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온라인 석사과정 완료기
2020년 5월 5일 ~ 2022년 9월 1일
계속해서 Fail하며 겨우겨우 이어가던 영국대학원 온라인 보건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정확히는 '이수증'을 받았다.
Certificate, 수업이나 프로그램을 들었다는 증명서이다.
Degree도 Diploma도 아니기에 어디가서 정식으로 영국에서 대학원을 '좀' 다녔다고 내밀기는 애매한 종이이다. 그럼에도 해당 이수증은 영국의 학력 등재기관에 정식으로 등록되어 추후 유학이나 취업을 할 때 승인된 문서로 이력서나 증빙자료로 제출할 수는 있다.
그럼 무엇하리요.
영어 학원이나 대학의 어학당을 다녀도 얻을 수 있는 종이로, 우리로 치면 특수대학원의 고위급과정을 돈주고 수료했다 정도의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조금 더 알고자 하는 분야의 배움을 표면에 바른 증명서라고 하는게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Diploma 수료까지 2개의 모듈(과목)이 더 있었는데 한국에서 석박통합과정을 진학한 걸 알면서 규칙상 동시에 이수할 수 없다는 항목이 있어 그동안 수료한 과목수로 이수증을 받고 중도하차 하게 되었다.
2020년부터 나를 들뜨게 했던 디스턴스 러닝 과정.
덕분에 공격적인 질문방법과 영국속담과 동기들의 채팅용어들을 배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열심히 하진 않았지만 한국처럼 자연스럽게 듣고 넘기는 게 안되어 한 단어, 한 문장, 꼼꼼히 읽고, 미팅하며 구두로 연구에 대해 이야기하는 연습들은 향후 내게 다시 해외에서의 경험이 생길 때 분명 밑받침이 될 것이다.
웨비나와 화상미팅을 통해 내 영어로 이야기하고, 답을 듣고, 유추하고, 다시 응용하는 일련의 과정은 여전히 한국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예전엔 한국에서 적당히 조용한 숨은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공격적일 정도로 질문을 매번 쏟아내고, 확인하고, 메일하는 질긴 학생이 되었다.
일부러 그러려고 노력하는 부분도 있지만 아무 질문이 없고, 아무 비판이 없는 것이 더 힘들어져 버렸다.
아마 지금의 나는 이제 다시는 디스턴스 러닝을 하기 이전의 학생으로 돌아가긴 글렀다. 수업이나 웹 미팅이 시작함과 동시에 연발하는 폭격기처럼 질문창과 마이크가 켜지던 비대면 시간이 생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전히,
"질문 있으세요?"
라는 말에 모든 학생들이 두 손을 번쩍 들고 발표 기회를 하이에나처럼 낚으려는 시간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나도 모르게, 손을 들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남편은 그런 나를 두고, 학과내 왕따라고 지칭했다.
"이미 다른 단톡방이 존재한다에 내 손모가지를 걸지."
충고에 자중하려고 노력하지만 궁금한 것은 매 번 나오고, 내가 아는 것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에 끊임없이 손을 들고 물어본다.
스스로 등록금을 이보다 알차게 쓰는 학생이 또 있을까, 은근 뿌듯해하면서 말이다.
수료증만 남은 디스턴스 러닝이었지만 지울 수 없는 괜찮은 습관을 남겨준 것은 그래도 등록금이 아깝지 않았다는 소감을 남긴다.
+지도교수는 없었지만 지도과정 리더가 있었다. Student Success Advisor인 나의 Taku Matanga 에게는 메일로도 유선상으로도 감사, 감사, 또 감사를 표시했다. 시작과 동시에 등록금을 반 이상 찬조해준 엄마에게도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