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가격리까지 완벽히 끝내다
*본 글은 종이책 출간 전 발행 글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향후 출판 서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2020년 1월 30일만 해도 곧 이 상황이 끝날 줄 알았다.
2월에 잠깐 출장을 올 때만 해도 한동안 이렇게 가끔이라도 입출국을 하면서 얼굴을 보게 될 줄 알았다.
다 틀렸다.
3월 25일부로 중국은 모든 비자와 거류증을 말소시켰고, 중국밖에 있는 외국인들의 출입을 전면 금지시켰다. 남편이 오려면 2주 자가격리와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서 2주 자가격리를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 우리 사이에 더 이상의 대면하는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렇게 3월, 4월, 5월 봄이 다 지나가고 힘겨운 나날들이 지나가며 여름이 왔고, 6월에도 7월에도 기약 없는 기러기 생활이 계속되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에 남편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영영 한국으로 귀국하겠노라 했다.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고, 내가 파견을 나가게 된 후 3개월 이내에 오기로 했으니 예정일보다 한 두 달 정도 늦게 사직을 한 셈이다.
사직서를 내고 돌아오는 비행기 표를 예약하고, 차를 팔고, 이삿짐을 정리하고, 10월 초에 드디어 8개월 만에 한국으로 다시 들어왔다.
내가 살던 신혼집과는 그렇게 2달 만에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졌고, 남편과는 8개월 만에 재회를 했다, 멀리서.
공항으론 당연히 나갈 수 없었고, 자가격리를 하면서 물건을 건네주며 2m 이상 떨어져서 지켜보며 인사를 했다. 그래도 장난기가 많은 둘이라 그런지 막 그렇게 서글프고 애달픈 감정보단 무사히 다시 봐서 다행이라는 느낌만 가득했다.
2주간의 자가격리가 무사히 끝나고 드디어 우리는 다시 살림을 합쳤다.
게다가 꿈에 그리던 나는 직장을 다니고, 남편은 집에서 조신하게 살림하는 주부가 되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아침에 미리 일어나 도마를 두드리며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가 경쾌하기 그지없다.
남편의 경우, 배우자와의 동거를 위한 퇴사로 인해 실업급여 수급 조건이 가능하여 당분간 확실한 4대 보험이 없는 주부임이 보장되어 지난 3년간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보상받고 있다.
가급적, 그의 행복한 주부생활이 다소 오래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