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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미준 Feb 26. 2019

만만해보이는 일이 만만하지 않은 이유

결과의 이면을 들여다보라

시각을 사로잡는 화려한 시대일수록 그 뒤에 가려진 고통과 불안을 살펴야 한다. 상등품의 사과 한 상자가 출하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이 들어가는지, 보통 사람들은 관심이 없다. 농부의 피와 땀, 그리고 열매 맺기에 안간힘을 쓰는 사과나무의 노력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흘러간 시간 사이사이에 분명히 새겨져 있다. 우리는 그저 반들반들하고 먹음직스러운 사과의 최종결과물, 즉 겉모습으로만 사과를 판단할 뿐이다. 그 이면의 고통과 불안을 알지 못한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세상에서는 무언가를 깊게 음미하기는커녕 눈으로 쫓아가기도 버겁다. 그래서 눈으로만 판단하는 게 전부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이면도 많아진다. 뛰어난 작품의 이면에 어떤 것이 있는지, 화려한 성공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감각적인 쇼의 이면에 어떤 불안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고,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최종결과물만 보고 이면을 들여다보지 않으니 세상살이가 만만해 보인다. 타인의 성과가 별 것 아닌 것 같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이면을 직접 겪어본 뒤에야 말초시대의 찌꺼기가 얼마나 많은지 이해하게 된다. 만만한 줄 알았던 그 세계는 이면을 보여준 뒤 나를 좌절시킨다. 나는 ‘너무 어렵고 오래 걸려’, ‘적성에 안 맞아’, ‘애초에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었어’ 등등의 자기합리화와 변명을 앞세워 포기해버린다. 눈으로 결과물만 보고 과정을 보지 않은 자의 최후가 그렇다.

 

하나의 작품, 혹은 결과물은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한 담금질 과정까지 그 안에 녹아있다. 피카소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냅킨에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옆에서 지켜보던 사람이 그것을 사겠다고 했다. 피카소는 그림값으로 2만 달러를 요구했다. 그러자 옆자리의 사람은 그리는 데 2분밖에 안 걸렸으면서 뭐가 그렇게 비싸냐고 물었다. 피카소는 2분이 아니라 60년이 걸렸다고 말한다. 그가 별 것 아닌 것 같은 그림 한 장을 그리기 위해 들인 수십년의 노력을 옆자리의 사람은 과연 이해했을까.

 



우리는 겉으로 드러나는 결과물 뒤에 가려진 이면과 과정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문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동안 말초적인 자극만 쫓아가다보면 내면을 보는 능력을 상실하고 만다. 몇 번 시도해보고 안 되면 그 이유를 엉뚱한 데서 찾게 된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가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달콤한 과실만 따먹는 상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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