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FP가 벌린 일은 현재 진행 중
NGO 그만두고 정신없이 코로나에 빠져 살던 6개월간의 역학조사관 시간 동안 벌려놓았던 국제보건 연구는 진척이 있을 리가 없었다.
호기롭게 하고 싶다던 원래 맡았던 여성 청소년 중심 성생식보건에 대한 연구도 흐지부지 되었다. 정리하다만 데이터들만 잔뜩 갖고 있는 채로 진행이 되지 않아 이젠 내 손을 떠난 분야라고 생각했다.
임신을 하고 보건소를 그만둘 때 즈음 계속해서 끈을 놓지 않았던 다른 국가 프로젝트 담당 선생님이 계속해서 국제보건 연구를 하고 싶노라고, 자신도 결혼과 해외 거주로 해당 프로젝트는 사직했지만 데이터 구축을 위해 시작을 했으니 결론을 내보겠노라고, 연락을 해왔다.
그간 스스로, 연구 지도를 해주시는 자문 선생님과 함께 열심히 그간 모은 데이터를 정리하고 논문 작업을 위해 윤리 심의 준비도 하고 있었다. 본인도 결혼과 동시에 이민을 가서 적응하며 바쁘고 정신없었을 텐데 부지런히 자신의 노력을 헛되이 하지 않고 있었다.
새로 직장을 옮기고, 이사도 완료되어 시간이 생겨 다시금 합류하여 국제보건에도 한 다리 걸쳐놓게 되었다. 운이 좋은 것 같다. 나처럼 바쁘다고 팽개칠 수도 있었을 텐데 선생님 덕분에 끈을 놓지 않고 국제보건에도 연구 성과를 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
물론, 용두사미가 습관인지라 하다가 잘 안될 수도 있지만 그럼 어떠랴, 서로 재밌는 시간을 갖는 데 의의를 둔 모임이니 쪼이지 않고 해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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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학에서 핵심인 역학과 다르게 국제보건은 재미는 있지만 과학적인 접근보단 사회 현상학적이고, 정책적인 접근이 우선된다.
고로, 뭘 해도 의미가 있고, 뭘 말해도 주관적인 접근이라며 비판을 맞아서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경향이 있다.
논문을 봐도, 역학 일은 통계적 기법을 들어 논리를 증명하지만 국제보건은 논리와 결과의 타당성이 부족해도 ‘배경’을 들어 설명하고 이러한 난제를 풀어나가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결론짓고 있다.
우리가 그 의미를 어디까지 과학적인 수준과 논리성으로 잘 풀어내어 개연성을 갖게 하는 것은 순전히 역량에 따라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당연히 다수의 운도 따라야 하지만 말이다.
현재 하고 있는 연구 주제는 중남미 지역인 아이티에서 실행한 식수위생 보건사업의 결과로 얻어낸 설문 결과로 대상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아보고 있다.
아직은 통계 데이터를 돌리며 잘못 입력되거나 분류되지 않은 식별표를 하나하나 가려내는 기초 작업 중이다.
내가 무슨 연구에 흥미를 느끼고 하고 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아 태교의 일환으로 출산 전까지 눈알 빠지게 데이터를 볼 것 같다.
덧,
최근 나의 이전 코워커였던 현지 프로젝트 매니저에게도 연락이 왔었다.
다시금 연구 시작해보자고 말하고 싶었으나 현재 출산을 3개월 앞두고, 내년 복학까지 생각하면 괜히 또 일만 벌이다 말 것일까 봐 차마 그 얘기는 꺼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