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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Oct 23. 2019

[Theme1:JOB] 인간은 왜 일을 해야 하는가?

인간의 역사는 일의 역사다

‘직장’은 나를 보호해주지 않지만, ‘직업’은 나를 보호해줄 수 있다.

이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네게

길어야 20~30년 지속할 수 있는 직장이 아니라

네 삶을 바칠 수 있는 직업을 찾으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 더랩에이치 대표 김호 -


우리나라의 일자리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었다. 청년실업을 넘어 생계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한 번도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세상에 버려진 청춘들이 한 둘인가, 젊은이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퇴직하고 아직 창창하게 남은여생을 재설계해야하는 중장년층이 또 얼마나 많은가. 


40대인 K씨는 대기업 중견 간부다. 그는 어느 날 집에서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느 새 배는 나오고 얼굴엔 깊은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그 많던 머리숱은 온데간데없이 행한 이마를 보여주고 있었다. 직업 전선에 뛰어든 지 20년, 그동안 가족들 먹여 살리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왔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사실에 저절로 한 숨이 나온다. 그러나 오랜 경기침체로 다니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직장에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모아 놓은 재산도 없어서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자신의 이런 변화된 모습을 보며 감상에 젖어 있을 여유가 없다. 그는 급하게 아침도 거르고 출근길을 재촉한다.


어느 잡지에서 “우리가 받는 월급의 20%만이 일에 대한 순수한 월급이고, 나머지 80% 정도는 다양한 모욕감을 참아내는 비용이다.”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나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을 하는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아가는 지를 단 적으로 보여주는 문구이다. 또한 일이란 “없으면 고통스럽고 있으면 힘겨운 것” 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이 땅에서 일을 하고 있는 대다수의 직장인 마음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까. 도대체 인간은 왜 일을 해야 할까? 우리에게 일이란 무엇인가?

기업에 들어가 일을 하든 개인 사업을 하든 사람들은 끊임없이 일을 해 왔다. 한참 일을 해야 할 때 자발적으로 그만 두지 않는 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나서야 하고, 운 좋게 정년을 채우고 일에서 해방된 사람도 늘어난 평균수명 덕분에 일을 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 먹고 사는 문제가 일을 하게 만들었을까? 아니면 일을 해야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을까? 왜 인간을 일을 해야 할까?  


인간의 역사는 일의 역사였다

1925년 7월 21일 미국 테네시 주의 작은 마을 데이턴에서 역사적인 재판이 열렸다. 피고는 고등학교 생물교사인 존 스콥스다. 그는 버틀러법(Butler law)을 위반했다. 버틀러법은 세계기독교근본주의협회의 테네시 주 회장이었던 버틀러의 이름은 딴 법으로 성경은 진리이자 사실이며 하나님의 역사라는 믿음에 바탕을 두고 상대성을 인정하지 않는 법이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성경의 창세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성경의 하나님은 천지를 창조하고 빛을 만들고 어둠을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람을 창조한다. 

창조론의 반대편에 진화론이 있다.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버틀러에게 진화론은 명백한 이단이다. 그래서 그는 공립학교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칠 수 없다는 버틀러법을 통과시킨다. 하지만 존 스콥스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쳤다. 그가 재판을 받는 이유는 버틀러법을 위반했기 때문이다.  

그 당시 라디오로 중계될 정도로 유명해진 이 재판은 당대 최고의 변호인단이 참여했으나, 결국 존 스콥스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재판은 다소 싱겁게 끝이 났지만 재판을 둘러싼 논쟁은 뜨거웠다. 창조론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진화론 지지자들에게 ‘너희들의 조상인 원숭이에게 돌아가라’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래서 이 재판은 ‘원숭이 재판’이라고도 한다.

1925년 미국 네네시에 역사적인 원숭이 재판이 있었다


창조론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서양사상을 발전시켜온 한 축이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발표하면서 진화론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기 전까지는 인간이 하나님에 의해 창조되었다는 이론에 의심하는 사람들은 적었다.

창조론과 진화론을 달리 표현하면 ‘만들어졌다’와 ‘만들어진다’가 될 수 있다. ‘만들어졌다’의 핵심은 누가 만들었느냐다. 반대로 ‘만들어진다’에서 중요한 것은 ‘누가’가 아니라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 졌는가다. 

다른 믿음은 다른 사유를 만든다. 서양 사상은 창조론이라는 확고한 신념에서 꽃을 피웠다. 창조론의 세계에서 사람을 포함한 모든 세상의 존재들은 신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만들어졌다’와 “만들어진다”라는 것은 주체와 상관없이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포한다. 인류는 역시 무언가를 만들어 왔다. 돌을 깨거나 갈아서 석기를 만들었고, 흙을 이겨 토기를 만들었다. 집과 옷을 만들었고 곡식을 생산했다. 


그뿐만 아니라 제도와 관습, 사상과 문명도 사람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런 고리는 인류가 살아 있는 한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인류의 역사는 ‘만듦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결국 만들어졌던, 만들어지든, 인류의 역사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 왔다. 만들 수 없는 인류는 존재의 의미가 없다. 그것이 물건이든 사상이든 그래서 인간은 일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인간이 일을 하는 것은 타고난 팔자인가 보다. 정신적인 일이든, 육체적인 일이든 살아있는 동안에 일은 삶 자체이다. 이처럼 평생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기 때문에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진정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행복은 바로 행복한 일을 찾을 때 가능하다. 성경을 보면 최초의 사람인 아담과 이브가 타락하기 이전부터 에덴동산에서 일을 했다고 나와 있다. 창조주가 인간이 일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는 뜻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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