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물류의 현장체험
일을 하다보면 업무파악을 위해 현장을 방문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그동안 직접 방문한 현장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한국전력의 발전소와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제조현장이다. 통상적으로 평생 일을 할 수 있는 직정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생소한 현장을 간접 체험해보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연구과제는 우편물류의 물량예측과 예측된 물량을 토대로 필요한 인력의 추이 및 업무량에 따른 인력 재배치, 시설들의 장기적 수요예측 등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현장을 직접 보고, 물량의 흐름을 파악할 뿐만 아니라, 기계를 통한 자동화와 인력을 활용한 수작업의 정도, 필요성 등을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체국의 취급 물품은 우편과 소포를 포함한 우편물류가 있다. 우편만 해도 일반 편지형식 뿐만 아니라, 등기, 공과금 납부, 벌칙급, 해외 우편 등 다양하다. 소포도 취급하는 물품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형태와 유형이 취급됨에 따라 대부분 기계화 되어 있고, 기계로 취급하기 곤란한 물품들만 인력이 투입되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전국단위로 취급하는 우편, 소포, 상품 등이 워낙 다양하고 많기 때문에 모든 우체국과 집중국을 대상으로 할 수는 없다. '24년 3월 기준으로 전국단위로 21개 집중국과 4개의 물류센터를 포함 25개로 모든 우편 취급 물량이 발송되고 도착한다. 이번 과제를 위해서는 대상을 '동서울 우편집중국'으로 한정하기로 했다. 21개 집중국 중 유일하게 서울에 있고, 우편을 포함 모든 종류의 물량을 취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일선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용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해하는 상식과 다르게 해석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편 물량을 취급하는 집중국과 물류센터에서는 모든 용어가 '발송'과 '도착'으로 구분하며, 모든 용어는 최종적으로 받는 사람과 장소를 중심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동서울 집중국에 모여 다른 곳으로 발송되는 우편은 '발송물량'이라 하고, 다른 집중국에서 동서울 집중국에 도착해, 동서울 집중국이 취급하는 권역으로 배송하는 우편은 '도착물량'이라 칭한다. 동서울 집중국에 도착하는 모든 물량을 도착물량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동서울 집중국이 관할하는 권역은 서울지역 일부와 경기지역 일부였다. 관할하는 권역 우체국으로 부터 수집된 우편물량은 하루에 두 차례 집중되어 분류기를 통해 자동적으로 분리되어 전국의 발송지로 향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분류기로 분리하기 어려운 소규모 우편, 소포 등은 별도로 구분되어 수작업으로 처리한다.
도착물량은 저녁 늦게(10시 이후) 도착하여 밤샘 작업을 통해 분리되어 다음날이면 관할권역의 집배국와 집배원들을 통해 우리들의 손에 신속하고 안전하게 배송된다. 이런 일련의 과정은 현장에서 직접 보고, 설명을 통해 듣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터득된다.
우리야 분석모델을 만들기 위해 몇일을 현장에서 보고 들으며, 학습하는 호사를 누리지만, 현장에서 매일 일하시는 분들은 분류기와 우편, 소포 등 각종 종이에서 나오는 분진으로 매우 힘든 환경을 견뎌야 한다. 다양한 실내 환기시설과 마스크, 적절한 휴식을 통한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 많은 분진을 모두 피할 수는 없다.
매번 일하는 현장을 직접 경험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아직도 우리의 일터는 안전하고, 쾌적하지 않은 곳들이 너무 많다. 그리고, 우리가 집에서 편하게 우편물을 받고, 소포와 우편물 등을 받는 과정에서 물건을 운송하고, 분류하며, 배송하는 분들의 힘겨운 노동의 대가가 있음을 알게 된다. 우편뿐만아니라, 쿠팡, 마켓커리, CJ 등을 통한 모든 물류 배송이 다 그런 힘든 과정이 있음을 이해하고 그 분들의 노고에 조금이나마 감사함을 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