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나'라는 퍼즐

끝내 맞춰질 수 있을까?

by 김사눅

며칠 전 나와 남편은 결혼 11주년을 맞이했다. 11년 전 우리는 앳된 얼굴을 마주 보며 영원을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금까지 무탈하게 지키는 중이다.

처음, 그리고 두 번째 결혼기념일까지는 나름대로 성대하게 보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념일에 대한 감흥은 무뎌졌다. 작년 결혼기념일에는 다른 날짜에 빨갛게 동그라미를 쳐놓고는 위풍당당한 얼굴로

"기념일은 기억하고 있지?"

라고 남편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날짜는 결혼기념일 전 주였고, 나는 민망함에 딸꾹질이 튀어나왔다. 심지어 올해는 결혼기념일 아침 '오늘 무슨 날이지 알아?'라는 남편의 카톡에 '그건 모르겠고, 몇 시 퇴근?'이라며 결혼을 기념하지 않겠다는 완강한 거부의사를 의도치 않게 내비치고 말았다.




우리는 5년이라는 연애를 결혼으로 마무리 지었다. 당시 나는 서른, 남편은 스물아홉이었다. 그때 우리는 꽤나 어른인 척했지만, 이제 겨우 20대를 넘긴 철부지였다.

지금으로 보면 급할 것도 없는 나이였지만, 당시에는 조급한 마음이 들었다. 주위친구들도 거의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30이라는 나이와 함께 결혼이라는 글자가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결혼은 마치 불주사를 맞던 날처럼 '카더라' 하는 소문만 무성하여 실체를 알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고만고만한 나이대의 친구들이 다 같은 출발선 상에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결혼생활, 시댁, 육아 등에 대해 제대로 된 정보와 조언을 줄 수 없었다. 때문에 불 주사를 맞던 날처럼 결혼생활도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세계는 불주사보다 더 아프고 독한 곳임을 아직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연애할 때는 일주일에 1번쯤을 겨우 만나 데이트를 하고 헤어졌기 때문에 다툰 날이 많지 않았다고 기억한다. 그런데 결혼을 준비하면서부터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하더니 첫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하루하루가 전쟁의 연속이었다. 과연 내가 원래 알고 있던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동안 몰랐던 모습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가장 큰 불화의 시작은 잠귀에서 비롯되었다. 부스스한 소리만 나도 잠이 깨버리는 잠귀 밝은 여자와 지금 당장 포탄이 쏟아진다 해도 꿈나라를 헤매고 있을 잠귀 어두운 남자가 함께 아이를 키우기란 매우 곤욕스러운 일이었다.

두 시간에 한 번씩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남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려 본인의 코 고는 소리가 아이의 울음소리를 이기려는 듯 지지 않고 더 크게 코를 골아댔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 내내 아이는 울어댔고, 아이의 잠투정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 한 나는 예민해 질대로 예민해져 있었다. 남편은 일어날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기에 어느 정도 이해해 보려고 했지만, 아이의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한 번 더 들리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남편의 베개를 확 낚아챘다.

"뭐야…? 왜? 왜 그래?"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고 눈도 못 뜨는 남편을 향해 나는 오장육부에서 끓어오는 짜증과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소리를 질러댔다.

"제발 좀! 일어나!! 나도 자고 싶다고!!"



11년이 지난 지금도 남편은 전생에 숲 속의 잠자는 왕자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깊이 잠든다. 가끔 편안하게 잠든 그의 얼굴을 볼 때면 내심 부러운 생각도 든다. 내 머릿속은 복잡한 실타래로 엉켜있어 한참을 풀다 보면 적막한 밤이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남편의 밤은 깊은 고요로 가득하다. 그 고요함이 화선지에 먹물처럼 퍼져 소란스러운 나의 밤까지 잠재우고 만다.


아내가 되고 엄마가 되고 결혼생활이 깊어지면서 나는 조금씩 알게 된다. 서로 다른 모습의 퍼즐 조각이 자리를 찾아 그림이 완성되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의 퍼즐을 함께 맞춰어 나가는 중이라고, 그리고 그 그림이 끝끝내 미완성 일지라도 퍼즐을 맞추면서 나누었던 우리의 시간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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