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 셀프 브랜딩하기로 마음먹은 다음 내가 시작한 것은 인스타그램으로 릴스를 만들어서 올리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한 콘셉트는 간단했다.
나만 알고 싶은 정말 좋은 공간인데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 있다면 영상을 찍어서 올려보기로 한 것.
혹은 퇴사한 전업작가라는 특성을 살려서 평일의 도시 풍경을 알려보기로 했다. 그래서 계정 이름을 cityexplorer_sol로 정하고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게 작년 가을이었다. 그리고 기적처럼 그중 하나의 영상이 대박을 쳤다. 롯데월드몰에서 자주 가던 공간이 있었는데 아는 사람이 드물어서 소개하는 영상을 '롯데월드몰의 비밀공간'이라는 자막을 넣어서 올렸고 39만 뷰까지 찍혔다.
감을 잡았다고 생각해서 비슷한 콘셉트의 영상을 계속 올렸지만 나머지 영상은 1천 뷰 정도의 조회수에 머무를 뿐이었다.
차이가 무엇 일지를 고민하던 사이에 내 영상을 보고 시작한 것인지, 원래 고민하던 사람인지는 모르지만 비슷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들은 더 화려한 영상기법과 구도, 그리고 전국구로 기동성 있게 뛰어다니며 장소 협찬까지 받아가며 영상들을 올려댔고 내 오리지널리티는 소멸해 갔다. 특허권도 표절시비도 없는 이곳은 프리랜서들의 전쟁터였고 끊임없이 서로를 베끼는 곳이었다.비슷한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가 늘어갔다. 모두 같은 생각일 것이었다.
'나도 인플루언서가 될 거야.'
이 세계에서는 누가 먼저인지 궁금하지도 않고 중요하지도 않았다. SNS를 드나드는 사람들은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콘텐츠가 얼마나 재미있는지나 유용한지를 빠른 속도로 소비한 후 사라져 갔다.
나 역시 하나의 릴스가 조회수 39만 뷰를 찍으면 팔로워가 1만 명 정도는 생길 줄 알았지만 아직 800명 대에 머물러 있는 게 그 증거다. 오로지 창작자만 나만이 특별하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현타를 세게 맞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아무리 내가 나만 알고 있는 노하우나 공간을 찍어 올려도 나라는 사람이 특별해지기는 쉽지 않았다.
누군가의 아이디어풀이 되거나 단순 정보만 소비되기 때문에 절대로 셀프 브랜딩이 될 수 없었다.
그래서 최소 1만 팔로워 이상의 인플루언서 중 팔로워를 산 것으로 의심되지 않는 사람의 콘텐츠들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상당히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그들만'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찍고 있었다. 물론 SNS에 언제 진입했느냐에 따른 시장선점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두 부류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먼저 유명인이 된 다음 SNS로 셀프 브랜딩을 하거나(이 경우 팔로워들은 '먼저 유명해져라.'라고 한 어느 예술가의 말처럼 무엇을 해도 좋아했다.) 눈부시게 뛰어난 영상이나 콘텐츠를 '나만' 할 수 있는 경지로 찍어내야 했다.
나 역시 나만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무엇일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없었다. 슬프게도.
인정하는 게 어렵지는 않았다.그리고 그냥 셀프브랜딩이 아닌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했다.
짧은 시간에 운이 좋게도 에세이를 내고 웹소설 데뷔까지 앞둔 게 단순 운이 아니면.
어느 정도의 실력과 나만이 할 수 있는 어딘가의 영역이라면.
어설프게 셀프 브랜딩을 하고 싶어서 남들과 비슷한 영상을 찍어 올리고 좋은 아이디어는 금세 누군가에게 베껴지며 조바심을 내는 것보단 본업에 집중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쓰자. 작가는 쓰는 게 본업이다.
그리고 이왕 만들었던 SNS 계정은 두 번 산티아고 순례를 다녀오고 러닝을 좋아하며 산책을 좋아하는 나의 취미를 소소하게 릴스로 만들어보기로 했다.
언젠가 '나만의' 무언가를 만들 경지에 오르게 되면 빠르게 셀프 브랜딩을 할 연습이라고 생각하면 되겠지싶어서. 그리고 그 취미로 올리는 영상이 '어쩌면' 터질 수도 있고 말이다.
여전히 욕심을 내려놓기 쉽지 않지만 적어도 어깨에 올라가 있는 자의식 과잉과 부담감은 내려놓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