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파도를 넘어
2020년 10월, 독일의 프로 서퍼 ‘슈퇴트너’는 서퍼들의 성지, 포르투갈 나자레 해변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파도, 즉 2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파도를 타며 새로운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서핑(Surfing)은 파도 위에서 보드를 타고 파도의 추진력으로 바다를 질주하는 해양스포츠다. 서핑의 스릴과 쾌감을 좌우하는 변수는 서퍼의 기량 등 무척 다양하지만 모든 조건이 대동소이하다고 가정할 경우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파도의 양상 자체다.
그날은 구름이 많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파도는 점점 커졌고 나자레의 특유한 지형 덕분에 바다 깊은 곳에서 발생한 거대한 파도가 육지로 다가왔다. 코자는 철저한 준비를 마치고 물속에서 최고의 파도를 기다리고 있었고, 그의 눈에는 결단과 집중력이 가득했다. 파도가 다가오는 순간, 그는 보드에 올라 수십 미터 높이의 물벽을 마주했다. 주변의 소음은 사라지고, 오직 바다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순간이었다. 파도의 힘은 엄청났고, 보드는 그 압력에 흔들렸지만, 그는 전신의 근육을 사용해 균형을 잡고 신체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 파도의 움직임을 읽어냈다.
한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엄청난 물의 힘에 휘말려버릴 수 있었지만, 코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파도의 가장 적절한 경로를 따라갔다. 마침내 파도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 주위에 있던 모든 사람이 숨을 멈추고 그의 도전을 지켜보았다.
이 놀라운 성공 뒤에는 철저한 준비와 끊임없는 연습, 그리고 파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체력을 강화하기 위해 엄격한 훈련을 지속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또한, 자신의 서핑 보드를 직접 관리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서핑 스타일에 맞는 최적의 보드를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러한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그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성공적으로 파도를 탈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철저한 준비와 깊은 이해는 오늘날 AI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꼭 필요하다. 지난 2022년 10월 챗GPT3.5라는 거대한 AI라는 파도가 우리의 전통적인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챗GPT의 급속한 확산과 뛰어난 사용성, 광범위한 활용성은 혁신의 파도가 과거보다 훨씬 크고 빠르게 다가오고 있음을 말해준다.
디지털 혁신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지 못한 개인이나 기업은 이 거대한 파도에 휩쓸릴지 모른다. 새로운 파도에 휩쓸리지 않고 이겨내기 위해서는 충분한 준비와 적절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 생성형 AI는 우리 모두의 일상생활을 지배하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강력한 파도가 되어 전 분야에 걸쳐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AI라는 거대한 파도를 제대로 넘기 위해서는 생성형 AI와 전통적인 지능형 알고리즘(머신러닝)의 차이도 이해해야 한다. 전통적인 지능형 알고리즘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능을 보이는 반면에 생성형 AI는 대화형 인터페이스를 통해 대부분의 생태계를 지배하게 될지도 모른다. 생성형 AI의 파운데이션 모델은 여러 기능을 포함하고, 일부 기능에서는 지능형 알고리즘과 중복되지만, 비용이 워낙 비싸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한다는 점 때문에, 생성형 AI의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머신러닝의 지능형 단일 모델은 각각의 장점을 고려하여 별도로 활용되어야 한다.
급속한 기술의 발전은 모든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존의 경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한다. 지능형 AI 기술을 활용하여 마케팅, 프로세스, 제품개발 등을 증강시키고, 그 위에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만들어내야 한다. 디지털 기반의 변화와 더불어 AI 중심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진화하는 기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생성형 AI의 파급력에 대해 2022년 12월, 세계적이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는 인쇄, 전기, 철도에 버금가는 ‘생산성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의 보고서에 의하면 2026년까지 1억 명 이상이 업무 수행에 있어 AI가 포함된 로봇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처럼 생성형 AI는 단순히 소프트웨어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범용 기술이 될 전망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펜실베이니아대학의 공동 연구에 의하면, 앞으로 미국 노동인구의 80%가 대형언어모델 도입으로 업무의 10% 이상이 영향을 받을 것이며, 상위 20%의 노동인구는 50% 이상의 업무가 AI의 영향으로 대체되거나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통적인 빅테크 조차도 매출과 이익이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최근 구조조정과 비효율적 요소의 축소를 통해 자원을 재배분하고 기술 발전과 자동화 도구의 증가에 대응하고 있는 점은 눈여겨 봐야 한다.
AI 중심의 디지털 혁신을 진행하면서 대화형 인터페이스와 지능형 자동화 영역을 중점적으로 하되 지능형 알고리즘을 활용한 디지털 혁신을 이어나가야 하며, 이를 통해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다만,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 자체보다 사람과 프로세스 개선에 투자해야 한다. 탄탄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조직 문화를 먼저 구축한 이후에 AI는 진정한 혁신의 도구로서 그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