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심리적 거리가 멀어지면 소위 ‘군중 속의 고독’처럼 몸은 함께 있어도 마음은 멀어지고 낯설어지며 외로움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비록 조직과 나는 계약을 통해 비즈니스를 하는 관계이지만, 직장동료하고는 절대적으로 친하게 지내야 한다. 심지어 꼴보기 싫은 사람들조차 이해하고 감싸주어야 한다. 누누이 말하지만 상대방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직 나의 마음을 위해 스스로 챙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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