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수능란하는 것보다 무언가 서툴고 부족한 게 좋아요
20분 호흡 명상을 했다. 머릿속에서 떠드는 수많은 목소리들은 대부분 우리가 의지대로 생각해 내는 것보다 저절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명의 필요 요소인 불 수의적인 호흡과 심장의 박동수처럼. 생각들이 자의적인 것이라면 어떤 생각이 떠올랐을 때 하나로만 붙잡을 수 있어야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생각들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다반사 이기 때문이다.
오늘 명상을 하는 동안에도 많은 목소리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대부분 생각의 30프로는 그날 하루동안 일어났던 사건들, 하루 전, 1년 전등 과거의 일들에 대한 후회였다. ‘오늘 오랜만에 만났던 친구에게 따뜻한 미소와 친절한 한마디를 왜 못해주었을까.’ ‘카페 종업원의 퉁명스러운 말투에 제대로 무례함에 대한 단호한 나의 태도를 보여줬어야 했는데.’ 이렇게 아쉬운 마음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 70프로는 내가 해야 할 현실적인 일 그리고 앞으로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한 계획이었다. ‘내일 아침부터 꾸준하게 30분 조깅을 해야지’ ‘이번 한 달 동안은 달고 짠 음식을 먹지 말아야지.’와 같이 지금 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목표들을 세우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코미디언 ‘문상훈’은 푸짐한 인상과 함께 그만의 세심한 표현력과 진정성이 담겨 있는 글과 말솜씨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주는 사람이다. 그가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후회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적이 있다.
“후회가 많은 분들은 그만큼 다시 그 길로 빠지지 않는 매뉴얼을 많이 갖고 있는 분들인 것 같아요. 저는 아직도 서툴고 부족하고 미숙하고 아쉬워요. 이게 약간 좀 좋아요 저는. 너무 잘해지고 능숙해지고 막 능수능란하고 그러는 것보다는 좀 부족하고 뭔가 아쉽고 서툴고 응원해주고 싶고 그런 게 좀 좋아요 저는.”
오늘 명상을 하면서 들었던 과거에 대한 후회와 계획을 내려놓는 연습을 하면서 내가 바라는 것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해 왔다. 누군가는 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뭐가 문제인가? 의문스러울 수 있지만, 나의 욕망과 바람에 따른 후회와 계획들이 진정으로 내가 바라는 것인지 아니면 외부 요소에 의해 만들어진 거짓 성공에 대한 조건인지는 잘 들여다봐야 한다. 하고 있는 일과 하고자 하는 일들의 과정들이 다람쥐 바퀴처럼 무언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제자리만 맴도는 느낌이 들거나 하면 할수록 주변 관계들이 좁아지고 외로워진다면 그것은 성장의 길이 아닌 것이다.
초보 강사 때 함께 일을 하던 선임 강사 선생님은 공감을 잘하고 따뜻한 마음과 때로는 잘못한 것이 있을 때 기분 나쁘지 않고 단호하게 전달하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이 멋있어서 나도 저런 강사가 되어야지 라는 마음으로 일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저 선생님이 입는 옷부터 액세서리 또는 읽고 있는 책, 공부하는 워크숍 강의까지 모든 것을 따라 했던 적이 있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나도 저런 멋있는 강사가 되어 있겠지’와는 다르게 모방할수록 그 멋진 선생님과 비교하며 나의 부족한 점들만 보게 되면서 오히려 초라함과 좌절감을 경험했었다.
코미디언 문상훈의 후회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동에 깊은 애정이 묻어 있고 자신에 대한 자비심과 사랑을 전하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 모습이 나이고 그것 그대로가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초보 강사 때의 나는 ‘왜 멋진 저 선생님처럼 말을 단호하게 하지 못할까? 힘들어하는 동료 선생님에게 따뜻한 위로와 공감의 말 한마디를 전해주지 못할까.’ 후회하고 저 선생님을 따라 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계획을 세우면서 스스로에게 ‘나는 부족한 사람이야.’라고 반복해서 이야기를 했던 것이다.
돌이켜 보면 나를 성장하게 한 것은, 나보다 연륜이 있고 좋은 대학을 나오고 똑똑하고 돈이 많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나’ 덕분이다. 때로는 좋은 스승이 타인이 아닌 내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 내가 생각할 때 올바른 것이라고 확신하고 일을 추진할 때는 건강하게 성장했고 특히 그 일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이로움을 주는 일인 경우에는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오늘만큼은 나에게 자비심과 사랑을 주는 시간을 충분히 보내려고 한다. 서툴고 부족하지만 그런 점도 수용하고 사랑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