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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Jan 07. 2024

뽀또 수녀가 될뻔 했던 황섬이야기

bOOk rEview

[2020.08.31 / 황서미 / 쌍크스마트]



4번의 이혼과 5번의 결혼으로 유명한 황서미 작가님의 첫 번째 책이다. 지금은 영화 시나리오를 1년 째 쓰고 있으며, 이세상에 쓸 수 있는 모든 글을 쓰고 있다. 브런치에서 우연히 알게 된 작가님이기도 하고, 워낙 글솜씨가 뛰어나, 매번 감탄하고 있는지라, 이 책 또한 흥미와 재미로 꽉꽉 채웠음이 확실할 것으로 믿고 읽었다. 늦었지만 황섬 작가님의 책이 널리 읽혔으면 하는 바램으로 올린다.


작가들이 쓰는 자서전 성격의 자기 이야기는 통상 보편적 흥미를 만들어 낸다.  글솜씨가 뛰어난 작가들인데다 일상적인 에피소드도 흥미롭게 각색하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황서미 작가의 글은 사실을 너무 직설적이고, 적나라하게 뿜어내는 능력이 탁월해, 독자로 하여금 실소와 폭소를 참을 수 없게 만든다. 

슬프고도 비극적이면서도 무척이나 웃기고 즐거운
알알이 영롱했던 다섯 번의 결혼 이야기와
그 사이사이 겪은 못다 한 인생 이야기

평상시는 멀쩡하고 자상한 남편이 심한 '틱'으로 인해 공개된 커피솝에서 '욕설이 섞인 틱'을 남발하여 분위기를 엉망으로 만든 이야기나, 수시로 폭력을 행사하는 또 다른 남편이야기나, 세번 째 결혼식에서 처음 결혼하는 신랑입장을 생각해 알바 하객을 동원한 이야기 등 숨기거나 미화를 해도 충분했을 에피소드를 그대로 적나라하게 표현함으로써 폭소와 함께 애잔함까지 느끼게 한다. 그리고 속으로는 짜증과 화를 동반한다. 그런데 왜, 왜 또 결혼이야? 미친거 아냐? 


그런데 황서미 작가는 지금 현재 결혼 해 사는 남편이 8년 째라며 롱런하고 있음을 오히려 자랑스러워 한다. 글쎄 앞의 헤어진 이야기를 참고하면 지금의 8년 째 이어지는 결혼생활은 자랑할 만 하다.


20대 초반에 수녀가 되겠다고 들어간 수녀원 생활 중  간식이 있는 방에서 청소 중 몰래 훔친 '뽀또'를 먹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가, 옆 칸에 있던 동료 수녀님에게 놀라 뽀또 봉지를 뜯는 과정에서 떨어진 과자가 화장실 밖으로 굴러가 동료 수녀님에게 들켜, 다음날 자기비판 시간에 그 때 훔친 뽀또에 대해 고해성사를 함으로써, 그 자리에 있던 수녀님들을 기절초풍하게 한 에피소드는 참으로 기가막힌 이야기다.


황작가는 작은 광고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시작해 그 유명한 '탈모는 병이 아닙니다'란 카피를 만들어 냈으며, 생과일 쥬스 알바, 치킨회사 매니저, 유치원 영어강사, 야설 교정, 보험회사 영업 등등 각가지 직업을 전전하다가, 최근에서야 본인이 가장 잘하는 글쓰기를 하며 살고 있다. 이제는 시나리오 뿐만 아니라, 소설, 블로그 홍보, 자서전 대필 등 당치는 대로 글쓰는 일이라면 무슨일이든 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은 황서미 작가가 그동안 살면서 겪었던 자신의 이야기를 에피소드 삼아 작성한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이야기에 그치지 않고 무언가 삶에 대한 강한 향수와 애수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기회가 된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한 두개 에피소드를 읽어보면 끝까지 안 읽고는 못 베기는 묘한 매력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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