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해솔 May 28. 2023

도전에 대한 책임

제주도 하도해변 철새도래지

2년 전 공인노무사 2차 시험공부를 하던 때, 시험일을 코앞에 두고 전 직장동료에게 전화를 걸었다.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고는 듦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지인은 회사에서도 항상 긍정적으로만 보이던 내가, 당차게 도전을 외치며 퇴사해 놓고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나 보다.


항상 긍정적인 게 내 장점이었다며 잘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지인에게 감정이 올라와 울먹였다. 나는 공부가 힘들어서 울먹이는 게 아니라고, 내 도전을 지켜보고 있을 사람들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고 했다. 너무 철학적이라며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는 지인에게 다시 설명했다.


나는, 삶에서 자신의 자아를 찾는 과정은 누구나 한 번은 겪어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자아를 찾아 퇴사를 결정한 나 같은 사람이 잘 되지 않는다면, '역시 퇴사하면 결국 저렇게 되니, 후회하지 않으려면 자아가 무뎌지더라도 참고 버텨는구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주변에서 나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는 길을 잘 찾아 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래야 '저 막막한 도전에도 결국은 길이 이어지는구나. 나도 조금 더 용기를 내야겠구나.'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날 니까.


대학생 때, 선배 중에 인생을 비관적으로 살던 사람이 있었다. 소수의 성공하는 사람들이 다수의 인생을 망친다는 주장이었는데, 소수의 특별한 사례를 보고 다수가 함부로 동일시하며 도전했다가 신세를 망치기 마련이라는 지였다.


대학생 때의 내 반응과 노무사 시험을 준비할 때의 내 생각은 여전히 동일하다.


용기 내 자아를 찾고자 도전하는 사람은,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다.


쉽지 않은 선택에도 잘 살아가는 모습을 다시 사회에 보여주며 환원할 의무가 있다고 말이다.


나는 여러 선택의 끝에, 전업작가의 삶을 자아로 받아들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이왕 제대로 작가의 삶을 살기로 했으니, 성공하는 소수가 되어 비슷한 용기를 낼 사람들에게 좋은 표본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피겨스케이팅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김연아가 배출되고 은퇴하고 나서야 김예림이나 이해인 같은 후대 피겨선수가 양성되었듯, 조직에서 살아가는 것만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좋은 표본으로 보여주어야 할 의무가 나에게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 도전의 끝에 내 책임을 다하는 작가가 되기를.

매거진의 이전글 삶이 이제야 나에게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