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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Nov 29. 2023

고요에서 느끼는 행복

몇 년 전, 친구들과 담양으로 여행을 갔을 때

계획에도 없던 온천을 간 적이 있다.


신나게 한바탕 아이처럼 놀다가

홀로 빠져나와 노천 벤치에 누웠다.

그 순간,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만 고요하게 들려왔다. 그 고요는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경험이었다.


이 감정이 무엇인지 한참을 고민하다 내린 결론은 '행복'이다. 풀잎이 흔들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빨려 들어가 느낀 감정이었다.


이후 바쁘게 살아가다가 이제 와 다시 조금이나마 그 감정의 가닥을 잡는 것은 다시 그 감정이 그리워서일까.


그나마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방법은 안다. 산책하며 노래를 듣다가 가사가 이제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지 않을 때쯤, 이어폰을 빼고 근처 공원 의자에 앉는 것이다.


풀벌레소리와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 걸음 소리, 물소리, 피아노 소리를 듣다 보면 금세 다시 마음이 평온해진다.


아마도, 내가 예전에 느꼈던 행복은 마음이 그 순간만큼은 중심을 잡고 평온해지는 까닭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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