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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을 정리하는 법 Mar 19. 2018

여행을 정리하는 법

여권을 갱신하며 쓰는 글

 이번 방학 동안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영국, 스페인, 모로코, 일본 이렇게 7개국을 합쳐 근 한 달이나 되는 기간을 여행하고 개강을 넘기고서야 귀국한 뒤 이주가 지났다. 원래는 이번 학기도 학기 중에 여행을 다니려 월요일 공강을 기껏 만들었건만 몸상태와 통장 잔고가 '이번 학기는 쉬어야 해'라고 소리치고 있어 남는 시간 동안 그동안 못했던 '기행문 쓰기'에 도전해 보고자 한다. 그중에서도 첫 번째는 여태 그렇게 모으느라 애를 쓰던 여권 도장을 통해 그동안의 여행을 돌아보고자 한다. 

이 문구 덕분인지는 모르겠지만 덕분에 아무 지장 없이 통행 할 수 있었다.

 아직 사증란 까지도 채 가지 못했는데 도장이 찍혀있는 페이지가 있다. 2016년 추석 즈음, 중학교 때 만나 아직도 모이면 중학생인 것 마냥 노는 친구들과 오래간만에 부산에서 모였고 맥락 없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자는 얘기가 나왔다. 여행에 대해 러시아에 대해 아는 것 하나 없이 추진력 하나만 갖고 있던 이 친구들은 그 자리에서 비행기 표를 찾기 시작했고, 이내 열차 예약 법까지 검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겨울방학 중에 시간을 맞추다 보니 열흘 이상 시간이 나지 않았고, 우리가 이렇게 계획한 (그래 봐야 하루 이상 채 계획하지 않았지만) 여행이 무산될 수는 없다며 모스크바며 블라디 보스톡이든 무조건 러시아로만 가는 왕복항공권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40만 원대의 이탈리아 경유 모스크바행 왕복항공권은 그렇게 구해졌고,  이때 항공권을 너무 싸게 구한 나머지 모든 걸 이 여행의 예산에 맞추다 보니 이후로 내 여행은 무조건 짠내 투어가 되어버렸다. 

 정작 항공권을 예약하고 계획을 혼자 세우다시피 하다 보니 의견 충돌도 있을 뻔했지만 그래도 가장 오랜 시간 서로 알고 지낸 친구들 답게 매일 밤 다음날 여행을 새로 같이 세우고, 호스텔에 머무르며 숙소 앞 슈퍼에서 장을 보고 요리해 먹고 (러시아에선 외식을 하면 남자 다섯 명이 10만 원도 더 썼지만, 장을 보면 3만 원에서 저녁과 야식이 해결 가능했다.) 여태껏 가본 여행들과는 다르게 '직접 살아보는'느낌이 나는 여행이었다. 아마 이 여권 도장이 앞으로 있을 모든 다이나믹한 여정의 시작점이 되지 않았나 싶다.


 오른쪽 9페이지 구석에 흐릿하게 2017년 1월 1일 세레메티예보 공항 출국 도장이 남아있다. 러시아 여행 마지막 날 여행 중 유일하게 영어가 가능했던 호스텔 직원이 불꽃축제 보러 가지 않느냐고 물었고 그 길로 우린 붉은 광장에 불꽃축제를 보러 갔다. 우리는 가면서 신년행사면 대통령이 나오지 않겠느냐 진짜 푸틴을 볼 수 있는 거냐며 기대를 하고 갔는데, 수많은 인파에 붉은 광장 안에 들어가지 못해 푸틴은커녕 불꽃도 윗부분밖에 보지 못했다. 결국 남은 것은 우리들끼리 이제 한 살 더 먹었다며 소리 지르는 영상이었지만 여행은 그마저도 좋은 추억으로 만들어주었다.

 왼쪽에는 2016년 1월 수능을 마치고 한창 무료할 때 친구를 따라 베트남에 갔던 도장이 남아있다. 이때 먹었던 분짜닥킴과 퍼텐에서의 쌀국수 맛을 아직도 못 잊어서 동남아 여행을 갈 때마다 그 지역의 쌀국수를 정복하는 재미가 하나 더 생겼다. 요새는 하노이 말고도 다낭, 호찌민 등 베트남의 다른 도시들도 여행지로 뜨던데 조만간 다시 베트남을 찾을 일이 있기를 기대해 본다.

 오른쪽에는 요샌 자동 입출국으로 찍어주지 않는 한국 출국 도장이 쪼르륵 찍혀 있다. 2014년도에 처음 여권을 만들고 수학여행으로 상하이, 베이징을 갔던 기록과 대회 부상으로 미국에 대학 탐방을 갔던 기록 그리고 2016년 여름 동생과 배를 타고 쓰시마를 다녀온 흔적이 남아 있다.


 2015년 대회 부상으로 미국 대학 탐방을 다녀온 적이 있다. 워싱턴을 통해 입국해 뉴욕 보스턴을 거쳐 샌 프란시스코와 LA를 돌았고, 눈 내린 맨해튼과 타임스퀘어 그리고 캘리포니아로 넘어와서 처음 먹었던 인 앤 아웃, LA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나중에라도 다시 찾을 곳들을 많이 남겨두고 돌아왔다.

 부산에 살면서 배를 타고 40분이면 일본에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쓰시마에 닿기 전엔 몰랐었다. 그리고 작은 섬이지만 그 안에는 일본 어촌마을의 전경 푸른 바다와 잘 어우러지던 붉은 도리이들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온천욕을 할 수 있는 완벽한 장소였다고 자부할 수 있다. 물론, 태풍 때문에 배가 출항하지 못할 뻔했던 것만 뺀다면 말이다.

 2017년 1월 1일 모스크바에서 불꽃축제를 보고 돌아오는 길에 로마를 경유했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8시간 전날 대책회의를 열고 어찌 되었건 로마를 한번 밟고 온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공항철도를 타고 나가 콜로세오 역에 내렸을 때 콜로세움이 엄청 가까이 보이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무작정 로마를 5시간 걸어 다니다 왔더니 다들 내가 유럽여행을 하고 온 줄 알더라.

 그렇게 방학 동안 여행을 하고 돌아오니 개강을 해도 수업을 들을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결국 3월 2일 개강을 하자마자 떠나버린 대만 여행은 우여곡절 끝에 완벽히 먹방 여행으로 위를 꽉꽉 채워 돌아왔다. 지금에 와서 여행 계획표를 보니 디엔수이러우, 마라 훠거 등등 음식점 밖에 없더라...



 2017년 겨울 러시아에서 돌아와서 캄보디아 해외봉사에 뛰어들었다. 열흘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캄보디아 고등학생들에게 과학과 아두이노를 가르치며 등하굣길을 구경하는 일은 학창 시절을 끝내고도 내가 등하굣길을 볼 수 있구나 라는 안도감과 뿌듯함을 남겨 주었다. 

 우리 반 아이들 말고도 우리나라로 초등학교나 유치원쯤 되는 저학년 아이들(Grade 1부터 12까지가 같은 학교에 있었다.)은 우리 수업이 끝나면 안아달라고 달려왔고 또 가끔은 예쁜 꽃을 선물로 주고 가기도 했었다. 수업이 끝나면 학교 앞 시장에서 아이들과 빙수나 연유 커피를 사 마시기도 했고 가끔을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잔 날도 있었다. 

 물론 전날 밤새 수업 준비를 하고 말 안 듣는 친구 하나하나 달래 가며 (학생들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건 어딜 가나 마찬가지였다.) 수업을 하고 나면 진이 빠져서 오후는 뻗어있었지만 함께 고생했던 사람들 덕분에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점 투성이인 봉사활동이었다. 마치 내가 봉사를 간 것이 아니라 가서 더 많은 것들을 얻고 온 느낌이었다.


 사실 캄보디아에서 해외봉사를 끝내고 바로 귀국을 한 것은 아닙니다. 인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캄보디아에서의 짐은 택배로 집에 부치고 배낭 하나만 맨 채로 장장 12시간의 인천공항 시간 때우기를 시작했습니다. 봉피양이 문 열기를 기다려 냉면을 먹고 사우나에서 시간을 때우다 드디어 홍콩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잠에 들었습니다.

 그렇게 홍콩에 도착해 배낭을 베개 삼아 노숙을 한 다음 공항을 나서자마자 갔던 곳은 '크리스털 제이드' 거의 24시간을 공항에서 기다려 먹은 딤섬은 꿀맛 그대로였습니다. 다음에 먹방 여행만 따로 모아 글을 써야겠습니다. 그렇게 노숙으로 2박과 호텔에서의 1박으로 구성되었던 홍콩/마카오 여행을 마무리하고서야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홍콩-마카오-홍콩 이렇게 돌고 와서 홍콩 입국카드가 두 개나 붙어있습니다. 그 뒤 17쪽에는 신치토세공항으로 입국한 삿포로 유키 마쯔리 여행 기록이 있습니다. 축제 기간이라 삿포로에서 숙소를 잡는 게 힘들었는데, 유키 마쯔리 여행을 적극 추진했던 친구가 어느새 게스트하우스까지 알아와 햇볕이 잘 드는 거실을 가진 다다미방에서 5일을 보냈습니다. 재미있는 눈 조각들과 유키 마쯔리 그리고 매일같이 하던 눈싸움과 눈 내리는 삿포로에서의 노천탕까지 즐기다 올 수 있었던 여행이었습니다.


 2017년 5월엔 룸메한테 사케 마시러 가자는 얘길 잘못 꺼냈다가 결국 일본에까지 가버린 일화가 있다. 마침 필름 카메라를 막 쓰기 시작한 참이라 필름 두 롤도 챙겨 비행기에 올랐다. 토-일 주말 무박 여행을 계획했는데, 아무런 일정도 없이 고쿠라 역과 모지코항을 구경하다가 밤이 되어 이자까야를 가자는 내 주장과 미디어 카페에서 쪽잠을 자자는 룸메의 의견이 갈려 충돌이 있었다. 결국 내 고집에 이자까야를 가긴 했지만 지금에 와서는 미디어 카페를 가는 쪽이 옳았다고 백번 인정한다. 비행기 포함 20만 원을 예산으로 잡고 간 여행에서 이자까야에서 밤을 새우는 것은 결국 호르몬 구이 두 점과 하이볼 한잔으로 밤을 새우자고 말한 셈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지나면 나쁜 기억들은 빨리 잊기 때문에 좋은 추억만 남는다는 것 일까? 필름을 현상할 즈음에는 그래도 괜찮은 여행이었다 생각했다. 물론, 그때 룸메가 지금 그 여행을 어떻게 기억하는지는 모르지만.


 일본을 꼭 가려고 계획을 하든 혹은 경유를 하든 대학에 온 뒤 매 방학마다 일본을 한 번씩 들렀다. 작년 여름방학 땐 동생과 도쿄를 찾았는데, 이유는 아키하바라에 동생이 가보고 싶다고 했고 듣고 보니 나도 한 번쯤은 가볼만한 곳이라 생각하던 터라 가이드를 자처해 부모님 지원을 받아 여행을 떠났다. 아키하바라뿐 아니라 도쿄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싶었던 마음에 꽤 힘든 일정에 궂은 날씨였는데, 그래도 잘 따라와 주는 동생을 보며 많이 컸구나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 밑의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 출국 도장은 이번 겨울 모로코 여행을 마치고 다시 스페인으로 돌아가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마드리드를 경유하며 찍었던 도장이다. 하나의 여행 도장이 하나의 페이지에 찍혔으면 좋겠건만 꼭 이렇게 엉뚱한 페이지에서 등장하는 친구들이 있다.

 오른쪽에는 한창 '나도 여행 좀 해봤지'라는 쓸데없는 자신감에 배낭여행자들의 성지(라고 내가 생각하던) '인도'에 도전을 한 도장이 있다. 모스크바 여행을 함께했던 친구들 중 아직 입대하지 않은 친구들이 합류해 주었고, (지금은 나를 제외한 대부분이 입대를 하는 바람에 하루빨리 제대하는 친구들을 기다리는 중이다.) 역시나 이 친구들과는 매일 다음날의 일정을 전날 정하는 여행이라 심심하면 툭툭을 타고 델리 시내를 구경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파하르간지의 루프탑 식당에서 파하르간지를 구경하며 지냈다. 헤나 해주는 아저씨, 사모사 파는 가게, 커리 파는 노점 등 역동성이 넘치는 그 속에 내가 있었다.


 이번 겨울에 찍은 도장들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일정 때문에 포기한 적이 있는 나는 왠지 모르게 기차여행만 보면 가고 싶다는 생각이 솟구쳤고, 구글 지도를 보다 동남아 쪽을 연결하는 기차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말레이 반도 일주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다. 원래 목표는 느긋하게 가서 태국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말레이시아를 천천히 돌아보고, 싱가포르에서 1월 1일 불꽃축제를 보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어쩌다 보니 난 시간은 5박 6일이었지만 하고 싶었던 것들은 다 해보고 싶은 마음에 5박 6일 동남아 질주 여행이 되어버렸다. 그래도 힘들어 쓰러질 것 같을 때마다 마주한 마사지와 인피니티 풀 덕분에 익스트림한 일정과 극강의 힐링을 겸비한 완벽한 밀당의 여행이었다.


 오른쪽에 있는 2017년 10월 중에 찍힌 대한민국 입출국 도장은 지난 학기 세포생물학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시험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칭다오로 떠나버린 도장이다.

 왼쪽에는 올해 2월부터 3월까지 영국-스페인-모로코-스페인-일본을 돌고 귀국한 내 여행 역사상 가장 길었던 여행의 시작과 끝이 기록되어있다. 그래 봐야 정말 몇 년씩 여행을 하는 사람에게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그래도 학생으로 이렇게 짬 날 때마다 다니는 여행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옳고 그른 여행이 어디 있겠는가?

 각설하고 영국 여행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돈 펑펑 쓰는 소비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와중에 6년 전에 세운 목표 다 이룬 친구들과 다시 런던에서 만나 취하기도 하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립박수를 쳤던 영화를 뮤지컬로 다시 보는 감동을 받고 오기도 했다. 도쿄에서는 경유를 하면서 딱 하나의 목표 츠키지 시장 스시다이를 먹겠다는 생각으로 비 오는 시장에서 3시간을 기다렸고, 결과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아직도 그 생선의 달콤한 기름기가 기억이 난다. 아마 스시다이 얘기는 다음에 다시 글로 쓸 것 같다.


 바르셀로나 입국 도장을 찍기 위해 고생한 길이 험난했다. 영국 히드로에서 오후 1시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갈 예정이었는데 같은 항공사의 오전 6시 비행기와 착각을 한 것이었다. 여권 스캔을 한 직원분이 오전 비행기였다고 카운터에 가보라고 했을 때 까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카운터에서 오후 1시 비행기로 변경을 하려면 차액이 670파운드 라더라... 하지만 뒤에 같은 여정으로 스페인에서 일본에 돌아가는 항공권이 묶여 있어서 하나를 취소하면 줄줄이 취소가 되는 상황. 여정을 아예 새로 짜고 항공편을 다시 예약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혹시나 해서 뒤의 스페인에서 일본 가는 여정을 살릴 순 없냐고 물으니 수수료를 내면 된단다. 그렇게 해서 낸 돈이 100파운드 그리고 새로 easyjet 항공권을 구매한 여정이 90파운드 해서 190파운드 추가 비용으로 스페인에 당도할 수 있었다. 190파운드가 절대 작은 돈이 아니었는데 670파운드 (한화 약 백만 원)에 달하는 충격을 받고 나니 190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게 너무 기적처럼 느껴진 순간이었다. 그렇게 스페인에 처음 도착에 먹은 빠에야와 샹그리아가 그렇게 맛있더라.

 이후에도 소매치기범들을 마주한다거나 하는 우여곡절 많았던 바르셀로나를 떠나 말라가를 거쳐 알헤시라스에 다다랐고, 동행이었던 형은 호텔에서 쉬고 있을 동안 지브롤터에 다녀오겠다 하였다. 게임에서 처음 들었던 지명에 왠지 남들 가지 않는 곳을 가고 싶은 호기심에 무작정 버스를 타고 갔고, 가는 길에 지브롤터에 사는 중국인 친구를 만나 무사히 입국 심사를 마칠 수 있었다. 그 도장이 위의 파란 도장인데 LA LINEA가 지브롤터를 접하는 스페인 쪽 국경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지브롤터 도장을 그렇게 찍고 싶었는데 관광안내소가 주말이라 문을 닫아 실패하고 말았다. 그래도 지브롤터에서 피시 앤 칩스를 먹는다는 목표를 이뤘으니 만족하기로 했다.


제 이번 여권의 마지막 페이지 입니다.

 사실 칭다오와 홍콩 모두 어머니께서 친구분들과 먼저 다녀온 곳이었다. 주변 사람이 갔다 온 얘길 해주면 나도 막 가고 싶다는 생각을 떨쳐 낼 수가 없어 결국 칭다오도 중간고사 끝나기 무섭게 다녀왔더라지. 베이징, 상하이를 패키지로 다녀와 그런지 갖고 있던 중국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계기였고, 재작년에 HSK 따느라 공부했던 실력을 조금이나마 써먹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혼자 왔다는 점인데 꼭 시간이 나면 누군가와 같이 오고 싶은 동네이다.

 처음으로 여권에 아랍어가 적힌 도장이 찍혔고, 그제야 아프리카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났던 여행이다. 스페인에서 우여곡절이 많아 오히려 모로코에 도착했을 땐 출발 전의 긴장과 달리 맘이 편했던 여행. 탕헤르에서 마라케시까지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메디'라는 친구와 또 다른 가족분들 덕에 많이 편안했고 사하라 사막을 함께 다녀온 친구들 덕에 다시금 사람을 믿게 되는 여행이었다. 별이 쏟아지는 밤을 맞이하고 해가 뜨는 주황빛 사막을 함께 맞이한 기억이었다. 


 여기까지 제 여권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최근에 교환학생 일로 여권을 갱신해 이 여권에는 더이상 도장이 찍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마 이번 여름부터는 교환학생으로 덴마크에 있을것 같아 그곳의 이야기도 종종 쓰려고 합니다. 또한 이번학기 동안 여태껏 미뤄왔던 여행기를 이 곳에 풀어 보려고 합니다. 계속해서 여행기를 쓰고 싶었는데 시작을 미룰 변명거리를 계속 찾다가 이번 여권 갱신이 한번의 여행을 쭉 정리하는 계기가 되어 주었네요.

 아직까지 글 쓰는 능력이 많이 부족해 자칫 지루했을 수도 있는 글을 여기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종종 들러 제 이야기를 구경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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