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중에 고장 난 상담원
우리 서로 고장내면서 살아요.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책이 며칠째 '상품준비 중'이라, 전화를 걸었다.
평소라면 그냥 기다리겠지만, 웹소설 작업에 참고할 내용을 위한 거라 급한 상황이었다.
'12시가 넘은지라 점심시간일 텐데.'
12시 15분 정도라 혹시 싶어 걸어본 전화는 '상담대기 중 5명입니다.'라는 기계음으로 돌아왔다.
수 분 후, 드디어 상담원이 연결되었고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문번호, 이름 등의 정보를 전달하니 익숙한 매뉴얼대로 상담원이 응대하기 시작했다.
"해당 도서는 주문제작 상품으로, 오늘 발주가 들어가서 다음 주 중에는 받으실 겁니다."
급하다고 없는 책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품절이 아니라는 상황에 오히려 안도감을 느꼈다.
"네 감사합니다." 인사했고, 상담원은 다시 매뉴얼대로 마무리멘트를 시작했다.
그때, 점심시간이라는 생각에 한 마디를 더했다.
"점심 맛있게 드세요."
순간 정적이 흐르고 버벅거리는 멘트가 반복되다 멈췄다.
고장 나셨다 싶어서 흐흐흐 웃으니까 마찬가지로 웃음이 들려왔다.
우리, 매뉴얼화된 세상에서 서로 고장 내며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