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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Apr 04. 2024

예창패 당일, 날개를 펴다

창업을 위한 첫발을 디디다 


드뎌 운명적인 예비창업패키지 발표일이 왔다. 올해는 전국적으로 770개 업체(일반분야)를 선발하는데,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는 30개 업체를 선발한다. 전북만 해도 약 300개 업체가 신청하여 1차 서류에서 2배수(60개 업체)로 선별하고, 3일에 걸쳐(4월 2일 ~ 4일) PT를 통해 최종 선발한다. 우리 팀은 두번째 날인 3일 오후 1시로 잡혔다. 서울에서 출발해야 하고, 당일 교통상황이 어떨지 몰라, 전 날 창업 동료와 함께 미리 내려갔다.  내가 전북에 예창패를 지원한 이유는 앞으로 일 할 수 있는 10년의 시간을 오로지 전북 IT발전에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전주에서 학업을 마치고, 33년의 직장생활 중 25년을 국내 IT발전에 도움을 주었으니, 이제 창업을 토대로 고향의 IT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생각이다. 


우리가 묵은 호텔은 비교적 저렴한 호텔(전주 아라리)로 크지 않지만, 깔끔하고 세련되어 있다. 심지어 아침 조식도 준다. 크고 허울좋은 호텔보다, 가성비 최고의 호텔이다. 다음에도 이용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오후 4시쯤 출발해 저녁이 다되어 도착했다. 신속하게 짊을 풀고, 근처 한식집을 찾았다. 전주하면 맛과 풍부한 음식의 고향아닌가, 옛날처럼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내 놓는 반찬은 아니지만, 여전히 가짓수 많고 정갈하며, 맛있는 곳이다.


거나하게 차린 밥상을 비우고 나오니, 비가 제법 내리고 있었다. 준비한 우산도 없고, 좀 피곤도 하고, 길 건너 전북대학교를 산책하고, 차한잔하려는 계획을 취소했다. 호텔로 돌아가 한 번이라도 더 PT 준비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발표당일은 한시간 일찍 도착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담당자와 심사위원들은 자리를 비운 상태이다. 아침에 호텔에서 토스트, 빵, 과일 등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해결한 이후이기도 하고, 발표 직전에는 속을 비우는 경우가 많은지라, 발표할 내용을 정리하며 대기하고 있었다. 잠시 있으니, 담당자가 들어와 진행 과정에 간단하게 설명을 하고 신분증을 확인한다. 그리고 나 다음으로 발표를 하게  될 젊은 친구들 둘이 들어 온다. 이 친구들은 아마도 청년창업을 꿈꾸고 지원한 것으로 보인다. 창업아이템을 물으니,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생활을 잘 할 수 있도록 가이드 해주는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언어도 한국어,중국어,일본어 세가지 버전으로, 발표하는 대표는 중국 북경대를 졸업하였고, 고향은 광주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발표시간이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20분이고, 질의응답은 10분이다. 평상시 준비할 때는 15분 정도 소요되었는데, 그보다 조금 빨리 끝난 듯 하다. 주어진 내용을 채우기에는 너무 주절거릴 것 같아, 준비한 대로 일사철리, 핵심만 전달하였다. 제안발표를 수없이 하고, 지켜본 바로는 10분이 지나면 다소 지루해 하고, 15분이 넘어가면 피곤하다. 그래서 통상 공공에서 진행하는 대부분의 사업 발표시간은 15분을 넘지 않는다. 주어진 시간보다 5분 먼저 끝내니, 원했던 바대로 5명의 심사위원들의 질문이 쇄도한다. 결국 30분을 넘겨 끝냈다. 그동안 준비했던 내용은 다 이야기했고, 질문사항에 대해서도 충실히 답변을 하였다. 다만, 심사위원들이 IT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회계사, 변호사, 교수 혹은 투자사 담당 등이다 보니, 이해가 부족한 부분이 있어 아쉬움으로 남는다. 


발표자료와 스크립트를 직접 만들었고, 발표준비도 50번 이상 반복적으로 연습을 한 상태이고, 발표 전날은 실전을 위해 도서관 뒤에 있는 오금공원에 올라 나무들을 심사위원 삼아 큰소리로 동선 연습도 하던 터라, 발표 자체는 별 무리없이 만족스럽게 끝냈다. 워낙 사업아이템이 다양하고 발표자도 천차만별이라 한정된 자원으로 심사위원들을 전문가들로 구성할 수 없는 터,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심사위원들이 발표자를 평가할 뿐 아니라, 발표자도 심사위원들을 평가한다고 한다, 특이하다. 그래서 심각한 질문은 안 했나? 어쨌든 내가 심사위원 5명을 평가하면, 두분은 별로고, 두 분은 보통이며, 한 분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제 막 창업을 위한 날개를 편 것 같다. 결과는 다음 주에 통보한다니, 그 때까지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시 남도에 내려가 꽃과 바람을 맞이하고 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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