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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 Aug 06. 2024

잘하는 것부터 들여다보자

“저는 유연성도 부족하고 자세도 안 좋아요.”

 필라테스 상담을 하러 왔다. 둘은 연인관계이다. 여자는 필라테스를 해본 적이 있다고 했고 남자는 축구만 가끔 한다고 했다. “저희 둘, 정말 뻣뻣해요. 유연해지고 싶어요.” 운동 목적을 얘기했다. 상담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이다. 대부분 회원들은 “저는 정말 유연해요.”라고 하는 사람은 드물다. 유연성도 부족하고 코어 힘도 없고 자세도 안 좋아요.


 상담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운동 목적이 어떻게 되나요?” 이 질문의 대답에 보통은 “코어가 정말 약해요. 골반이 틀어져 있어요. 걸을 때 제가 팔자로 걸어요.” 이렇게 ‘부족해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막상 레슨을 하면 회원이 이야기했던 것보다 훨씬 몸을 잘 쓰고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없는 경우가 많다. 특별하게 외상 또는 수술 경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더욱더 그렇다.

 

 사람들은 나의 잘난 모습보다 나의 부족하고 못난 모습을 더 크게 보는 경향이 크다. 떡볶이를 먹다가 내 옷에 콩알만큼 튄 떡볶이 국물에도 내 눈에만 유독 크게 보인다. 그래서 그 쪼끄만 떡볶이 국물 자국을 숨기고 지워내려고 물로 박박 씻다 보면 그 오물은 물에 물감을 풀어놓은 것처럼 주변으로 퍼지며 더 두드러져버려 흔적이 생겨버린다.

 

 강사의 역할은 옷에 튄 작은 떡볶이국물은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닐까? 내 눈에만 크게 보이는 자국은 사실 눈에 띄지 않을뿐더러 그 색이 금세 옅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저절로 사라지기도 한다. 개선이 필요하고 문제가 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교정하며 고치는 것에만 매몰되다 보면 금세 회원은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못하고 어려운 것을 계속하는 것이 전혀 재밌지 않고 나의 부족한 것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조금 어렵지만 잘할 수 있는 동작, 회원이 “난 오늘도 해냈다.”라는 뿌듯한 마음이 들고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움직임을 먼저 적용하며 운동하는 시간은 즐겁고 희망을 느끼는 시간으로 함께 해야 한다. 부족하고 문제 되는 부분은 강사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할 수 있지만 그것보다 회원이 갖고 있는 잠재적인 능력을 발견하는 연습을 더 많이 해보자. 앞으로 개선될 수 있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단서가 되고 운동 난이도를 설정하는 것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은 운동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회원이 잘하는 것을 들여다본다면 거기에서부터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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