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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an 11. 2024

우리는 때때로 지식을 비워야 한다

성공은 편견을 굳어지게 한다

[우리는 때때로 생각을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는 리더들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가르치는 데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그러나 어떤 일을 멈춰야 하는지 가르치는 데는 시간을 들이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만난 리더의 절반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울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무엇을 멈춰야 하는지 배워야 했다.    - 피터 드러커 -




미국의 화가 겸 시인 폴 렙스(Paul Reps)와 일본의 승려 뇨겐 센자키가 선에 얽힌 글을 엮어서 펴낸 ‘나를 찾아가는 101가지 선 이야기’에는 ‘한 잔의 차’라는 제목의 우화가 등장한다.


일본 메이지 시대에 살았던 난인 선사에게 어느 날 대학교수 한 사람이 찾아와 선에 대해 물었다. 난인선사는 손님에게 차를 대접했다. 방문객의 잔이 다 찼는데도 그는 계속 차를 따랐다.

그 교수는 찻잔이 넘치는 모습을 지켜보다 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잔이 넘칩니다. 더 이상은 못 들어가요.!”

그러자 난인선사가 말했다

“당신도 이 잔처럼 온갖 생각과 견해로 가득합니다. 먼저 잔을 비우지 않는다면 제가 어떻게 선을 보여 줄 수 있을까요?”


[대나무 속은 비워있으나 겉은 단단하다]


당신의 잔에 새로운 지식을 차고 넘치도록 부어 넣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먼저 잔을 비워야 한다. 이 오래된 이야기는 '지식비움'을 실천하려면 먼저 겸손하게 마음을 비워내고, 과거의 믿음과 행동을 내려놓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과거에 특정한 분야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적 있는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보상과 평가에만 집착하느라 다른 형태의 접근을 시도하지 못한다. 그들은 실패를 두려워한다. 행여 자신의 뛰어난 기록, 권위 평생 쌓아올린 명성 등이 손상될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 때 세계 여자 테니스는 윌리엄스 자매(비너스, 세레나)가 평정한 적이 있다. 난 테니스를 즐겨 보지는 않지만, 어릴적 아버지를 따라 배운 적이 있기 때문에 간헐적으로 빅매치가 있을 때는 즐겨 본다. 탄탄한 체력과 엄청난 노력으로 두 자매의 테니스에 대한 영광은 영원할 줄 알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급격하게 무너졌다. 뚜렷한 이유는 없었다. 충분히 더 뛸 수있는 체력도 여전하고, 그녀들을 세계 최정상에 올려 놓은 코치진도 그대로 이고, 부상도 없다. 그런데 예전에 그들에게 성공을 안겨주었던 전략이 더 이상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그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했던 방식을 비우고 새로운 전략과 방안을 찾아야만 했다.


[휴식은 또다른 출발을 위한 것이다]


세계는 끊임없이 역동적으로 변화하지만 우리의 신념과 행동은 매우 경직되어 있고 융통성이 부족하다. 인간은 습관의 산물이므로 자신이 통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야 앞날을 확실하게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1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어느 스타트업이 바로 내일 새로운 제품이나 기술을 출시해서 업계 전체를 뒤흔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해왔던 일만을 되풀이한다. 심지어 우리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잠식되기 시작할 때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영향이 미미한 것 같지만 몇 개월만 지나도 충격이 커진다. 또 우리가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의 효율성도 날이 갈수록 추락한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꾸준히 기술을 발전시키는 노력을 게을리한 탓이다. 게다가 동료들이 우리와 함께 일하기가 어렵다는 피드백을 해도, 우리는 기존 방식대로 업무를 완수할 수 있다는 이유로 절대 습관을 바꾸지 않는다. 그로 인해 핵심 멤버들이 회사를 떠난다 해도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구성원에게 필요한 시스템보다 우리가 관리하기에 편한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래야 우리가 그 시스템을 이해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이 언제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는 없다. 우리가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은 종종 때가 너무 늦은 뒤의 일이다. 


과거에 인기리에 방영한 '거상 임상옥'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조선 말기 무역상인으로 성공한 임상옥에 대해 다룬 드라마로 당시 매우 인기있었다. 특히, 중국과 거래를 위해 미리 사들인 홍삼을 제 값을 받고 팔지 못할 경우가 생기자, 가차없이 홍삼을 불쌀라 지르는 장면은 훗날 삼성의 이건희가 개혁을 부르짓으며, '무선전화기 불량품 15만대 화형식'을 거행한 것으로 이어진다. 그 드라마에서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화면은 어느 스님이 교훈 삼아 임상옥 앞에 계영배란 술잔을 설명하는 장면이다.




계영배는 술잔인데, 술을 일정량만 따르면 술이 흐르지 않고 가만히 있지만, 넘치게 따르면 그만큼 술이 새어나가는 원리를 가지고 있는 술잔이다. 과음을 경계하고, 과욕을 경계하는 그 스님의 가르침이 임상옥을 조선시대 최고의 거부로 만들어 준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서 과욕은 성공으로 가는 길목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행동지침이 된다. 내가 그동안 쌓아온 지식과 경험이 차고 넘치면 새로운 일을 하는 데 도움보다는 오히려 방해가 되고, 발목을 잡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성공은 편견을 굳어지게 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불운이나 우연한 사건, 또는 외부적 요인 탓을 하고, 성공했을 때는 모든 것을 본인의 공적으로 돌린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다음과 같이 말한 적이 있다.



성공은 형편없는 선생이다. 
똑똑한 사람들에게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사고방식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가치 있는 일 중에 쉬운 일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늘 과거에 성공했던 방식을 찾고, 빠른 해결책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비즈니스 수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식만 습득하기에 급급하다. 그래서 우리는 많은 지식과 노우하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많은 것들은 오히려 쓰레기 일 경우가 많다. 어쩌다 성공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 때, 시기가 잘 맞고, 상황이 좋았다고 해석해야 한다. 삶에 있어 똑같은 상황은 그렇게 많지 않다. 우리는 심각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버리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데 주저하거나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어떤 상황에서든
자신을 안전지대 밖으로 밀어내지 않으면 절대 개선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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