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죽도록 싸웠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어요

스롱 피아비의 우승을 보며

by 이상옥


스롱01.jpg

지난 10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5~26시즌 3차투어 여자부 결승이 있었고, 캄보디아 출신의 ‘스롱 피아비’가 2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지난 대회 길고 긴 1년 5개월의 슬럼프를 이겨내고 우승하더니, 연이어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사실 피아비는 그동안 멘탈 관리에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고향을 떠나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개인적인 이유로 당구에 전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경제적인 손해도 있었다.


피아비는 멘탈관리가 가장 큰 과제였다. ”나는 스스로 압박을 많이 주는 편이다.며 당구는 나 자신과 싸움인데, 예전엔 컨디션이 좋아도 스스로를 믿지 못해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대회에서는 멘탈적으로 잘 싸운 것이 우승의 강조했다.


피아비는 최근 일산으로 이사를 하고 매일 호수공원을 두 시간씩 뛰면서 체력과 집중력을 키웠다. 그리고 그동안 습득했던 기술을 모두 리빌딩 중이다. 본인 표현에 따르면 ‘스트로크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그녀는 “이전에 하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나는 그녀가 젊은 나이에 처음 한국에 와 우연히 접한 당구에서 재량을 맘껏 펼치며 캄보디아의 영웅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덕분에 학창시절 즐겼던 당구를 다시 시작하는 계기도 되었고, 그녀의 팬이 되어 열렬히 응원하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승리를 독식하며 자만하고, 상대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모습을 보며 그녀에 대한 응원을 접었던 적이 있다. 모든 스포츠에서 승자가 있으면 패자가 있고, 언제나 우승만 할 수 있는 곳이 아니라, 이길 때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어려움을 대비하여 겸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녀의 모습에서 ‘배려’와 ‘만족’이란 단어가 사라짐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그녀를 응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숱한 어려움과 고난을 이겨내며 스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는 남을 배려할 줄도 알고, 고난을 이겨내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다. 사실 모든 일에는 모두의 도움이 있는 것이다. 나 혼자 잘나서,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가지 않는다. 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고, 누군가의 배려가 있었다. 그녀의 이번 우승 소감에는 주변에서 도움을 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아낌없이 표현하고 있다. 달라진 모습이다.


“ 이제는 양 어깨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았다. 나만 행복하자는 생각으로, 가족과 나를 위해 당구를 치고 있다”며 “이젠 욕심을 조금 줄이고, 시간 날 때마다 봉사활동도 할 생각”이라며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슨 일이든 현재의 수준을 뛰어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