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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Dec 08. 2024

부산의 비릿함에 취하다

송도,자갈치시장,노포동


오랫만에 찾은 부산은 추운 겨울인데도 따뜻했다. 몇일 사이 내린 눈으로 다소 추었던 서울에 비해, 남쪽에 있는 부산은 공기부터 달랐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에 따라 순간적인 추위를 느낄 순 있었지만, 옷깃을 여밀 정도는 아니였다. 




비록 예상치 않은 '연구과제 제안 발표' 건으로 찾은 부산이지만,  숙소로 정한 '송도 해변'와 점심식사 장소로 정한 '자갈치 시장' 그리고 철도파업으로 어쩔수 없이 선택한 버스를 타기 위해 찾은 부산 끝자락에 위치한 '노포동'까지 짧은 1박 2일의 부산여정은 행복한 순간이 되었다.


연구과제 제안발표 장소인 'KMI(한국해양수산개발원)'가 영도에 있고, 시간에 맞출 수 있는 KTX가 없는 관계로 하루 먼저 내려올 수 밖에 없는 환경이 영도다리 건너에 있는 송도 해변 근처에 숙소를 정하게 하였다. 말로만 듣던 '송도 해수욕장'을 난 이렇게 처음 찾게 된다. 초저녁이라 아직 해변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추위를 느낄 정도는 아니지만, 예상보다 사람들이 북적이지 않았다. 1913년에 개설한 우리나라 최초의 공설 해수욕장인 송도는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울 정도로 깨끗하고 넓은 백사장으로 유명하다. 해변가를 가로지르는 해상 케이블카와 다이빙대 등 다양한 위락시설이 갖춰진데다, 1.5키로에 달하는 주변으로 호텔과 횟집들이 즐비하여 유명한 휴양지와 관광지로 손색이 없다. 그런데.. 사람이 별로 없다. 택시 기사님 말대로 부산 경기도 바닥인 모양이다.


어쨋든 한적한 해변가에서 바라본 송도의 밤하늘은 청명하고, 깨끗했다. 서울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별들도 하나 둘 보이고, 공기는 신선하다 못해, 오염된 허파를 정화하고 있었다. 해변이 보이는 2층 창가에서 푸짐하게 회를 즐길 수 있는 특권도 누렸다. 오랜만에 느끼는 여유와 탐욕이었다. 회와 버무리면 잘 취하지 않는다는 김이사와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2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런 그러고 보니, 제안발표라는 당초의 목표는 잊어버리고, 전 날 늦게까지 술이라니.... 그래서 새벽에 일어나... 두어시간 준비해야만 했다.


다음날... 영도다리를 건너 도착한 KMI에서 해야할 업무를 무사히 마쳤다. 다소 심사위원들의 공격적인 질문이 있었지만, 최대한 솔직하고, 담담하게 대응한 것으로 기억한다. 짧은 준비기간에 비해 다행히 3년전에 경험이 있던 고객이라 그 때의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비교적 무난하게 끝낸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더 이상의 기대는 욕심이다. 3개 업체가 도전한 사업에 첫 번째로 발표를 마쳤으니, 예약한 버스 시간보다 3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자갈치 시장'이다. 지하철 1호선 남포역과 자갈치역 사이에 있는 자갈치 시장은 나에겐 처음이다. 바닷가를 끼고 노량진 시장처럼 대형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 주변으로는 각종 해산물과 물고기들을 파는 노점상과 횟집들로 북적였다. 대형건물이 들어서기 전에는 이 일대 모두가 다 이런 노점상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상가들을 번듯하게 지은 대형건물에 모아두면, 관리하기도 편리하고, 깨끗한 시장을 조성하는 데도 편리할 것이다. 하지만, 바닷가를 끼고 널부려져 있는 상가들 사이로 돌아다니며 회를 사 먹는 낭만은 사라졌다.


10년도 넘은 시점에 삼천포에서 전어를 구어먹던 때가 그리워서 얼마전 다시 찾은 적이 있다. 하지만, 그 때의 삼천포 포구는 더 이상 내 기억 속에 있던 낭만어린 항구의 모습은 아니었다. 최신식으로 지어진 건물안으로 들어간 상가로 부터 회를 사서 요리해 먹는 것은 서울의 가락시장이나 노량진 시장에서도 충분하다. 일부러 항구를 찾는 이유는 바닷가에 허술하게 놓인 탁자에 둘러 앉아 바닷바람을 직접 느끼며 먹는 전어를 맛보고 싶은 것이다. 


여전히 자갈치 시장 바닥에 깔아놓고 파는 물고기들이 정겹고, 북적되는 상인들의 모습들이 삶의 활기를 불어넣어 주기에 충분했다. 치열한 삶의 현장을 너무 낭만적으로 보려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그 곳에서 먹는 회는 싱싱하고, 쫄깃함이 최상이라 늘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남포역에서 버스터미널이 있는 '노포역'까지는 무려 40여분을 가야한다. 통상적으로 버스터미널이 시내 한 복판에 있는 것과는 달리 부산은 외곽에 있다. 시내 교통이 복잡해 진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오히려 외곽으로 뺀 듯하다. 하긴, 부산에서 서울까지 버스로 5시간을 타고 가야하는 고통을 생각하면, 시내를 통과하는데 1시간 남짓 허비하는 것은 최악이다. 아무리 프리미엄 버스라도, 5시간을 버스 안에서 견뎌야 하는 것은 육체적 고충이 심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송도와 영도다리, 자갈치시장 그리고 노포동을 경험한 것으로 만족한다. 더불어 풍족한 회로 식욕을 채웠으니, 당분간 회를 먹을 일은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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