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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이해솔
Dec 05. 2023
백화점의 시크한 오지라퍼
얼마 전
판교 현대 백화점에 다녀왔다. 지난 몇 년간 거의 쇼핑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계속 앉아서 글 작업만 하다 보니 환기가 필요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의류 매장에서 옷을 사서 주차 등록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사전정산 키오스크에서 주차 정산을 하려는데, 주차비가 6천 원이 나왔다.
'아니. 대체 왜?'
당황하며 키오스크를 확인하니 물건 구입 가격이 2만 원으로 찍혀 있었다. 아마 식품 매장에서 산 것만 반영이 되고 의류매장은 반영이 안 되었나 보다.
'어쩐지 계산할 때 어리바리 하더라니!'
불친절한 눈길은 둘째치고 뭔가 영 어설프던 직원의 모습이 스쳐갔다.
의류매장 영수증을 바코드에 인식해 봐도, 어찌 처리된 것인지 이미 사용된 영수증이라고만 메시지가 나왔다.
그때 뒤에서 시크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거 쓰실래요?"
돌아보니,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커플이 무심한 표정과 그렇지 못한 친절한 손길로 주차 할인권을 내밀고 있었다.
주저하다 받아 든 할인권을 바코드에 인식시키니 기적처럼 주차요금이 0원으로 변했다.
여자친구분이 남자친구에게 말했다.
"아까 매장에서 쓸데없이 할인권을 다섯 장이나 주더니만, 다행이네."
나는 기쁜 마음으로 응답했다.
"생명의 은인이십니다."
피곤한 표정이 잠시나마 풀어져서 웃는 커플을 뒤로하고 기분 좋게 주차장을 나섰다.
이상하게 각박해지기만 하는 세상에는 아직 천사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오지랖이 제 하루를 행복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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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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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산티아고로 도망갔을까> 저자. 오늘 걸을 수 있을 만큼만 충실히 걷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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