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을 먹는데 옆자리에 앉은 어르신 두 분의 대화가 들렸다. 부모님께서 어릴 때는 신경도 안 쓰더니 막상 자녀가 결혼을 하고 나니 어릴 때 못 해준 한을 풀겠다는 듯 간섭이 심하다는 내용이었다.
흥미를 끈 건 불평이 아니라 그다음에 이어진 말이었다.
"그런데 어릴 때 집이 찢어지게 가난해서 먹고살기 바빴어. 바쁘셔서 신경 써주실 틈이 없긴 했을 거야. 이해는 하는데 그걸 지금 와서 일방적으로 풀겠다고 우리에게 자꾸 간섭하는 건, 우리를 위한 게 아니라 본인의 마음이 편하기 위한 것이지."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의 대답도 내공이 느껴졌다.
"보통 부모님들께서 어릴 때 신경을 많이 써주시다가 나이가 들수록 줄어들던데 신기하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선물을 받는 사람의 마음이 좋지 못하다면 그건 선물이 아니라 부담이야."
자신의 불평을 말하면서도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먼저 생각해 보고 성찰로 이어지는 태도에, 대화의 내용보다 사람이 흥미로워 계속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IT 기술 교육과 관련된 작은 업체의 대표들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겉으로는 동네 아주머니들로 보이셨는데 배움과 내면 성장을 멈추지 않아서 그런지 한 마디씩 내뱉는 말들에서 기품이 느껴졌다.
성장과정이 순탄치 않았을 텐데도 내면에서 이미 극복했는지 담담히 상태를 직시하는 태도와 성찰이 습관화된 사람의 화법이었다.
나도 저렇게 나이가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