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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PD Apr 16. 2024

다들 선물 고르는데 2시간은 걸리지 않나요?

오늘도 친구의 생일이 돌아왔다

4월 14일, 오늘 생일인 친구 김하나.

매일 아침 눈을 뜨면 하는 일이 있다. 바로 카톡에 뜬 오늘 생일인 친구를 확인하는 일.


학교를 졸업한 후로는 친구들의 생일을 만나서가 아닌 카톡으로 주고받는 일이 이젠 꽤나 익숙해졌다.

그러나 비록 비대면으로 주는 선물이라도 기프티콘과 같이 간단하고 무난한 선물로 주고 싶지는 않은 마음.

특히 친한 친구일수록 더욱 그 친구가 좋아할 선물을 하고 싶어 선물을 찾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나는 내게 쌍둥이와 같은 존재다. 8년 전 대학생 때 처음 만난 날부터 서로가 낯설지 않았고

외모부터 취향과 직업군까지 비슷한 친구였다. 자존감이 낮아져 있을 때 옆에서 무한 칭찬과 응원을 쏟아주는 하나 덕분에 남들 시선에 연연하지 않고 다시 꿈꾸고 씩씩하게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나다운 모습으로 빛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하나의 생일 선물은 정성과 고민 없이 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이어진 풀스케줄에 지쳐있던 상태라 카카오페이나 올리브영 기프티콘 같은 간단한 답을 택하고 싶은 유혹이 크기도 했다)


요즘 카카오톡 선물하기는 고맙게도 선물할 대상을 선택하면, 그 사람과 주고받은 선물들의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 혹여 이전에 줬던 선물을 주면 안 되기에, 더불어 작년 내 생일에 받았던 선물의 금액대보다 낮은 금액대의 선물을 주면 안 되기에 확인하고 예산과 품목을 추려본다.


'어디 보자~ 카메라를 좋아하는 하나에게 이미 필름 카메라를 선물했었고, 함께 만들었던 영화의 주요 소품이었던 꽃차도 선물했었고, 클래식한 시계를 좋아해서 평소 패션과 잘 어울릴 손목시계도 이미 선물했었구나!'

이렇게 추려보면, 5만 원 내에서 하나가 좋아하는 취향에 맞으나 아직 가지고 있진 않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선물 받지 않았을 아이템을 찾아야 한다.


[하나의 선물을 찾기 위한 생각의 흐름]

- 하나가 좋아하는 것 나열해 보기: 떡볶이, 마라샹궈, 꽃, 클래식한 분위기의 소품, 옷, 풍경 포스터

- 나열한 키워드에서 더 연상해 보기: 로맨틱하게 꽃을 회사로 배달해 볼까?, 비싸더라도 오래 입을 수 있는 옷들을 사기 시작했다고 하니 어울릴 브랜드 티셔츠나 스카프를 선물해 볼까?

-> 윤슬 포스터를 액자에 담아 계절마다 바꿔볼 계획이라고 했는데 하나 집에 있는 포스터와는 색감과 시간대가 달라 보이는 윤슬 포스터와 하나와 함께 나들이 갔었던 곳에 가득 있던 주황 꽃들이 담긴 포스터 액자를 선물해 보자!


이 생각의 흐름으로 하나네 집에 있던 포스터와 중복되지 않도록 이전에 하나집에서 찍은 사진들을 찾아 대조하고, 하나와 함께 갔던 꽃풍경의 사진들을 찾아 비슷한 느낌의 꽃 포스터를 구매했다.


선물을 고를 때 중요시 여기는 것은 ‘의미’이다.

그냥 아무 의미 없이 주는 선물은 내게도 의미 없이 다가오고 쉽게 잊히기에 지양하는 편이다.


이 선물에 어떤 의미를 담을 수 있는지를 생각하여 고르고, 그 의미를 담은 메시지도 함께 선물하곤 한다.

하나에게 주는 이 꽃 포스터와 액자에는 우리가 함께 한 추억과 시들지 않는 꽃, 그리고 봄을 선물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았다. 함께 선물한 하늘빛의 윤슬 포스터에는 바쁜 하나에게 좋아하는 풍경을 새로운 색감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이전에 스쳐 지나가듯 말한 걸 기억하여 선물하는 애정을 담아보았다.


집들이 때 알게 된 하나 집 주소로 가게끔 주문해서 아직 어떤 선물인지는 모르고 있는 하나에게 이 선물이 어서 도착하길 바라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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