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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타 Oct 03. 2024

운동을 하기 싫을 때, 일단 헬스장을 가라

귀찮고 피곤하지만 그래도 나는 헬스장을 간다

 오늘은 정말 헬스장이 가기 싫었다. 평상시 체력관리를 필라테스 만으로 하다가 개별 근육을 강화하고 근육의 크기를 크게 키우고 싶어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함께 병행하기 시작했다. 최소 주 3회는 웨이트 운동을 하기로 결심한 지 8개월이 지났다. 어떤 날은 에너지가 넘쳐흘러서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데 좋은 데드리프트를 평상시에 들었던 무게보다 10kg이나 더 얹어서 하기도 했지만 오늘은 어깨 위로 곰 한 마리가 앉아있는 것처럼 몸도 마음도 무거워서 걷는 것도 너무 힘들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집과 멀지 않은 헬스장을 등록을 했기 때문에 집에 돌아가는 길에는 꼭 헬스장을 지나칠 수밖에 없다. 퇴근길, 회사를 나와 차를 타고 가는데 내 몸과 같이 굴러가는 자동차 바퀴도 무겁고 묵직하게 느껴졌다. 우회전을 해서 조금 들어서면 바로 헬스장이다. 그 갈림길 앞에서 ‘갈까 말까’ 고민하며 브레이크를 밟으며 속도를 늦추었다. ‘오늘은 정말 가기 싫은데, 그냥 집에 갈까? 30분 만이라도 운동할까?’ 갈팡질팡하는 내 마음처럼 핸들을 이쪽저쪽으로 움직였더니 차 뒤에서 “빵빵” 경적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서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고 결국 헬스장을 들어가 버렸다.

 

 차 경적소리와 함께 그 순간 트레이너 선생님이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운동을 하기 싫을 때는 그래도 일단 헬스장을 가세요.”


‘가기 싫은 데 가라고? 그게 무슨 말이지?’ 나를 지도해 주는 트레이너 선생님은 보디빌딩 국가대표 출신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25년 동안 웨이트 운동을 해왔고 매해마다 보디빌딩 대회를 출전했기 때문에 철저한 식단과 운동습관으로 몸은 항상 조각 같고 어제오늘 똑같았다.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아이가 셋인 아빠지만 외형과 마인드는 2-30대 못지않게 젊고 건강해 보인다. 그렇게 매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운동을 할 수 있었던 선생님의 노하우는 ‘그럼에도 일단 헬스장을 가라’였다고 한다. 운동이 가기 싫어도 일단 헬스장을 가면 러닝머신을 뛰든지 스트레칭을 하든지 뭐라도 하고 온다는 것이다.

 

 해보지 않았을 때는 잘 모른다. 이전에 보디빌딩 선수를 볼 때면 매일 운동을 하고 ‘오운완(오늘의 운동 완료)’ 인증사진을 남기는 SNS를 보면서 ‘꼭 저렇게 과장하고 자랑하듯이 사진을 올려야 할까?’ 잘 빠진 몸매를 과시하는 노출증 있는 ‘관심종자’로만 봤었다. 하지만 그것은 굉장히 건방지고 오만한 생각이었다. 일주일에 세 번 헬스장을 가는 것도 힘들어하는 내가 감히 그들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꾸준한 노력을 무시했던 것이다.

 

 나는 특히 하체에 비해 상체 근력이 약했기 때문에 어깨 운동을 할 때는 3킬로그램 아령도 선생님의 보조를 받았 어야 했지만 점점 강해지면서 양손 각각 6킬로그램 덤벨을 들고서도 스스로 조절할 수 있게 될 때 느꼈던 짜릿함과 성취감은 한층 성숙하고 자존감 있는 사람이 되게 한다. 그 순간은 잘 빠진 몸매에 내 시선이 집중되지 않는다. 무아지경의 몰입된 상태와 순수한 정신력만 남아있을 뿐. 그들의 ‘울긋불긋’ 근육이 드러나는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것을 지금은 이해한다. 누구에게 잘 보이고 과시하고 싶은 마음보다 자신에게 보내는 박수이고 영광스러운 노력의 결과임을 스스로에게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일임을 알기 때문이다.

 

 몸을 건강하게 하면 마음도 건강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운동을 하고 새로운 사람이 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헬스장에서 50대처럼 보였던 아저씨가 사실은 65세이고 지금과 그의 10년 전의 모습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 50대에 당뇨, 비만, 고혈압 삼종세트 질환을 모두 갖고 있었고 하루라도 술과 담배 없이 보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지금은 만성질환과 술과 담배, 모든 것과 멀리 한지 10년째라고 한다. 건강을 되찾으면서 20대 못지않은 몸과 마음을 얻었고 누구보다 건강하고 활기차 보이는 모습은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게 만들었다. 몸의 건강함은 그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 그래서 나는 피곤하고 귀찮지만 그래도 헬스장을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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