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실 직시와 프로젝트 시작

퇴사한 전업작가 생존기

by 이해솔

나는 2019년 5월 31일, 국제 NGO 인사부서에서의 회사 생활을 정리했다.


2019년 6월 7일부터 2차 산티아고 순례를 포함한 유럽여행을 떠났고, 2019년 8월 30일부터 공인노무사 시험을 준비했다.


그리고 3년 후인 2022년 11월 공인노무사 시험에 최종 불합격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므로 이 시험과 나는 People-Job fit이 달랐을 뿐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인생이 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먼저, 현실을 직시하기로 했다.


나에게 주어진 경험 자산은 다음과 같았다.


1. 대학 회계학부와 일반대학원 HR 공부 경험(석사 논문 KCI급 게재 이력)

2. 국제 NGO 업계 1위 회사에서의 HR 경력(HRD)

3. 3년 간 공인노무사 수험생활로 인한 법적, 인사 및 경영 지식과 불합격 경험

4. 1차 500km, 2차 800km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와 나 홀로 유럽여행을 하며 겪은 경험과 깨달음

5. 마지막 공인노무사 2차 시험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다녀온 북유럽 여행에서 겪은 경험과 깨달음

6. 취미로 중고시계를 사고팔며 겪은 재테크 경험과 노하우

7. 어릴 적 동네 책 대여방 판타지소설 VIP 고객이었던 경험


먼저, 미리 써 두었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기를 출판사에 투고함과 동시에 재취업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 결과, 2023년 1월 이타북스와의 기획출간 계약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회사 면접은 2023년 2월부터 5월까지 1차나 최종에서 족족 떨어지기 시작했다.


인사팀 출신으로서 자존심이 상했다. 면접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 안다고 자부했는데 탈락의 연속이라니.


친분이 있던 헤드헌터 출신 지인도 의아해할 정도였다.


내가 내린 결론은, 굳이 굳이 이력서에 써서 회사에 제출했던 <출간계약작가>라는 이력이 문제라는 것이었다.


실제 면접 말미에, 입사하게 된다면 작가의 삶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도 있었다.


나 스스로도 자부심을 가지고 쓴 이력이니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회사 커리어 구축만큼이나 글을 쓰는 것이 나에게는 중요하다고 솔직하게 대답했고, 미묘하게 변하는 면접관의 표정이 기분 탓이 아니었을 뿐인 거다.


렇다고 입사를 위해, 내가 글을 쓰기로 결심했던 이유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독자들이 내면에 집중할 수 있게 돕고, 자아를 발견하는 도구로 내 책이 쓰이기 원한다는 신념'


내가 생각해도 그게 회사와 공존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고민을 주위에 말하면, 이력에 출간계약작가라고 굳이 쓰지 말라거나 질문에 거짓으로 대답하라는 대답으로 돌아왔다.


작가로서의 자아를 받아들이기 전이었다면, 나 역시 당연히 글쓰기는 하나의 취미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겠지.


그런데 이제는 나를 부정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서 그 대답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수개월 간 이어진 재취업 활동을 멈추고 전업작가로 살아남기로 했다.


일주일 전, 드디어 출간계약작가에서 출간작가가 되었다.

Yes24에서는 여행에세이 7위를, 교보문고는 시/에세이 중 62위라는 나쁘지 않은 스타트 중이지만 그게 내 삶에 유의미한 윤택함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수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님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 "책으로 버는 게 아니라, 강연으로 벌어요."


애석하지만, 여행에세이 작가에게 강연이 잘 들어오겠는가? 예를 들어 주식이나 엑셀, 코딩, 마케팅 등 전문지식을 풀어낸 작가님들이 강연을 주로 다니시겠지.


그래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 연자로서의 매력을 쌓는 셀프 브랜딩을 시작함과 동시에, 중학생 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꿈 하나를 에세이 작가에 더하기로 했다


'웹소설 작가' 말이다.


20년 전에는 '판타지 소설' 작가라고 해야 했는데, 이제는 웹소설 작가라고 부르는 직업.


다행히, 내게 시나 에세이를 쓰는 재능 말고 소설을 쓰는 재능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고 실력이 쑥쑥 오르는 중이다.


그래서 자신감이 붙은 김에, 현재 시점으로 재미있는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나는 오늘부터 내가 생각하는 경험자산을 이용해 강연과 글로 살아남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것이다.


스스로의 삶을 책임질 수 있는 작가가 됨과 동시에,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가끔 브런치스토리 제안으로 홍보성 글이나, 퇴사했던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의 입장에서 대가를 받고 글을 써 달라는 메일이 온다.


미리 밝혀두는데, 작가로서의 자존심을 꺾어가면서 경제적 윤택함을 누릴 마음은 전혀 없다.


이 생존기가, 내 뒤에 따라 올 후배 작가님들에게 언젠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기록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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