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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리아 Apr 09. 2023

[읽다] 미래과거시제


도 서: 미래과거시제

저 자: 배명훈

출판사:북하우스 





마사로는 내면 가득 무언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아니, 가득 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커다란 무언가였다. 

-본문 중-



SF는 나에게 어떤 것일까? 사실, 좋아하는 장르소설과 다르게 SF는 그 세계(작품 속 세계)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자주 접하는 분야가 아니다. 다른 장르와 달리 그 세계가 워낙 넓다 보니 아마 부담감 때문에 그런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하여튼, 오늘 만난 <미래과거시제>는 SF를 처음 읽는 독자라면(나처럼 복잡한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 역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책 표지를 보면 어떤 내용일까? 장편이 아닌 단편들로 된 소설이다 보니 궁금하고 살짝 걱정이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책을 펼치면서 괜한 기우였음을... SF였지만 그 안에는 잔잔함, 고요함, 반가움 등 기존에 알았던 SF라면 느꼈던 낯섦이 없었다. 



첫 단편인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인간의 편리함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 오히려 인간의 삶을 무력하게 만들면서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수요 인공지능 로봇'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영국 산업 혁명이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했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거쳤다. 그리고 이제 인간이 아닌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대신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고, 과거 산업혁명처럼 문제를 야기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부는 가만히 있지 않고 공급에만 투입된 로봇만 만든 게 아니라 수요를 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이는 극소수만 아는 내용이었고, 마침 심해도시 건설을 맡은 유희가 우연히 이 로봇을 발견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사실 소설 전체가 디스토피아로 생각을 했었는데 첫 단편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단편들은 내 생각과 전혀 달랐다. 두 번째 단편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시작부터 오타가 보여서 뭐지? 했는 데 단편 전체에 현재 기준에선 오타지만 소설 속 시대엔 옳은 문법이다. 역사학자로 한 시대를 연구하기 위해 들어간 격리실 같은 도서관에서 한 배우와의 만남을 통해 2020년 발생한 바이러스가 인간이 쓰는 언어를 어떻게 달라지게 했는지를 알려준다. 나에게 참 독특한 단편인데 예를 들어 '달 줄 할래요?'가 사실은 '탈출할래요?'로 주인공이 사용하는 단어는 이렇게 억양이 전혀 없다. 말은 인간의 감정을 표정 담으로 쏟아낼 수 있는 표현인데 감정을 느낄 수 없게 했다는 점이다. 



이어, <미래과거시제>는 살짝 로맨스가 섞였다고 할 수 있는 데 예술대학에서 우연히 만난 강은신 남자에 대해 15년이 지난 후 그가 누구(?)인지 알게 된 은경이의 이야기다. 이 단편 역시 '언어'를 통해 은신이 미래에서 온 학자임을 알려주는 데 분명 SF요소가 있지만 나에겐 어느 날 사라진 사랑하는 사람을 되찾는 여인 보였고,  소설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떠오르게 했다. 앞서 적었듯이 이 책은 SF요소가 첨부된 도서지만 그 부분보단 뭐랄까.. 배경은 SF일 뿐 나에겐 인간이 느끼는 감정을 툭툭 건드리는 요소가 많았다고 할 수 있다. 



이 외에 <접히는 신들> <인류의 대변자> <임시 조종자> <절반의 존재> <알람이 울리면> 단편들. 전혀 어떤 내용인지 예상하지 못하고 읽었는 데 황당하면서도 인간의 호기심, 인간의 정의, 연민을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이었고  그중에 장편으로 쓴다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하는 소설도 있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SF가 복잡한 세계관이 아니라는 생각을 바꾸게 한 도서다(애초에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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