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관적인 걸 좋아한다.
아마 머리가 타고나게 좋지 못해서 단순하고 확실하지 않으면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연유로 종이만 넘기면 되는 책을 좋아하고,
(원인과 결과가) 눈에 잘 보이는 국제보건사업을 좋아한다.
카뱅이 인기 있는 이유는 다른 은행 앱에서 따라올 수 없는 것,
눈에 보이는 그대로 실행할 수 있는 직관적인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브런치가 글쓰기와 읽기에 특화되어 있다지만
이 플랫폼을 검색하는 수고와 로그인이 필요하다.
종이책은 간단하다.
서점에서 눈에 드는 것, 내가 찾고 싶은 책을 사면
그 자리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글자 하나하나는 손과 눈과 냄새로 스며든다.
내가 원하는 글을 찾기 위해 컴퓨터를 켜고,
검색창에 치고, 플랫폼 구석구석을 배울 필요가 없다.
종이만 넘기면 된다.
그 직관성이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책을 찾게 만드는 것이다.
출간 후 오프라인 리뷰가 들어왔다.
(온라인 리뷰는 잘 안 올려주신다..^^;)
공통된 의견은 내가 바라던 '재미'였다.
"재미있더라."
"왕 재밌어요."
"오프 더레코드 좀 더 써주지, 재밌던데."
친구가 썼다니까, 지인의 딸이 냈다니까, 신기함 반, 의리 반으로 사준 책을
갖고 있다가 잠깐 딴짓할 시간이 되어 읽어보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계속 읽다 보니 어느새 한 권이 끝났더라는 후문.
이 또한 책의 직관성 때문에 읽을 수 있게 한 것 같다. 어렵게 들어가지 않고 종이만 넘기면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음으로 넘어가게 하는 건 작가의 스토리텔링 능력인 것 같다.
공통된 하나의 의견이 들리면 감사하다.
이런 게 반응이구나, 느낀다.
단점은 스스로도 잘 안다.
부족한 걸 얘기해 주면 고맙다.
그런데 좋은 걸 말해주면 더 고맙다.
단점 투성인 줄 알았는데 읽어줄 만했구나, 다행이다.
첫 출간작이 에세이라서 자기소개서 같다.
독자들의 반응은 각기 다르다.
본인의 관심사가 각자 다르니까.
어떤 분은 서울의 대학원을 포기하고 결혼한 것에 대해,
어떤 분은 아프리카에서 겪은 일에 대해,
어떤 분은 아이를 낳고 대학원에 간 것에 대해,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글을 읽으니 이해가 됐고,
나라도 그랬을 거란 말과 나라면 못했을 거란 말을 들었다.
국내 대학원에 학업계획서를 썼을 때가 생각났다.
한 교수님은 임상경력이 어딘지 물었고,
다른 교수님은 아프리카에서 배운 게 뭔지 물었고,
또 다른 교수님은 지금 하는 연구 업무에 대해 물었다.
나라는 사람은 한 명인데 물어보는 건 다 제각기 달랐다.
종이책이 지닌 물성 때문에
브런치나 블로그를 이용해서
충분히 많은 사람들에게 읽혔음에도 불구하고
인쇄하여 책을 내나 보다.
진부하지만 오리지널이 가장 클래식한 것임을
느끼는 건 본능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