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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니 Apr 03. 2020

IELTS 공부수기

독학부터 과외, 화상회화까지

2019년 1월부터 2020년 2월까지의 IELTS 대장정

*IELTS란? 국제공인영어시험 중 하나로 영국, 호주, 캐나다 등 국가에서 이민과 진학을 목적으로 제시하는 시험, 듣기/읽기/쓰기뿐만 아니라 원어민과 면대면으로 시행되는 말하기 시험도 있어서 시험비용이 매우 비싸다. 토플이 20만원이 안되는 돈이라면 아이엘츠는 30만원 가까운 금액이 든다.


1. 독학

2019년 1월

중국에 살면서 중국에 있는 대학원을 진학할 생각을 갖고 있을 때부터 중국어 자격증 시험이 끝나면 아이엘츠 시험도 치면서 영어 자격증도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국에서 혼자 공부하기 위해 시원스쿨 인강으로 기초반을 수강한다.


문제가 참 쉽다.

실전의 벽에 좌절하기 쉽다.

IELTS가 무엇인지 개요로 보기엔 좋음

인강 6개월, 기본 교재 6권 무료로 제공해서 가성비 면에서 좋아서 신청했다.

당연하게도 다 듣지 못하고 종료되었고, 교재만 풀어봤다.



2. 과외

2019년 상반기는 중국어 시험과 회화 공부로 6개월을 보내다가 8월 첫 시험을 본다.

컴퓨터로 쓰기를 풀어야 기본은 할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컴퓨터 시험을 알아봤더니 내가 사는 중국동네에는 없어서 한국에 남편과 휴가갔을 때 가서 시험봤다.아이엘츠 시험접수라고 검색창에 치니 idp가 제일 먼저 떠서 나는 idp만 아이엘츠 시험을 주관하는 곳인 줄 알았더니 나중에 보니 영국문화원이 있었더라. idp는 호주 주관사, 영국문화원은 영국 주관사였다.

처음치곤 잘 봤다고 생각한 1차 시험 성적표

중국어 자격증 시험 공부와 논문 작성으로 인해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는데도 5.5라면(목표점수 전체 평균 6.5) 조금만 노력하면 되겠구나, 오만했었다.


집에 돌아가서 문제를 풀지만 아무리 풀어도 반타작이 안된다. 심각하다.

때마침, 부인과 질환으로 인해 한국 가서 치료를 받으러 가는 길에 한달간 과외를 받기로 했다.


참고로 토익은 600점대였고, 태어나서 한 번도 영어공부를 2개월 이상 본격적으로 해 본적이 없다. 늘 작심삼일에 그치기 마련이었고 그나마 나온 토익 점수도 1년 반 넘은 해외봉사단원 활동으로 인해 어쩔수 없이 조금 늘어서 오른 점수였다. 대학교 졸업직후에는 400점대였다.


아이엘츠 카페에 가입해서 후기를 봤지만 후기만으론 개개인별 문제점을 파악해주지는 못한다. 기초가 없는 상태라 남들은 리딩/리스닝은 기본 점수 맞고 말하기에서 고전해서 문제라는데 난 다 문제였다.


문제 해결을 위해 학원을 갈지 과외를 할지 고민하다가 아이엘츠 학원비는 토익학원비에 3배 이상이었다. 게다가 강남에 주로 포진하고 있어서 경기북부권에 사는 시민은 망원동에서 과외를 할 수 있는 선생님을 찾았다.


선생님의 족집게 과외는 말하기 수업엔 별로 도움이 못 되었으나 한국식 리딩/리스닝 공부방식은 문법공부 한 번 제대로 안 해본 나의 영어 기본기를 고3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셨다.


듣기

디테일을 못잡는다. 교재추천. 연습하라. 나같이 게으르고 의지박약인 학생들은 기탄수학 같은 연습형 교재가 필요하다. Perfect IELTS Listening 책을 추천했고 총 2권의 듣기 빈칸 연습 문제들을 유형마다 풀어나갔다. 그마저도 게을러서 9월에 사 놓고 다음 해 12월에 겨우 끝냈다. 받아쓰기도 좋지만 의지박약러들에겐 연습문제용 교재가 좋은 듯 하다.


읽기

아이엘츠 준비자들에게 교과서같은 캠브릿지 아이엘츠를 산다. 현재 14권까지 나온상태, 보통 가장 최신판인 10권부터 14권까지 사서 푼다.


중국 인터넷 쇼핑이 더 싸게 판다고 해서 중국에서 사서 한국에 들고왔다.

문제를 아무리 풀어도 실력은 제자리다. 단어를 나름 내 분야에서 안다고 자부했건만 다른 분야 얘기 나오니까 영어 처음 배운 사람처럼 어휘력이 제로에 가까웠다.


게다가 문장구조를 못 찾아서 해석이 안된다. 나의 문제는 주어,동사,전치사 찾기가 안되어 같은 문장을 봐도 '그녀는 가방을 들고 강아지를 불렀다.'를 '그녀는 가방과 강아지를 들고 누굴 불렀다.'로 해석하기 일쑤였다.


과외샘의 공부 방법은 고3 수험생 같았다. 찾으면 체크하라. 문장구조를 찾아서 동그라미 세모 네모 괄호치고 형광펜 죽죽 긋기. 문제를 풀고나면 답이 되는 문장 찾아서 표시하기 등을 시전했다.

고3때도 이렇게 표시하면서 공부한 적이 없었다.

단점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것. 저 위의 지문 하나를 공부하기 위해서 이틀을 소비했다. 지문 하나 푸는데 한 시간(20분 안에 풀어야 한다), 해석 하면서 형광펜 긋기 반나절, 모르는 단어 외우기 반나절, 문제 보면서 정답 찾기 반나절이었다.


책 한권을 다 풀어도 도저히 시간안에 문제 푸는건 불가능했다. 그러다 두번째 책을 펼치는 순간, 어휘가 반복되면서 해석이 조금 수월해짐을 느꼈다. 여전히 문제풀이는 반타작에 그쳤지만 느리더라도 하자,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꾸준히 하면 더 들 시험비 덜 들게 만들수 있다.

어휘력을 무시하지 말자, 그러나 따로 시간내 공부하기 보단 머리에 벽지를 바르듯이 반복적으로 문질러주는 작업을 했다. 풀었던 지문을 보고 또 보고 단어가 기억이 안나면 그 단어가 나온 문장으로 돌아가서 다시 읽으면서 어휘를 익혔다. 짬있는 시간에 스펠링과 뜻을 머리에 바르자. 장담컨데, 5번 바르면 뉘앙스라도 남는다.


쓰기

파트별로 전략이 있다.

파트1은 있는그대로 기술한다.

주제문장-최고최저점-퍼센트순으로 나열-정리문장

파트2는 논리력을 동원하고 구조 순서를 외워서 앞머리를 작성한다.


나의 문제는 숲 전체를 보는 것이었는데 만약 문제가 [교통체증의 문제로 어떤 사람들은 공중교통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고, 어떤 사람들은 자가용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한다. 당신의 의견은?] 이라면 내 대답은 현대사회에서 교통체증은 큰 문제다. 석유가 어쩌고, 환경이 저쩌고, 기차가 저쩌고, 그러다가 문제가 제시한 공중교통수단, 자가용, 길, 만들다, 같이 출제자가 듣고 싶어하는 얘기는 한 문장 쓰고 끝낸다. 나무를 보려는 노력을 했다. 오프토픽이면 글자수를 채워넣어도 탈락이라고 했다.


이런식으로 언제 공부해서 점수 내냐, 2년은 족히 걸릴거라 생각한 3주가 지나고 시험을 쳤다.

원어민과의 스피킹 연습이 없어서 확연하게 떨어진 점수, 그러나 라이팅 점수가 올라서 훗날, 재채점을 신청할 자신감의 근거가 된다.

3. 스카이프 화상영어

이제 다른 공부방법은 익혔다. 해결되지 않은 숙제인 스피킹을 해결해야 했다. 스피킹 문제는 몇 달에 한번씩 반복될 정도로 주제가 정해져있지만 어쩌다 한 번 새로운 주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모든 주제를 스스로 뽑아서 답을 만드는게 방대해서 엄두도 안 나서 스카이프 화상영어를 신청한다.

두 곳 정도 광고 나오는 곳에 시범 수업을 하고도 결정을 못하다가 미국에 있는 선배가 추천해 준 아이엘츠 전문 화상영어로 시작했다. 시간대비 알차고 저렴했다. 필리핀 선생님들과의 일반 전화영어와는 달랐다.


방식은 정해진 시간에 스카이프 전화가 오면 구글 도큐먼트에 들어가서 원격으로 라이팅 지도를 받거나 스피킹 수업땐 내 대답을 바로 적으면서 수정을 해주고 다시 한 번 연습하게 했다. 숙제로 라이팅은 하나씩 작문하고, 스피킹은 그 날 배운 것 녹음해서 게시판에 올리기였다.


오히려 회화를 조금 해봤으니까 외국에도 살았고, 덜 버벅대지 않을까, 했는데 이게 웬걸, 난리났다.

    - 질문 : 당신의 고향은 어디고 고향에서 유명한 행사를 말해보시오

    - 정답 예시 : 제 고향은 경기도 파주고, 북한과 접경선에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장단콩 축제가 있는데 전통 음식인 된장을 만드는 데 쓰이는 재료입니다. 맛과 품질이 좋아 행사기간에 품절이 됩니다.

    - 실제 내 대답 : 어, 내 고향은 파주, 한국의 북부 동네입니다. 북한과 가까워요. 축제는, 축제, 엄,....장단콩 축제라고 있어요. 장단은 동네 이름인데 우리 고향(?)이에요. 콩은 콩이에요. 이건 북한쪽이랑 가까워요. 그러니까 그 축제는,......끝


정해진 시간안에 분명하고 확실하게 말하려면 고민하는 시간을 3/1로 줄여야 했다. 아무리 해도 새로운 질문을 받으면 머리가 멍해지고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겠어서 미칠 노릇이었다.

    - 질문 : 가장 좋아하는 영화 이름과 왜 좋아하는 지 말해봐

    - 내 대답 : 어, (가장 좋아하는 영화?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너무 옛날 영화, 뭐 있지) 어, 토이스토리? 토이스토리는 어린이의 동심에 관한 이야기야. 감동적이야. 어릴 때 봤는데 재밌었어.

    - 질문자 : 왜 재밌었어?

    - 내 대답 : 어, 어, 재밌었어. 왜냐면 영화가 흥분되고 감동적이라서 재밌었어.

    - 질문자 : 그래서 왜 흥분되고 감동적이었냐고

    - 내 대답 : 어, 인형과 어린이에 대한 영화야. 그건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이야기를 말하지. 귀여우면서도 감동적이야.

    - 질문자 : 그러니까 왜 귀엽고 감동적이냐고, 무슨 얘기 하는 영화였는데


뭐, 이런식의 대화였다. 한국어로 적으니까 문제점이 보이지. 그냥 말로 할 땐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겠었다. 그렇게 화상영어 선생님은 화면 너머에서 점점 웃음을 잃어가시고 나는 대환장 파티의 출구없는 터널에서 헤맸다.


그렇게 출구 없는 터널 속에서 두 달 하다보니 반복되는 주제들이 눈에 들어오면서 더듬거리는게 좀 줄어들었다. 모든 토픽을 다루진 못해도 예상 답안이 있으니 다른 토픽에서도 써먹기 편했다. 돌려막기가 가능한 표현들을 많이 배웠다. 숙어를 정리해서 외우기 쉽게 알려주셔서 도움이 됐다.


그리고 툭툭 빨리 대답하고 그 뒤를 이어가는 대화의 기술이 조금 늘었다. 아, 어, 음, 의 무한 반복이 죄금 줄어들었고 운이 좋으면 외운대로 말할 수도 있다.

(완벽하게 암기하는 게 아니라 말해야 하는 요소를 다 말하고, 중요 표현들을 써먹는 것)


그렇게 또 다시 명절 휴가를 맞아 한국에 왔고, 이번엔 스피킹 점수가 idp보다 후하다는 영국문화원에서 시험을 봤다. 결과는 제자리였다. 5.5 영원히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굴레에 빠진 듯 좌절스러워하자 남편이,

"안되겠다. 너는 이제 매 주말마다 시험쳐라. 가끔 보니까 시험에 안 익숙해져서 더 못보는 것 같아. 점수 나올때까지 계속해."

엥? 실력이 제자린데 돈만 버리는 거 아냐.

반문했지만 자기의 생각이 옳다며 그 자리에서 바로 다음주 시험을 결제시켰다.


그러나 누가 그러던가. 시험은 운7기3이라고. 네번째 시험에서 원하던 점수에 살짝 못미치는 턱걸이를 맛보게 된다.

0.5점 올리는 게 이토록 어려운 일일줄이야

만족하지 말라며 바로 다음주 시험까지 연달아 본 나는 역시나 다시 5.5의 굴레에 다시 갇히게 된다. 게다가 그 다음주 시험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무기한 연기되면서 시험이 취소됐다.


'아까운데, 라이팅 시험 지난번 6.0 때랑 비슷하게 내용 채운 것 같은데 재채점 한 번 해볼까?'



4. 재채점

라이팅 0.5점 모자라서 영국에 있는 대학원을 지원 못하게 되어 아까워서 카페 후기보고 재채점 넣었다. 환율 올라서 16만원. 비싸다. 그래도 시험비가 더 비싸니까 신청. 인터넷 신청하고 입금하면 신청서 출력해서 작성하고 보낸다.


소요  16일 

결과 성공!!

영국대학원 지원!


고민 끝에 재채점 신청하고 2주간의 기다림이 지나고 잊고있던 순간, 띠링~ 메일이 날아왔다.

재채점이 성공하면 환불 안내 메일이 온다고 했다. 나는 라이팅만 재채점 신청해서 무조건 0.5점 이상은 오르게 되어있어서(떨어지는 건 없다) 신나서 펄쩍펄쩍 뛰며 남편한테 전화했다.


수고했다며 남편말을 들으니 다 잘되는 거 아니냐는 유효한 잔소리를 들으며 퇴근하던 그 날의 기억은 정말 감격스러웠다. 여전히 내 수준은 5.5에 머물러 있지만 별거 아닌 시험 점수에 매달려서 앞으로 못 나가던 막다른 골목이 펑 뚫려서 속이 후련하다.

점수가 변동되면 무조건 오른 것! 재채점 비용은 환불합니다, 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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