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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Mar 27. 2024

자전거로 동네 한바퀴

모처럼 화창한 봄날에


도서관이 휴관하는 날이다. 배움에도 휴식이 필요하듯, 사람들의 육체도 휴식이 필요하다. 비가 온 후의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햇볕이 강하게 내리비춰 따뜻함을 느끼는 순간, 어느새 구름이 해를 가리고, 쌀쌀한 기운이 음습해 온다. 아직, 봄을 맞이하기엔 준비가 덜 되었나 보다. 아니, 주변의 나무들과 사람들은 봄을 맞이할 준비가 다 되어 있는데, 봄이 오늘 걸 시샘하는 무리들이 장난 질 치는 것이다.


그래도, 모처럼 자전거를 타고 동네 마실을 나왔다. 집을 나와 자전거 점포에서 바람빠진 타이어에 펌프질도 하고, 성내천으로 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조깅과 산책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벤치에 앉아 봄의 기운을 만끽하고 계셨고, 성내천 주변의 개나리는 이미 만개해 있다. 


비가 막 그친 올림픽공원은 한사함으로 여유를 느끼게 해주었고, 간간히 들리는 외국인들의 목소리에서, 이 곳이 관광지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 근처에 있어, 자전거로 10분이면 오는 거리라, 소중함을 못 느끼고 살았지만,  멀리 오는 사람들에겐 볼 거리가 많았다. 나도 덩달아, 잠시 자전거를 멈추고, 몽촌토성 언덕에 올라, 아직 축축한 잔디도 밟아보고, 언덕위에 홀로 서 있는 나무를 배경으로 포토존에 서 보기도 하며, 평온하고 한가로운 봄날의 올림픽공원을 마주한다.


[까치도 서울의 봄을 만끽하고 있다]


다시 자전거를 끌고 한강을 향했다. 가는 길에  건강한 중년 아저씨들이 부풀어오른 배를 내밀며 힘차게 축구공을 차고 있는 모습도 본다. 아, 나도 같이 차고 싶다는 생각으로 멀리서 잠시 구경을 해본다. 마음은 이미 파란 잔디 위를 뛰고 있다. 


한강변은 바람이 제법있다. 하지만, 뛰는 사람, 조용히 개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 맨발로 맨 땅을 걷고 있는 사람,  나처럼 자전거 타는 사람으로 활기를 띠고 있다. 강변에 있는 음식점이나, 시설물들은 본격적으로 몰려들 손님들을 위해 봄단장하기 바쁘다. 우리에게 한강은 행복이며, 축복이다. 몇 년전 파리를 방문할 때, 그 유명한 세느강에서 '바토무슈'를 타며 유람도 해봤지만, 한강만 못했다. 


4시간 동안 이어진 나의 자전거와 함께한 동네 마실은 또 다른 에너지로 남아 있다. 마치 다음 쓰임을 위해 비축해 놓는 충전기마냥, 이런 기운은 곧 에너지로 변환되어,  일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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