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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산 Jul 29. 2018

송종명 개인전

35. 전시회 관람



송종명 개인전을 관람 중인 친구의 모습



 1.

사람들의 작품이 어려워지고 장황해지는 이유는 두 가지다.


가. 작가가 느낀 감정의 결이 그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언어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거나
나. 혹은 그냥 그 작가가 할 말이 없거나.


할 말도 뚜렷하지 않고 + 또 그 말의 기저가 된 감정을 다양한 언어로 말하고 느끼지 못하는데도 + 그저 예술가라는 직함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 대개는 할 말을 찾으려 노력하기보다는 표현의 기술적 가능성들을 (즉 모방의 바다를) 표류하는 쪽을 택한다.


30년 동안 B급 그림을 그린다면 적어도 타란티노나 버튼처럼 B급의 대가는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너무나도 안일한 태도로 '꾸준함'을 숭배하기도 한다.


모방의 축적이라는 결말은 썩 유쾌하지

않으니까, 모방의 축적마저 예술로 단정 짓고 새 패러다임을 개척했다는 주장도 한다.


그러나 새 예술이나 기술의 지평을 여는 사람들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자기만이 할 수 있는 말을 하고 스스로도 그 말을 꼭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



2.
어제는 독립출판물 서점에서 이상한

아저씨를 만났다.

아저씨는 브레송 Bresson과 카파 Capa를 예로 들면서, 좋은 사진작가나 다큐 감독은 대상과의 관계에 집중한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들이 대상과 래포(Rapport)를 쌓는 방식과, 라이카(똑딱이)를 꺼냈던 타이밍 또한 특별했다.


유명한 사람들의 무방비한 모습을 찍을 수 있는 사람은 실제로 그 사람들과 절친한 브레송밖에는 없었다는 것이다.


제주 해녀들과 살면서 사진을 찍었던

하비 D.A.Harvey 이야기가 나올 때쯤엔

밥을 먹으러 도망가야 했지만, 그 이야기는 계속 남아서 오늘 전시를 보는 시각과

연결되었다.


사진들은 의외로 단순하고 솔직했다.

취미로 꾸준히 쌓은 필름들을 취미로 전시하는, 딱 그 수준에서 뭔가 더하거나 빼려 하지 않는 전시여서 좋았다.


우리처럼 숨 쉬고 말하고 사랑하며 사는

낯선 사람들에게, 그들과 개인적인 유대나 친밀함은 없지만 왠지 모를 동지애를

느끼곤 했던 작가가 렌즈로 담은 일상들, 거기까지가 작가의 의도다. 혹은 작가가

실제로 아는 사람들의 일상일지도 모른다.

다들 편한 모습이다.

간단한 양해를 구하고 찍은 사진일까?


아니면 야쿠자를 찍기 위해 야쿠자에

가입했다던 한국인 사진작가처럼, 그들과 몇 년간 동고동락하면서 대상이 자연스럽게 '작가를 위해' 포즈를 취하도록 한 결과일까?

일상은 사실 새로울 것 없는 주제다.

어떠한 의도로든 힘 뽝 주고 미화시키면 오히려 구려지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가 카메라 들고 힘 뽝 줬을까 봐 혹은 신파로 흘렀을까 봐 사실 거북이 껍질만큼 단단한 색안경을 쓰고 들어간 전시였는데, 오히려 담백하게 꾸준히 하는 사람을 한 명 더 만나고 온 기분이다.


처음부터 이런 사람을 만나야 했다.

이상한 사이비들 말고.


송종명 사진전 '오후' 창원 로그 캠프


원문출처:https://www.facebook.com/plugins/post.php?href=https%3A%2F%2Fwww.facebook.com%2Fnaturezikimi%2Fposts%2F1645925245516113&width=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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