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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Oct 23. 2019

[退職前上書] 인생재설계 프로젝트

이 땅의 퇴직을 앞두고 있는 모든 직장인을 위하여


" 판에 박은 듯 반복되는 생활과 무덤의 유일한 차이는 깊이 밖에 없다 "

  - Ellen Glasgow -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은 나를 일상에 중독시켜 버렸다. 적어도 일상은 익숙하고 편안했다. 미지를 탐험하러 떠나기 보다는 익숙한 것에 찰싹 들러붙었다.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가 어려운 경기여건과 사업전략 실패로 거액의 적자를 시현하여 존폐가 우려되는데도 나는 익숙함에 길들여져 있었다. 마음 한구석에 망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은 있었지만 이내 "설마 망하기야 하겠어"라는 근거 없는 낙관적 시각으로 현재의 편안함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내가 삶을 최대한 누리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내내 괴로웠다. '최고의 삶'이 아닌 '그럭저럭 괜찮은 삶'에 안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나의 안락지대는 더 이상 안전지대가 되지 못했다. 사실은 영원한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언젠가는 닥쳐야 할 일이 조금 일찍 현실화가 되고 있을 뿐이다.

      

이 땅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실보다는 미래를 걱정한다. 현재가 안정적인 사람은 불확실한 미래가 두렵고, 현재도 불안한 사람은 불을 보듯 뻔한 미래가 결코 희망적이지 않아서 더 두렵다. 생각해 보면 억울하고 분한 삶이다. 세속적인 욕망에 사로 잡혀 살아온 것도 아니고, 남들 다 하듯이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데, 현실은 생각만큼 넉넉하지 못하다. 미래 또한 보장되지 않았다니 참으로 한심한 생각마저 든다.


히말리야에서 400년마다 한 번씩 피는 Mahameru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서 일을 하면서도, 오지 않는 미래를 조심스레 설계하고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 않은 과정이다. 우선 경험해보지 않은 미래이고, 또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막막하기만 하다. 주위에선 온통 백세시대를 준비해야 한다느니, 은퇴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최소한 10년은 준비해야 한다는 등 부산을 떨고 있지만, 그 것조차 준비할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따지고 보면, 그 중심에는 물질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돈이 있다. 신자유주의가 낳은 절대적인 종교이자 전지전능한 능력까지 갖고 있는 돈이 목적으로 있는 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울하고 불안하다. 그러나 과연 돈이 전부일까? 한 사람의 인생에서 돈이 차지하는 것이 절대적이면 얼마나 억울하고 불행한 일인가. 자고로 돈은 수단이나, 조건은 될 지언정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어차피 인생 이모작이든 삼모작이든 새로운 인생을 꿈꾸고 설계할 거라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세속적인 옷을 입고 남이 원하는 삶, 남을 위한 삶, 남이 시켜서 하는 일을 했다면, 이제는 내가 원하는 삶, 나를 위한 삶, 내가 스스로 시켜서 하는 일을 해야 한다. 두려울 것이다 지금까지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하고, 해보지 않은 일을 해야 하고, 내가 좋아하고, 내가 즐길 수 있는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욕심으로 살았다. 부모의 욕심이든, 가족의 욕심이든, 자신의 욕심이든 좋은 학교를 가기위해 공부했고,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혼신을 다했으며, 좋은 가정을 이루기 위해 결혼도 하고,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뼈 빠지게 일했다. 남들과 비교하여 좋아하기도 하고, 비교 열위에 분노하기도 했다. 때로는 분에 넘치는 욕심으로 우울해 하고, 슬퍼하기도 했다.

영원한 모험가 돈키호테

이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만들어 가야 한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사람은 생각한 대로 실천하고, 실천하면 운명이 바뀐다. 그 동안 남의 인생을 사느라 꼭꼭 숨겨 두었던 욕망을 꺼내 놓을 시간이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할 때가 왔다.     

오히려 잘 되었다. 위기는 기회라 했다. 그 동안 그럭저럭 잘 살아왔으면 고마워 하면 될 일이다. 이제는 찬란한 미래를 꿈 꿀 차례다. 기왕이면 잘 준비하여 멋지게 인생 후반전을 살아 보는 것이다. 돈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남들 보기에 근사한 일이 아니어도 된다. 작은 것에도 스스로 만족하는 자족하는 삶을 살 필요도 있다.      

이미 가버린 과거를 뒤 돌아보며, 오지 않는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의식혁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삶의 의미를 지금까지 추구했던 세속적인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보람되고 진정한 자아를 찾는 것에 두고 싶었다. 중년은 그래서 오히려 위기보다 기회가 많다. 그동안 축적된 지식이 그렇고, 수많은 난관을 헤쳐오면서 쌓아온 경험이 그렇다.


인생은 망망대해를 노젓는 항해다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5개 테마를 중심으로 쓰려고 한다. 첫 번째 테마에서는 일에 대해 알아보려 한다. 사람은 죽는 날까지 일을 해야 한다. 일을 통해 자존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진정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두 번째 테마는 돈에 관한 이야기다.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볼 것이고, 지극히 객관적으로 보려고 한다. 세 번째 테마는 건강이다. 건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육체적인 건강과 더불어 정신적인 건강도 중요하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기본이 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네 번째 테마는 사랑과 우정이다. 인생에서 사랑을 빼고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인생 후반전에서 맞이하는 사랑은 어떤 것인지 다시 바라 보고 싶었다. 또한 나이들어 갈수록 더 값지게 다가오는 것이 친구들 간의 우정이다. 진정한 친구애는 무엇인지 알아봤다. 마지막 테마는 취미와 관련된 것이다. 그 동안 제대로 놀아 본 적이 별로 없다. 잘 놀아야 행복하다. 어떻게 노는 것이 잘 노는 것인지 알아봤다.     

다소 주관적인 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과 공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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