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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Jan 02. 2022

조리원 안 가고 집에서 산후조리

산후도우미 관리사님과 함께한 3주

2021년 11월 3주간의 집에서 한 산후조리 후기

요즘 세상에 집에서 산후조리하는 사람을 찾는 게 더 어려운 것 같다.

산후조리하면 '산후조리원'을 떠올리게 한다.

애를 가지거나 낳으면 두 가지를 물어본다.

"어디서 낳느냐."

"어디서 산후조리하느냐."

위의 질문 외에도 줄줄이 딸려 오는 게 있지만 일단 저 두 개가 가장 궁금한 사항이며 큰 사안이다.

아주 특이한 케이스 아니고서야 대개 병원에서 낳는다. 그리고 집에 돌봐야 할 첫째나 다른 형제가 없다면 산후조리원에 가는 게 흔한 선택일 것이다.


고로, 어디서 낳느냐의 대답은 제왕절개인지 자연분만인지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고,

어디서 조리하느냐의 대답은 어느 산후조리원에 갈지일 것이다.


분만은 자연분만이고, 상황에 따라 수술도 염두하고 있었다.

그러나 산후조리는 초산임에도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기로 했다.


이 결심을 하게 된 이유는 대학생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저출생 시대는 2000년대 초반부터 대두된 화두였다. 간호대생들에겐 분만을 실습할 병원과 케이스가 줄어들었다는 문제로 다가왔다. 신생아 실습을 하러 종합병원급으로 가도 신생아가 다 해봤자 10명이 되지 않았다. 제일 적을 때는 4명 언저리. 신생아실 실습은 중환자실 케이스가 아니라서 어려운 게 없었다. 아프지 않은 아이들이 엄마의 회복을 기다리다 같이 퇴원하는 경우라서 아기들 목욕과 수유시간에만 거들뿐이지, 그 외 시간은 잠을 자기 때문에 구석에서 과제를 하거나 공부를 했다.


대여섯 명 되는 신생아를 보면서 '신생아를 돌보는 것'을 처음 경험했고, '그리 어렵지 않은 일', '20대 초반에도 해 본 일'로 기억에 남았다.


시간은 흘러 졸업을 하고 모자동실로 가끔씩 분만을 받는 병동에서 일하며 몇 번 신생아를 케어한 적이 있다. 지방 의료원이다 보니 일반 한국인 산모보다 23세 간호사보다 어린 외국인 신부, 새터민, 기초수급자인 신혼부부 등 공공병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산모들이 많았다.


애를 낳아본 적 없는 20대 초반이었지만 책에서 본 지식과 선배들이 알려준 것으로 기저귀 채우는 법, 유방마사지 시범, 신생아 목욕 등을 하게 됐다.


환자는 산모만 있는 게 아니었으므로 다른 환자를 보며 신생아와 산모를 간호하는 건 역시 '그리 어렵지 않은 일'로 남게 됐다.


다시 2021년으로 돌아와 임신을 하고 산후조리를 어찌할 까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위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거기에 한 가지 현실적인 고려 부분인 '돈'이 더해졌다.


임신 확인 시까지만 해도 산후조리원은 마치 병원 연계되어 쉬러 가는 '요양병원' 정도로 알고 있었다. 요양병원 입원료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정부에서 보조되는 필수 요양시설이라고 생각했다. 그 말인즉슨, 의료보험처리가 되지만 일반 병원 입원료보다 조금 비싼(?) 정도의 의료기관이라고 오판한 것이다.


웬걸, 병원과 연계되어있는 곳도 있지만 병원은 아니었다.

게다가 비용은 예상한 비용의 5배를 넘는 금액이었다!

(너무 물정을 몰랐나 보다)


모든 비용과 서비스는 돈이 들었고, 이것을 선택하는 것도 오로지 개인의 선택이었다. 나는 산모의 건강 상태에 따라 조리원이 추천되고 너무 건강하면 조리원 일수가 줄어들고 그런 건 줄 알았다.


이렇게 자본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당연하게 하지 않으면 힘들어진다니 놀랄 따름이었다.

번외로 출산을 위해 병원비가 이만큼이나 든다는 것도 놀라웠다. 맹장수술을 해서 일주일을 입원해도 20-30만 원으로 알고 있다. 특실을 이용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병원비가 그 정도지만 당연한 출산을 위해 드는 비용은 최소 40-50이고, 이마저도 산모의 상태에 따라 약값이나 처치가 추가되거나 일인실을 사용하면 플러스알파가 된다. 1인실을 사용하고 유도분만으로 자연분만을 하면 100만 원 못 되는 가격이 나온다. 만약 자연분만을 하려다 실패하고 제왕절개를 했는데 출혈이 생각보다 많아서 차도를 본다고 1인실에 더 입원하면? 200만 원 가까운 가격이 나올 것이다.
출산'만' 하는 비용이 백만 원 돈이라니. 산모가 부담하는 임신기간 동안 드는 비용이 백만 원인데, 출산만 하는 비용도 백만 원이 넘는다. 그런데 아이를 낳으라면서 아이를 받는 의료보험 수가는 더 줄이고, 담당의에게 위험은 더 지우고 있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으면 지역화폐를 뿌릴게 아니라 아이를 받는 의료기관과 낳을 산모의 부담을 줄이는 게 1차적으로 해야 할 일인데 자꾸 다른 것으로 메우려고 하는지 의아했다.


그럼 초산인데 오롯이 혼자서 산후조리를 할 생각이냐?

그건 아니었다.

조리원이란 개념을 검색하다 보니 정부지원 산후도우미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조리원처럼 24시간 쉬는 건 불가능했지만 집에서 낮동안 쉴 때 출퇴근하며 산모와 신생아를 케어해주는 제도였다.


이것 또한 비용이 발생하지만 조리원에 비하면 가격이나 기간이 훨씬 저렴했다.


아무리 그래도 집에서 조리를 어떻게 하나, 싶을 수도 있으나 몇 가지 환경적인 부분이 산후조리원을 가지 않은 이유가 됐다.


첫째, 남편의 출퇴근 시간과 휴가 사용이었다. 집에서 걸어서 30분, 전기자전거나 차로 15분 내외 거리이며 9시 출근, 6시 퇴근이 칼 같은 회사였다. 출산휴가도 10일 모두 사용 가능했다.

둘째, 양가 도움이 가능했다. 친정부모님은 모두 일을 하셨지만 칼퇴와 연차 사용이 가능한 곳이고, 차가 있었다. 동네는 다른 곳이지만 차로 30분 내외 거리였다. 시부모님은 일 때문에 영종도와 충청도 본가를 왔다 갔다 하셨지만 고정적인 회사 출근이 아니셔서 만에 하나 산후도우미님이 못 오실 경우에 긴급하게 오실 수 있었다.

셋째, 산모 본인이 비교적 건강할 것 같았다(?). 대단히 뚱뚱한 편은 아니지만 살집과 근육이 제법 있었고, 임신 중에도 수영을 다닐 정도로 체력이 있었다. 남편보다 관절 근육이 좋다.

넷째, 날이 추워지는데 짐 싸들고 이동하기가 귀찮았다. 병원 갔다, 퇴원해서 조리원 갔다, 퇴소해서 집에 와서 짐 푸르는 일을 생각하니 퇴원해서 집에 오면 한 번하고 말걸 세 번 할걸 생각하니 귀차니즘이 확 몰려왔다.


위의 사정들까지 고려하면 결국 집에서 산후조리를 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나니 주위에서 걱정들을 했다. 부모님들은 비용 문제라면 지원해줄 테니 꼭 가라 했고, 비슷한 연배의 친구나 지인들은 아무리 그래도 초산인데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할 거라고 염려했다.


 닥쳐봤으니 어찌 앞일을 장담하겠느냐마는 그래도 왠지 집에 오면 편할  같은 예감이 들었다. 좋은 산후도우미님을 만날  같았고, 아기와 집에 적응하는 것에도 도움이   같았다. 틀릴 수도 있었지만 그럼 그때 조리원 가지 , 하는 생각에 산후조리원을 예약하지 않았다.



무사히 자연분만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조리를 시작했다. 가장 힘들었던 날은 퇴원을 한 첫 주말이었다. 토요일 오전에 수속을 마치고 아기와 집에 왔는데 초보 부모 둘이서 우왕좌왕했다. 기저귀를 가는 것, 분유를 타는 것, 모유수유를 하는 연습에 대해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귀동냥과 유튜브 동냥으로 실전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우당탕탕 48시간을 보내고 나서야 우리는 산후도우미님을 만날 수 있었다. 월요일에 출근하셔서 휴가 중인 남편이 집안 식기며, 살림을 소개하고, 필요한 물품을 받아 적는 사이 여전히 회음부가 아프고 몸이 회복 중인 나는 누워서 잤다. 오후엔 마사지사 선생님을 불러 울혈 된 유선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모든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갔다. 도우미님은 좋은 분이셨고, 알아서 산모의 필요한 부분을 도와주셨다. 낮잠으로 밤잠을 보충하고, 부엌살림과 청소로 집안일에 손이 가지 않게 해 주셨다. 신생아 케어도 교육을 받으며 우당탕탕에서 어색하지만 그럴듯한 정도로 바뀌었다.


내 몸은 회복이 빨랐고, 회음부 통증도 2주째가 되니 사라져서 출산을 하며 얻었던 허리/골반 통증도 소강상태에 이르렀다. 부종은 없었지만 회복을 위해 전신 마사지도 받고, 모유수유도 가슴 마사지를 병행하며 어렵지만 꿋꿋이 헤쳐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3주가 흐른 뒤 도우미님은 가시고, 시어머니가 오셔서 그 뒤 한 달도 봐주셨다. 사실 몸도 회복되고 크게 도움받을 이유는 없었지만 조리원도 못 갔다 오고 밤동안 신생아 손녀를 케어한 며느리를 돌봐줘야 한다는 생각에 산후도우미님보다 더 꼼꼼하게 아기와 나를 보살펴 주셨다.


결과적으로 대만족스런 산후조리 2달이었다. 조리원에 갔더라면 그 시간도 잘 쉬고 좋았겠지만 비용 대비 의무적으로 끼울 필욘 없었다는 개인적인 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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