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대학원을 가야 해?
2019년 여름부터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되는 Distance learning 과정의 영국 대학원 지원을 결정했는데 코로나로 모두가 원격 수업하는 시기가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이럴 줄 알았는지 알아서 원격수업 고민한다고 했을 때 흔쾌히 그러라고 결정해 준 남편의 선견지명이 대단합니다.
남편의 선택 최고!
왜 온라인 석사과정을 선택했는지 확인하러 가기
[중국에서의 삶 시작] https://brunch.co.kr/@sanoni/19
코로나 19로 모든 공교육이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기 전부터 원격 대학교/대학원은 영미권에서 역사가 깊다. 1900년대 초부터 우편 수송이 발달되면서 원거리 학습을 영국에서 도입하기 시작했고 1990년대부터 이것에 발을 들인 미국이 원격 MBA 대학원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온라인 석박사 대항해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와 다르게 온라인 석사 과정이 따로 인가를 받은 사이버 대학이 아니라 원래 있는 대학 안에 있는 교과과정이라서 실제 캠퍼스에서 수강한 학생과 동일한 졸업장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사이버 대학은 사이버 수강만 가능하거나 평생교육원 같은 교육 이수자 배출이 주 타겟층이지만 영미권의 온라인 대학원 과정은 우리로 치면 특수대학원(야간/주말 수업)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물론, 면대면으로 하는 것보단 접근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보완하기란 어렵지만 말이다.
보건학의 역사적 이유 때문에 국제보건 및 역학조사가 장점인 영국의 보건학 석사 제도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학교 이름 인지도는 떨어지지만(옥스퍼드, 캠브릿지 제외) 연구 명성도가 높으며 무엇보다도 학비가 3배 가까이 저렴했다.
미국은 학기마다 온 캠퍼스 세션이 필수였고, 그 비용 저 비용 다 따져보니 거의 1억 가까이 내야 졸업이 가능했다. 그에 비해 영국은 전체 2년~2.5년으로(최소기간) 총 2000만 원 안팎이었다. 순위가 높은 학교일수록 비싸지긴 했지만 그래도 3000만 원과 1억을 비교하자면 더 저렴한 쪽에 마음이 끌렸다.
이러한 장점으로 영국 보건학 석사과정을 선택했고 국제학생들에겐 아이엘츠 점수 외엔 크게 요구하는 게 없지만 그 한 가지가 최대 난관이라는 함정이 있었다. 미리 영어 점수 없기 전부터 지원해서 합격 오퍼를 받을 순 있지만 어디까지나 점수가 만들어져야 입학이 가능하다는 전제조건은 같았다.
*성적도 4.5 기준에 3.75 이상 혹은 3.5 이상이 기준이나 관련 경력이 있으면 상관없다는 전제를 달아놓았다.
눈물 나는 아이엘츠 수기 https://brunch.co.kr/@sanoni/21
어찌어찌 영어 점수를 만들고 나니 필요한 서류들을 준비해야 했다.
1. 졸업장/성적표/영어성적표
졸업하고 이직을 위해서라도 USB에 잘 담아두자
2. SOP/CV
SOP = 학업계획서, CV = 이력서
구글링 해서 포맷 다운로드하여서 내가 원하는 양식으로 작성하고 첨삭 싸고 빠르게 해주는 곳 찾아서 오탈자/문장 수정했다. 졸업생한테 기타 첨삭은 안 받고 그냥 한국 대학원 원서 썼듯이 왜 공부하려는지, 무슨 일하는지, 무슨 연구 할 건지 등을 작성했다.
한국에 있는 보건대학원 지원 과정 확인하기
[보건대학원 지원과 합격] https://brunch.co.kr/@sanoni/34
3. 대망의 추천서
- 교수님 1장
- 이전 직장 상사 1장 (선임연구원급/해당 경력 10년 이상자이면 됨)
추천서는 미리미리 준비하자. SOP와 마찬가지로 구글에서 다운로드한 자료로 추천서 초안을 작성한다. 교수님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학생이었고 무슨 말을 해줬는지 등을 쓰며 얘는 잘될 거야, 공부 성실히 할 거야, 너네 학교에 기둥이 될 거야, 식으로 쓰고 메일로 확인 부탁드렸다. 직접 수정해주시거나 구두로 수정 부분을 알려주신다.
두 분 다 내가 쓴 초안보다 플러스 알파로 칭찬+칭찬글을 써주셨다. 자기 칭찬이 인색한 내겐 거의 표창장 추천글 수준이었다. 이 정도는 돼야 추천서라고 하셨다.
+코로나 19 때문에 주말에도 일하시며 써주신 교수님, 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린다.
지원학교들은 오로지 아이엘츠 성적순으로 갈 수 있는 유럽/영국 내 온라인 석사 과정을 찾아서 리스트에 올렸다.
① overall 6.0 (speaking 6.0 이상)
Wageningen University
와겐닝겐 네덜란드 발음으로 바헤닝언
농업기술 대학 부분 세계 1위
전공은 영양역학과 보건학이라서 영양 전공이 아니라 괜찮을까 의구심이 들지만 일단 붙고 나서 생각해보기로 결정하고 지원했다. 추천서는 필요하지 않았다.
지원 2주 만에 연락이 왔고, 졸업장과 성적표를 보내라고 메일이 왔고 바로 보냈다.
축포를 너무 일찍 터뜨려서 그런가, 서류를 보내자마자 아이엘츠 재채점 결과가 나오고 점수가 올라서 기존에 지원하고 싶었던 영국의 학교들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② overall 6.5 (each 6.0 이상)
보건학에서 상위 랭크를 차지하며 온라인 과정 전통이 오래된 곳들은 아이엘츠 7.0 이상을 요구했다. 7.0의 벽이 너무 높아서 그보다 낮은 6.5로 설정하고 6.5 기준으로 지원이 가능한 학교들을 봤다. 아래 사진은 세계 랭킹 Top 10 위권 학교들인데 보건학으로 제일 유명한 영국의 학교는 London School이다. 아마 타 분야의 사람들은 당연히 옥스퍼드, 캠브릿지가 최고일 거라 생각할 테지만 전공 분야 순위로 따지면 다르다.
카이스트나 포스텍이 대한민국 내 공대 계열 중 최고인 것처럼 각 분야마다 특성화된 교육기관이 있으니 잘 찾아봐야 한다.
당연히 나는 위의 순위의 학교들은 지원할 수 없다. 영어 점수가 모자라고 학비가 비쌌다. 그래서 찾은 학교들 중에 의학, 간호학 순위가 영국 내에서 10위 안에 들고, 원격 수업 평가가 좋은 학교 세 곳을 추렸다.
수업과정과 시작하는 달, 비용 등을 보기 좋게 정리하고 해당 학과 홈페이지를 수시로 들락거리며 정보를 얻었다. 세 군데 다 지원하고 합격 레터를 받아 들었다. 최장 4-8주 걸린다고 쓰여있는데 보통 2-3일 만에 답장이 왔다. 혹, 늦는다고 생각이 든다면 무조건 메일을 보내야 한다. 까먹거나 서류가 뒤로 밀려있을 가능성이 높다.
영어점수만 얻으면 그다음은 수월할 줄 알았으나 우리나라와 다른 학점 체계, 지원 서류의 방대함, 추천서를 얻기 위한 백만 년 만의 교수님과의 연락 등 하고 나면 별거 아니지만 하기 전엔 귀찮고 답답한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도 영어공부에 비하면 시간이 훨씬 적게 걸렸다. 만약 지원하기 무섭고 어려워 망설인다면 일단 해당 학교 지원 사이트에 회원가입 먼저 하는 걸 추천한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진리다.
학교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와서 가까운 친구들에게 물어봤으나 이런 건 관련 전공자나 관심 있는 지원 예정자와 의논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다. 그래서 추천서를 써 준 이전 직장 상사인 연구책임자 선생님을 찾아갔고 선생님은 듣자마자,
"런던에 있는 K학교가 좋긴 한데 학위논문 쓰는 과정이 없어요. 다른 곳은 있고요. 졸업논문 안 쓰고 석사 졸업장 받아도 괜찮을까요?"
"저널지에 실린 논문이 있는데 무슨 상관인가요. 빨리 졸업이 가능하고 순위와 인지도가 조금이라도 높은 곳으로 가세요."
선생님 한 마디에 결정을 하고 다음 날 바로 Deposit(보증금)을 내고 입학 안내문을 받았다.
*진학하는 학교는 King's College London인데 나이팅게일이 간호학부를 처음 설립한 학교라 간호학 세계 1위인 학교라고 한다. 학부와는 전공이 달라졌지만 의미 있는 것 같다.
이렇게 어지러운 시국에 공부를 하게 됐다. 열심히 해서 감염/비감염 질환을 막는데 일조하는 보건 연구자가 되어야지. 포기하지 않고 지금의 길을 걸어가게 해 준 나 자신과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하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