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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Nov 18. 2023

페이커는 어떻게 롤게임의 영웅이 되었나?

롤드컵 결승을 앞두고 

[롤게임의 레전드, 페이커 이상혁]


‘롤드컵(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 결승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며 열기가 뜨겁다. 결승전이 열리는 서울 고척돔은 물론 대형 스크린으로 중계하는 영화관까지 모두 매진됐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거리 응원 및 인기 가수 콘서트가 열리는 등 2002 한일 월드컵을 방불케하고 있다.


내일(2023년 11월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러지는 올해 롤드컵 결승은 ‘페이커’ 이상혁이 소속된 한국의 SK T1과 중국의 WBG(Weibo Gaming)가 격돌한다. E스포츠계 최대 빅매치이자 한중전이 2년 만에 성사된 데다 걸그룹 ‘뉴진스’의 사전 공연이 예정되어 있어 일치감치 티켓 예매 전쟁이 벌어졌다. 결승전 티켓은 예매 시작 10분 만에 매진되었고, 티켓 가격은 가장 저렴한 티어8석이 8만원, 최고가인 티어1석이 24만 5000원에 판매되었으나, 16일 현재 온라인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티어1석이 정가의 12배가 넘는 최고 3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영화관 중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사실 난 고척돔은 못 가도 가까운 영화관을 가보려 했다. 티켓 가격은 2만 8000원으로 책정됐는데, 이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대부분 상영관이 매진됐다.


[롤드컵 결승이 벌어지는 고척돔에서 뉴진스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 광화문 광장은 서울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롤드컵’ 축제의 장소로 변신하였다. 15m 높이의 대형 캐릭터가 등장하였고, 결승 하루 전인 오늘(토요일) 저녁에는 유명 가수들이 참여하는 대형 라이브 콘서트장이 들어선다고 한다. 롤게임은 미국의 ‘라이엇 게임즈(Riotgames)’가 2011년 제작 배포한 MOBA(Multiplayer Online Battle Arena) 장르의 게임으로 5명의 플레이어가 각자 다른 포지션에서 성장을 통해 아이템과 레벨을 올려 상대의 기지를 파괴하는 게임으로 ‘롤(LoL)’은 ‘League of Legend’의 약자이다. 과거에 유행했던 온라인 게임 ‘스타크래프트’는 게임 플레이어 혼자 하는 전략 전투 게임으로, 게임 내 여러 케릭터가 모여 상대편의 성이나 요새를 빼앗기 위해 벌이는 전략 액션 게임인 롤과는 차이가 있다. 사실 롤게임은 2011년 말부터 ‘라이엇 게임즈’가 매년 년말에 개최하는 월드 챔피언십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온라인 게임이 되었지만, 우리나라 대중에게 알려지게 된 계기는 올 해 치러진 항조우 아시안 게임에서 최초로 종목으로 채택되고 우리나라가 우승하면서부터 이다.


나 또한 롤게임을 전혀 할 줄 모른다. 우연히 아시안 게임 결승전에서 우리나라가 대만을 이기고 우승한 게임을 보고 화려한 전술에 매료되었다. 5명이 한 팀이 되어 각자의 역할을 정하고 스피드, 전략, 협업 등 다양한 전술을 펼쳐 상대편 기지를 탈환하는 게임으로 ‘스타크래프트’에서도 그러했듯이 엄청난 손놀림과 뛰어난 머리가 필요한 게임답게 우리나라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우리나라, 중국, 대만, 베트남, 영국, 프랑스 등 전 세계적으로 각각의 리드를 만들어 다양한 대회를 개최하고 있지만 ‘월드 챔피언십’을 이끌고 있는 대표적인 팀에는 어김없이 한국 출신들의 게이머들이다. 가장 핫한 중국 리그에 한국인 게이머 및 코치진이 많이 진출해 있다.


[매년 말 라이엇 게임즈는 롤 월드컵을 개최한다. 올 해 개최지는 한국 고척돔이다]

그 중에 롤의 신, 롤계의 메시, 마왕 등의 수식어가 붙어 다니는 게이머가 ‘페이커’ 이상혁이다. 그는 롤월드 3회 우승,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회 우승, 롤 코리아 10회 우승 등의 화려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고, 10년이 넘도록 최정상급 플레이를 보여주며 전 세계 팬들과 관계자들에게 역대 최고의 리그 오브 레전드 선수로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에서 열린 2022년 롤드컵 결승전에서 비록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에 대한 전 세계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는 역대급이었다. 결승전에 올라온 두 팀의 10명을 한 명씩 소개할 때 페이커에 대한 함성은 가히 환상적이었다. 외국애들도 인정하는 레전드. 그가 아직 20대 후반의 어린 선수이고, 최종 학력이 고등학교 중퇴이지만, 최고의 선수로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스피드와 전략에 있다. 5명의 팀원 중 가장 중요한 미드를 담당하고 있으면서 전체적인 판세를 조율하고 리딩할 뿐만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사항에서 어느새 나타나 불리한 전세를 역전시키며, 확실한 피니셔 역할을 한다. 사실 롤게임 세계에서는 페이커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한다. 5명이 각각 캐릭터를 선정,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미드는 말 그대로 중앙을 든든하게 지키는 것으로 한정했으나, 페이커가 나타난 이후로는 미드라이너 본연의 역할뿐만아니라 다른 캐릭터를 도와 협력하거나, 자신을 희생하여 동료들이 역할 이상을 하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그는 중국의 물량공세에도 굴하지 않고 한국에 남았다]

그는 중국 팀들의 끊임없는 물량공세에도 대한민국에 남아 오로지 자신을 최고의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한 팀(SK T1)에서만 선수생활을 하고 있다. 한 때 중국팀에서 100억을 제시했다는 설도 있고, 미국에서는 백지수표를 제시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에 따른 보답으로 최고의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더라도 현재 소속팀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가지고 영원한 레전드로 남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롤게임의 커뮤니티(reddit.com)에 올라온 팬들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가 얼마나 위대한 선수인지 알 수 있다. 페이커가 은퇴하는 싯점에는 '라이엇 게임즈'에서 그만의 스킨을 만들거라는 것, 그가 지든 이기든 그가 나오는 게임은 무조건 본다, 왜? 언제 어떻게 질 수 있는 게임을 뒤집는지를 볼 수 있으니까, 페이커가 은퇴하면 롤드컵 MVP상 이름을 '페이커상'이라 부르자, 롤의 웨인 그레츠키(아마도 아이스하키의 광팬인듯), 페이커는 내가 롤을 알기 전부터 이름을 들어본 유일한 선수였음. 등등 그에 대한 찬사는 끊이지 않는다.


그가 이처럼 위대한 선수가 되기까지엔 하루 14시간 이상 연습한 것이 제일 컸다고 한다. 이 게임이 처음 나올 때가 2011년이니 그가 막 고등학생이 된 시점이다(1996년 생). 공부는 못해도 아니 공부를 안 해도, 게임하나 잘 하면 얼마든지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대한민국에도 만들어 진 것이다. 무엇이든 한 분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기려면 피나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천재는 태어날 수 있어도, 끝까지 천재로 남으려면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실을 페이커가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난 그 무엇보다 페이커가 아직까지 정상에 남아 있는 이유는 오랜 슬럼프와 부상 등의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이겨내고, 시련과 역경을 오히려 발전의 기폭제로 삼아 더욱 성장할 수 있는 반취약성 즉 '안티프래질(Anti Fragile)' 기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 본다. 옛 동료 였던 마타(조세형)와 큐베(이성진)도 게임이 없을 때 피아노를 치거나, 책을 읽는 등 페이커의 남다른 자기 관리 능력이 오랫동안 정상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 보고 있다. 



그동안 11번의 롤드컵에 참가하여 3번의 우승과 2번의 준우승을 차지한 페이커가 내일 결승전에서 우승할 확률은 60% 이상이지만, 그동안 소속팀 T1이 최근 결승전에 올라간 경기에서 내리 5연속 준우승을 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 걸린다. 그동안 상대팀에 비해 월등한 우승 확률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자체가 5명의 팀웤이 중요하니 한 명만 잘해서 될 일은 아니다. 하지만, 지난 8강과 4강에서 보여준 전력으로 보면 무난한 T1의 우승을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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