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다
연구원으로 일하면서 꼭 써야 하는 논문을 쓴 지 어언 1년이 지나서야 몇 차례 수정과 퇴짜를 겪고 4계절이 돌아서 출판을 승인받았다는 메일을 받았다. 도대체 석사도 못한 애가 간호사 경력만 가진 애가 어떻게 영어로 논문을 쓰고 SCI 저널에 출판했는지 이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모르던 시절로 돌아가서 하나씩 살펴보자.
논문이란?
- 논문(論文, 문화어: 논문)은 어떠한 주제에 대해 저자가 자신의 학문적 연구결과나 의견, 주장을 논리에 맞게 풀어써서 일관성 있고 일정한 형식에 맞추어 체계적으로 쓴 글이다. 영어로는 thesis, dissertation, paper라고도 한다. [출처: 위키디피아]
SCI란?
- 과학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은 미국의 ISI에서 1960년에 만든 인용 색인이다. 지금은 Clarivate Analytics가 소유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디어그룹 Thomson Reuters(톰슨 로이터스) 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에 등재된 학술지를 SCI journal이라고 한다.
국제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많이 인용되는 저널들이 주로 등재된다.
+ SCI(E)는 Expanded의 약자로 SCI에서 약 4000여 종의 저널을 추가로 수록한 것으로 SCI급보다는 다소 떨어지지만 영향력 있는 저널로 인정받는다.
[출처] SCI/SCI(E) 논문의 의미, Impact Factor란 (검색)|작성자 immune specialist
임팩트 팩터 (Impact Factor)란?
- 저널의 영향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바로 Impact Factor(영향력 지수, 피인용지수)이다. IF가 높을수록 높은 위치에 해당하며, 영향력이 있는 저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IF수치는 계속 변화하는데 IF=학술지의 논문이 인용된 총 횟수 / 학술지에 수록된 논문의 수
로 산출된다.
[출처] SCI/SCI(E) 논문의 의미, Impact Factor란 (검색)|작성자 immune specialist
- 임팩트 팩터(이하, IF)가 높으면 무조건 좋은 논문일까?
의학 관련 부분에선 의심할 여지없이 인용이 많이 될수록 영향력이 높은 논문이라고 여기지만 컴퓨터 과학, 수학, 국제 보건 등의 분야에선 과연 피인용 지수를 가지고서 좋은 논문이라고 한다는 데에 의심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인용지수가 높다는 의미는 많은 분야에서 활발하게 논문을 쓰는 분야이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수학의 경우 가장 높은 저널지의 IF가 3-4점대인데 수학자로서 해당 저널에 평생에 한 번만 게재되어도 가문의 영광이자 학계의 영광으로 칭송받는다 한다. 내가 게재한 저널지는 5점대가 넘었다. 그럼 나는 수학계보다 뛰어난 저널에 게재한 것일까?
절대 아니다.
학계마다 연구 범위와 연구의 적용이 다르기 때문에 논문을 냈다는 것만으로, IF가 높은 저널지에 게재되었다는 것만으로 뛰어난 연구업적을 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점수가 높은 곳일수록 '상대적으로' 설득력 있는 연구결과를 입증했다고 주장할 수는 있으나 전 분야에 걸쳐 모두가 동일한 기준으로 측정될 수 없기에 '절대적으로' 그렇지는 않다.
1 저자란?
- 연구에 가장 큰 기여, 대부분의 원고를 집필, 편집한 저자로 보통 논문의 제1저자를 말합니다. 또한 저널과 연락을 담당하는 교신 저자(Corresponding Author)의 역할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위키디피아]
억셉, 리젝, 리비전, 피어 리뷰어 등등
- Accept(억셉)은 승인, Reject(리젝)은 불합격, Revision(리비전)은 수정된 논문, Peer reviewer(피어 리뷰어)는 동료 검토자를 의미한다. 논문을 저널에 내자마자 바로 승인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일은 기적에 가까운 확률이다. 그래서 답변이 오는데 무슨 답변이 왔는지를 말할 때 연구실 안에서 저렇게 소통한다.
- 동료 검토자는 저널에 내는 논문들은 검토를 거치는데 딱 정해진 심사위원이 있는 게 아니라 같은 분야의 다른 나라 연구자들을 내가 직접 추천한다(필수인 저널지도 있고, 아닌 곳도 있고, 싫어하는 검토자를 꼭 써내야 하는 저널지도 있다). 교수든, 주니어 연구원이든, 동종업계 종사자라는 의미에서 동료라고 칭하며 동료에게서 검토를 받고 승인을 받기에 해당 분야에서 인정을 받았으니 출판을 승인하겠다는 의미를 '논문을 냈다'라고 한다.
시작은 연구원 일 시작하면서 1년에 논문 한 편을 출판하는 목표가 있었다. 퇴사하고 나서야 이뤄졌지만 아무것도 아닌 내게 끝까지 기회를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소속은 공동연구진 선생님이 설립한 연구소 소속으로 되어있고 소통은 메일을 통해서 했다.
2018년 상반기에 논문 작성을 끝내고, 투고 후 수정, 수정 등을 하다가 2019년 가을에서야 결과를 획득했다.
당연히 해야 하는 걸로 알고 했는데, 되돌아보니 학위 논문 없이 실전 영역에서 논문을 먼저 낸 셈이다. 졸업장 따기 전에 간호사 면허증 딴 거라면 비슷한 예시이려나. 여하튼, 아직 학사 졸업장밖에 없는데 거꾸로 가는 나의 경력은 언제쯤 제대로 된 대학원 졸업장과 같이 발맞춰 가는지 모르겠다.
이런저런 얘길 해도 나도 잘 모르는 시절엔 어려운 거 했나 보네, 하고 넘겼는데 실제로 해 보니 동종업계 사람들은 안다. 얼마나 길고 복잡해 보이는 과정들을 지나왔는지 말이다.
과학논문은 결과가 있어야 한다. 실험실에서 하는 실험은 실험 데이터, 의료는 환자 자료 차트 등의 데이터, 나는 환경역학이라서 환경 물질 조사한 전국 데이터를 빌리기 위해서 데이터를 가진 기관에 데이터 좀 주십시오, 신청서를 쓰고 받는다. 국가 기관에서 수집한 자료들은 공개를 목적으로 하고, 여러 학교와 기관에서 논문을 써서 연구실적을 내는 것에 의의가 있기에 모두 공개한다. 물론, 개인 식별 정보는 당연히 일련번호로 바뀌어 제공된다.
데이터가 오면 안내문을 읽고 어떤 변수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내가 쓰는 통계 프로그램에 돌린다. 요리조리 정리하고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확인한다. 간혹 예-1, 아니오-2 인 변수인데 3이 갑자기 있는 경우가 있다. AI가 하는 일이 아니라서 실수가 있을 수 있으니 두 번, 세 번 확인한다.
기본적인 데이터 정리가 끝나면 연구 주제를 정하고 기존에 출판된 같은 주제의 논문들을 리뷰한다. 물론, 대학원이나 연구실에서는 미리미리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무엇을 연구할지 정리해 두기에 어떤 것을 통계 분석해야 할지는 기본적으로 알고 있는 상태이다.
환경물질과 갑상선 수치 변화를 확인해 보고 싶어 관련 있는 변수들을 보정하고 원인 변수와 결과변수를 두고 통계 분석을 돌린다. 예상대로 나오지 않으면 계산식을 요리조리 변형해 본다. 결과를 조작하는 일이 아니고, 간단히 말하자면 평균값으로 결과를 보냐 중간값으로 결과를 보냐의 차이 정도이다. 이론이 변하진 않지만 표현이 달라진다. '물질이 갑상선에 변화를 일으킨다.'에서 '물질이 갑상선 수치 하나에서 하강의 정도를 보인다.'로 구체화된다.
결과가 나오면 결과표를 작성하고 초고를 저자들끼리 나눠 쓴다. 교신저자가 이를 나누고 언제까지 모아서 정리할지 정한다. 다 모으고 교신저자가 수정할 방향을 알려준다. 보통 학위논문에서 교수님이 교신저자고 학생이 이름 순서에 따라 1 저자, 2 저자가 된다.
다 쓰고 교신저자가 됐다고 하면 저널에 투고한다. 저널지마다 원하는 형식이 있어서 저널지가 바뀔 때마다 스타일을 바꿔서 투고해야 한다. 글씨체, 글 간격, 참조 문헌 형식 등 저널지가 원하는 일관된 양식으로 바꾸고 저작권 동의, 원하는 리뷰어 정하기, 기업에서 돈 받고 한 연구인지를 확인한다. 이러한 사항들은 친절하게 영어로 저자 가이드에 빼곡하게 적혀있으니 하나하나 참고하여 준비해서 투고하면 된다. 길고 긴 대학원 원서 접수 같다.
짧게는 한 달 전후, 길게는 두 달 이상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저널지의 에디터가 교신저자에게 답변을 보낸다. 직진인지 백(back)인지 알려준다. 성실하게 어디가 좋은지 안 좋은지 알려주고 첫 번째로 낸 저널지에서는 시원하게 백(back)을 먹었다. 이유는 자기네 저널지 성격에 맞지 않으니 다른 곳에 내 보라고 권유했다.
결정적인 통계적 결함을 지적받았고 리뷰어가 지시한 대로 오류가 있는 부분은 수정했고, 도저히 바꿀 수 없고 추가할 수 없는 부분들은 남겨뒀다. 수정된 논문은 권유받은 저널지에 투고했고 아이러니한 것은 Impact factor가 더 높은 곳에서 승인이 됐다. 그러니 논문을 미워하지 말자, 때에 따라 리뷰어에 따라 저널지에 따라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는 것이라 배웠다.
역시 그다음 저널지에서 온 답변은 마이너 한 부분들이었다. 글 간격 맞춰라, 동사를 바꿔라 등의 자잘한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수정본 올리고 기다렸다. 빠르면 일주일, 보통 한 두 달 이내에 결과가 온다. 결과도 너무 안 보내주면 몇 번 보채야 한다. 하다 하다 결과를 안 보내주면 그냥 취소하겠다고 하고 다른 저널지에 내기도 한다.
그렇게 보건연구원을 한 지 2년 1개월이 된 시점에 논문이 승인되었으니 최종 내용 확인을 바란다는 메일이 오고 저자들끼리 연락을 한다. 축하합니다. 수고했습니다. 마무리하시죠. 덕담과 훈훈한 인사를 나누며 승인 버튼을 누르면 길고 긴 투고의 과정이 끝이 난다. 빠르면 6개월 전후, 늦으면 나처럼 1년, 2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박사과정으로 SCI급 논문을 꼭 내야 한다면 입학부터 졸업할 시즌을 생각해서 미리미리 빨리빨리 연구 결과 내고 논문 작성을 끝내야 한다. 기다림의 시간은 길고 지루하며 답변은 장황하다.
*음반이나 사진은 저작권이 창작자에게 있어서 수입도 창작자에게 가지만 논문은 모조리 중간 출판업계가 가져간다. 연구자에게 명예를 주는 대신에 모든 수입은 저널지가 가져간다. 여전히 논란이 되는 대목이다.
내 논문도 50일 이내에 pdf파일을 다운로드하지 않으면 돈 주고 사서 봐야 한다.
+ 집에서 논문 쓰면서 작업하는 걸 보던 남편이 돈도 안 되는 거 뭐하러 고생하냐고 하더니 내 이름이 실린 논문을 보더니 "아?! 너도 이름이 나와? 그건 교수님들이나 나오는 거 아냐?" 했다.
우리 논문 공장은 공순이들 이름 다 실어줘, 남편.
작년에도 쓴 논문이 있다. 올해가 되어서야 겨우 리젝 답변을 받아서 다시 수정하고 투고하는 과정을 시작한다. 새로운 논문도 써야 하니 코로나로 나가지 못하는데 집에 박혀서 논문 공순이로 살아야겠다. 빠르면 올해 안, 아니면 내년쯤 소식이 있을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