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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Dec 06. 2023

힘들었던 일들은 다 지나가

2023년 1월부터 이사를 했다.

LH 신혼부부 매입임대가 당첨되어 일산에서 김포로 오게 되었다.

2021년에 이직을 하며 출산을 했던 일산의 오래된 아파트는 당시 다니던 직장과의 가까운 거리라는 이점 때문에 비교적 비싼 전세금을 주고서라도 계약했던 곳이었다.


23년 7월이 전세 만기였으므로 그전에 더 저렴하고 장기 거주가 가능하며 평수가 넓은 비교적 최신식의 아파트로 이사가길 원했다.



22년 가을, 우리는 꿈에도 그리던 新신도시 부부가 될 거라는 LH 임대주택 당첨 연락을 받았다.

그 무렵 걷기 시작하던 딸내미에게 너른 거실을 선사할 수 있다는 부푼 희망을 안고 입주 계약을 했다.


문제는 집값이 역전되며 전세가 빠지지 않게 되었고, 하는 수 없이 7월 만기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속 타는 시간으로 새해를 시작했다.


그래도 빠지겠지.

방법이 생기겠지.

기쁜 마음으로 이사를 하고 하루, 이틀, 한 달을 기다려도 세입자나 매수자가 나타난다는 소식은 없었다.


그 사이 이자는 처음 계약보다 100% 넘게 올라 공실의 집을 135만 원의 월 이자를 부담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그땐, 생돈 백만 원 이상이 공중에 뿌려지는 걸 보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것이지만 급여의 절반가량을 매달 휴지조각이 되는 걸 보고 있노라면 말 못 할 화가 쌓였다.


그나마 위안이 된 건, 별도의 대출 없이 현재 살고 있는 집에 들어왔고, 나름 모아둔 돈과 양가의 지원으로 중국에서 쓰던 헌 가전에서 번쩍번쩍 새 가전으로 갈아타며 식세기와 타워 건조기가 있는 삶을 누린다는 점이었다.


월세도 1/3로 줄어 향후 전세가 만기된 후에 덜어질 부담을 생각하며 휴짓조각이 되는 돈을 애써 떨쳐내었다.


소소하게 좋았던 생활의 편리도 있었다.

거리상으론 일산이 대학원과 더 가까웠으나 新신도시를 위한 교통은 통학하기 더 편리해졌다. 집 앞에 놀이터가 있어 봄부터는 아이와 멀리 나가지 않고도 놀 수 있는 공간이 생겼다.



봄이 지나고 벚꽃이 떨어지자 영원히 빠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텅 빈 집의 전세가 예정대로 끝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다.


만기 일자에 다다른 일자로 새 집주인이 잔금을 치를 것이고, 실거주를 할 예정이니 우리의 전세보증금은 무사히 7월 전에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이런저런 부수입이 생기고, 5월 이후부턴 휴짓조각이 되는 돈에 관심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6월이 끝나고 우리가 만기 되지 않은 전셋집에 바친 돈을 계산해 보니 이자와 관리비까지 합해서 700만 원이 조금 안되었다.


신기했다.


당시엔 쓰지도 않은 돈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마음이 불안했는데 오히려 돈을 다 쓰고 난 뒤에는 후련하고 미련 한 톨 생기지 않았다.


게다가 그 당시 힘들었던 마음과 불안했던 정신은 한 해를 돌아보며 애써 기억하니 떠오르는 '추억'이 되었다.


힘들었던 일은 정말 다 지나갔고, 그 집에서의 좋은 추억, 집주인이 선물해 준 딸내미의 장난감, 이사 온 집의 아늑함과 편안함만 구석구석 남아있다.


모두의 마음속에 힘들었던 2023년은 다 지나가고 새롭게 맞이할 2024년을 잘 준비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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