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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May 03. 2024

부산, 동아대 특강하는 날

지식보다 마음가짐을 강조하다

부산은 올해 처음 나들이다. 작년에는 부산시청 사업과 산림청 사업 때문에 상반기 내내 일주일이 멀다하고, 뻔질나게 드나들었다. 세미나와 토론으로 1박을 하며, 밤늦도록 포장마차에서 바닷 내음을 품고, 부어라 마셔라도 했다. 지치고 피곤한 부산방문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오늘은 동아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하는 날이라, 마음이 즐겁고 행복하다.


부산은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왠지 기분이 좋다. 사시사철 따뜻하고, 바닷바람으로 시원하며, 맛있는 회가 있고, 투박하지만 정다운 부산말이 있어 좋다. 80년대 초 대학 신입때, 나는 학교 근처 한옥집에서 하숙을 하였다. 디귿자형 한옥으로 대문과 중간문 사이에 문간방도 있었고, 각방마다 연탄불 아궁이에 미닫이 문으로 되어 있어, 학생들끼리 자유로운 왕래가 가능하였다. 핸드폰은 당연히 없던 시절이니, 전화는 주인집에 있는 따릉이 전화를 사용해야 했다. 아침식사는 주인집 안방에서 같이 모여 한다. 하루는 아침식사 중에 부산에서 올라온 1년 선배인 여학생에게 집에서 전화가 왔다. 난 그때 부산사람들이 평상시 말투가 하이톤임을 처음 알았다. 통화 내내 엄마와 싸우는 딸로 보였다. 그 놈의 ‘파이’라는 말은 왜 그리 자주쓰는지 부산사람들은 수학을 다 잘하나 싶기도 했다. 내용은 평범한 안부 전화다. 사소한 대화까지도 그들은 열과 성을 다한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정답고, 기분이 좋아졌다. 특유의 텐션이 좋았던 모양이다.


오늘의 특강 제목은 ‘IT와 인문학, 그리고 빅데이터’이다. 글로벌비즈니스 학과 4학년이 대상이다. 평소에 듣는 커리큐럼을 보니, 경영학, 경제학, 빅데이터 분석, 마케팅 그리고 어학이 주를 이루었다. 주어진 시간은 75분, 한 가지 주제만 가지고 이야기를 하더라도 짧은 시간이다. 그래서 고민 끝에 졸업반이기도 하니, 사회에 나가서 직장이든, 개인사업을 하든 꼭 갖췄으면 하는 마음자세와 유연성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했다.


전문적인 지식은 학교에서 충분히 배우고, 스스로 학습하기에도 차고 넘친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안해본 친구들은 또 다시 닥칠 세상이 두렵기고 하고, 새롭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학교밖으로 나와 겪어야 할 새로운 세상에 어떻게 적응하는 것이 좋은지 위주로 이야기를 풀었다. 그동안 배운 지식과 학문이 어쩌면 세상에서 다를 수도 있고, 새롭게 정립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말도 했다. 상치 못한 시련과 어려움 속에서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도 말했다. IT발전과 기술발전이 몰고 올 미래 세상에 무슨 마음가짐으로 임해야 하는지도 이야기해주려 노력했다. 그러다보니, 75분은 턱없이 부족하다.


사실 내가 학교 다닐 때는 3시간 몰아하는 강의가 많았다. 물론 그 때도 나는 그런 수업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요즘 학생들은 3시간 강의는 어렵다 한다. 75분도 지겹다. 그 이상하면 피곤하다. 충분히 이해가 간다. 기술과 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우리는 시간을 많이 절약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해야할, 갖춰야 할 것들이 많아졌다. 요즘 학생들이 그렇다. 대학 입학 전형도, 기업에서 실시하는 취업면접 및 시험도 가지각색, 천차만별이라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담당 교수님의 이야기다. 그러니 마음도 조급하고, 어느 한 곳에 집중할 수 없다. 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서, 예정된 시간을 다소 초과하여, 쉴 수 있는 시간을 침범한 게 마음에 걸린다. 아무리 좋은 말도, 지나치면 지겹다. 충분한 시간이 없어 질문사항에 대해 충실히 답변하거나, 더 많은 질문을 허락해 주지 못한 것도 미안하다. 어떤 식으로든 부족함을 매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부산 올 때마다 난 부산역 건너편에 있는 ‘초량밀면’을 찾는다. 양도 많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며, 밀면의 농도가 높아, 면이 쫄깃하고, 맛은 단백하다. 오늘도 어김없이 초량밀면을 먹었다. 가격이 오르고, 양이 줄어 있음을 보고, 부산 경기도 어렵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맑은 날이 오래가고, 날이 따뜻해지니, 부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부쩍 는 모양새다. 부산역 광장은 여전히 사람들로 붐비고, 외국인들도 차고 넘친다. 부산은 기존의 구도심과 새로운 신도심으로 발전은 여전히 계속 진행 중이다. 그래서 그런지, 부동산 시세도 날로 올라가는 추세이다. 15년 전 만해도 부산의 부동산은 비교적 양호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오랜만의 부산 봄나들이는 이렇게 내 마음을 설레게 하고 마무리되었다.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부산시내 구석구석을 다녀봐야 겠다. 임시정부부터, 과거의 역사 흔적까지 들러보면 볼 많은 것들이 많은 동네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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