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 어린 관심, 아이의 삶을 지키는 힘
오늘 저녁 9시 KBS 뉴스에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습니다. 작년 서울 관내 자살 시도·자해 학생 수가 113%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심각성을 인식한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에도 상담교사와 상담사를 연간 50명 이상 확충하기로 했고, 서울시 정근식 교육감은 "5년 내 학생 자살률을 반으로 낮추겠다"라고 했습니다.
정말 그렇게 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분기별 고의적 자해 사망자 및 청소년 자살률(9.10. 경향신문 김송이 기자 자료)
통계청의 분기별 고의적 자해 사망자 수 집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자살한 19세 이하 청소년은 총 180명으로 확인됐다는 내용도 보았습니다. 이 뉴스를 접하며 제 마음도 무겁게 내려앉았습니다. 학교 현장을 떠난 지 3년 반이 넘었지만, 여전히 부모 교육과 상담을 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소식을 들을 때마다 교직 시절의 많은 장면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아이들이 자해하거나 우울과 불안을 겪는 문제는 결코 부모의 책임만도 아니고, 아이의 기질적 특성만으로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학업 스트레스, 스마트폰 중독, 친구 관계의 어려움, 교사와의 갈등. 어느 한 가지로 단정하기 힘든 복합적인 원인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어른인 우리가 모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땝니다.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합심해 아이들의 마음이 건강하게 자라도록 돕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작은 실천의 필요
무엇보다 우선은 집 안에 있는 내 아이의 마음이 평안한 지 세심히 들여다보는 작은 실천에서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요?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가다 보면 정작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놓치기 쉽습니다. 저 역시 그랬던 경험이 있기에 더욱 절실히 느낍니다.
당분간 제 블로그에서는 실제 사례들을 함께 나누며, 아이들의 마음 건강을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하고 길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내가 지금부터 글을 쓰는 이유는 부모와 아이가 더 따뜻하게 연결되고, 서로의 삶이 조금 더 평안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입니다.
지독한 우연, 그래서 더 소중한 만남
요즘 읽고 있는 정승익 작가의 《그렇게 부모가 된다》책에서 '부모와 자식 사이의 지독한 우연'이라는 문장을 보았습니다. 생각해 보니 부모와 자식 사이뿐이겠습니까? 우리나라 모든 아이가 우리와 함께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 자체가 어쩌면 ‘지독한 우연’ 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그 우연히 만들어낸 소중한 인연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요.
아이들과 더불어 행복하기 위해,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돌보고 함께 웃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어른들에게 주어진 가장 큰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상담을 해 보면,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니더군요.
집에 돌아왔을 때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오늘 하루는 어땠니?” 하고 묻는 작은 관심, 지쳐 보일 때 “괜찮아, 천천히 해도 돼” 하고 건네는 따뜻한 말, 그리고 곁에서 함께 있어 주는 평범한 순간들이 바로 아이들이 바라는 것이더군요. 그런 소박한 시간이 아이들에게는 큰 힘이 되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위로가 됩니다.
사실 우리도 그렇지 않나요?
지치고 힘든 날, 누군가 건네는 “괜찮아. 수고했어.”라는 말 한마디에 다시 힘을 얻곤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도 그 말을 아이들에게 그대로 건네 보면 어떨까요?
아이들은 우리가 얼마나 말했는지를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얼마나 곁에 있어 주었는지를 기억한다.
마야 안젤루(Maya Angel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