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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Apr 02. 2024

모호할 때는 인간이 필요하다

IT기술이 전부는 아니다


경제성장과 행복의 관계는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고도 성장기에는 경제가 성장하고 IT기술이 발전하면 생활이 편리해지고 윤택해져서 행복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것은 한낱 꿈에 지나지 않았음을 깨닫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거에 비해 IT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했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IT기술 발전이 일부 사람들에게만 혜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IT는 경제성장을 이끌었으나 그 결실을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일부이며, 부는 한 쪽으로 쏠린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빈부격차 문제는 바로 IT기술이 초래한 비극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경제성장이 행복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수단은 이니었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손을 뻗으며 달리는 이상 성장은 무한한 욕망의 탈을 뒤집어쓴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새로운 IT기술이 오히려 일자리를 빼앗아버리는 측면이 더 강하다. 새로운 IT기술은 경영자나 투자자에게 이로움을 주는 반면, 비서와 같은 단순 사무직을 대체해버리며 대다수 사람들의 생존을 위협한다.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많은 IT기술은 '소수의 생산성'만 향상시켜줄뿐 거기서 배제된 대다수는 아무 이익을 받지 못하므로 결국 격차는 심해진다. 20세기에는 중산층도 기술 혁신의 혜택을 누렸다. 하지만 오늘날 중산층은 새로운 IT기술이 제공하는 혜택에서 소외되고 있다. 


새로운 IT기술을 독점적으로 누리는 사람들은 그 기술의 적용 범위가 클수록 더 많은 돈을 번다. IT기술은 격차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재생산하고 심화시키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새로운 IT기술이 가져다주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면, 그들의 생산성은 더 이상 향상되지 못하고 정체 또는 쇠퇴하고 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하고도 어리석은 짓이다. 세상은 그리 선하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일을 많이 할수록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는 희망이 한때 국민들의 근로 의욕을 고취시키고 경제성장을 이끌기도 했지만, 새로운 시대에 경제성장을 이끈 것은 그런 희망이 아니라 IT기술이었다.



인공지능이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위 1퍼센트에게 부가 집중된다는 일명 ‘파바로티 효과’가 더 심해질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할수록 소수에게 부가 집중되는 현상 또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인간이 컴퓨터가 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에 비해 인간의 상대적인 이점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체스나 바둑 등 명확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로봇이나 컴퓨터가 우리 인간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 승리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을 테니까. 그러나 우리가 일하는 이유는 단순히 특정 목적을 달성하는 데 있지 않는다. 인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그 자체로 최종 완제품이다. 그래서 목표가 명확하지 않고 모호할 때는 인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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