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긍정의 힘'이나 '시크릿'류의 긍정심리학에 기반한 성공학 메시지들입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떠올리고 이미 이루어졌다고 상상하면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는 자기 최면입니다.
이 논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실패한 사람을 부정적이거나 간절하지 못했던 사람으로 만들거든요. 경쟁자보다 '간절하지 않았다.' 혹은 '긍정적이지 않았다.'로 설명하면서요.
일명 '노오력하지 않았다.'입니다.
물론 그런 경쟁과정에서 성취를 이루어낸 사람도 대단하지만, 저는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바로, 노력하는 삶과 노오력하는 삶 중에 어떤 것이 나은지에 대해서요.
저는꿈이 자주 바뀌는 사람이었습니다.
엔지니어, 회계사, 경영학자, 인사전문가, NGO 전문가, 노무사 등등이요.하지만 매번 모든 꿈에 긍정심리학에 기반해서 간절히 스스로를 몰아붙이고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끝없는 노오력을 했습니다. 남들이 놀 시간에도 고시 공부를 했고 지하철 좌석에 앉아서도 수험서를 봤습니다. 누군가가 패션에 신경 쓸 시간에 여러 색 자라 박스티와 청바지만 돌려 입었죠. 남들이 옷이나 신발의 수를 늘릴 때 저는 읽은 글자 수를 늘리는 게 자부심이었습니다.
취업 준비도 비슷했습니다. 면접을 앞두고 그 회사 재직자의 인터뷰를 따거나 본사 건물을 찾아가서 회사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의 표정을 구경할 정도로요. 그때는 누군가는 면접을 위해 해외사업장 견학을 갔다더라, 히말라야를 등반했다더라는 경험우위 경쟁이 유행이었거든요.
말 그대로 정말 노오력을 하고 살았습니다.물론, 제가 노오력을 할 때 누군가는 노오오력을 했지만요. 히말라야처럼.
그러나 이 치열한 무리 안에서 제 삶은 언제나 평균 정도 거나 그보다 살짝 위였습니다. 저는 그때 사회 시스템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재능이 평범한 분야에서는 제 기준의 노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경쟁자보다 훨씬 더 많은 노력을 뛰어나질 때까지 해야 한다는 것을요.
아니, 사실 아무리 노력해도 불행만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걸요.
그러던 중 생각지도 못했던 전업작가가 되었습니다.정확히는 전업작가를 지향하는 작가라고 해야 하겠네요. 말이 좋아 전업 작가이지 소금만큼 짠 인세로는 10%로 계약해도 전업작가로 삶을 영위하기쉽지 않으니까요.
이곳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노오력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장인 거지요.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1인 출판사를 만들어 피나는 노력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움직이는 돈의 단위가 큰 시장을 노려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웹소설을 순문학과 함께 병행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까지와 비슷한 상황이 펼쳐질 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노오력을 해도 뚫리지 않는 천장이 보일 줄 알았어요.
저는 태어나서 소설을 '단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습니다. 문예창작과를 나오지도 않았고요. 어릴 때 부모님의 반대를 피해 밤에 몰래 장르소설을 수없이 읽었던 게 그나마 시장에 친숙한 이유였습니다.
우선,15만 자 정도의 원고를 만들어 유명 웹소설 에이전시만 골라 투고해 보았습니다.제가 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먹히는지 궁금했거든요.
책을 하나 낸 기성작가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투고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쉽게도 거절메일뿐이었습니다. 물론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탑급 에이전시에만 투고한 탓이기도 했을 테지만요.
투고 메일을 제대로 읽지 않는 에이전시도 있었지만, 참 감사하게도 성의 있게 읽어주시고 조언을 깊이 있게 해 주신 곳도 많았습니다. 공통된 피드백은 필력은 좋으나 '웹소설에 대한 이해도'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거절메일을 받고 저는 전업작가를 지향하는 삶을 멈추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야 할지 조금 더 노력해 볼지 고민해야 했습니다.
여기서 웹소설에 대한'이해도'가 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졌고, 딱 고시 공부하던 만큼만 노력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노오력으로 건강을 상할 만큼이 아닌 루틴 하게 만족스러운 삶을 이어갈 만한 노력만요.왜냐면 꾸준한 노력을 했는데도 결과가 신통치 않다면 제 재능은 스쳐 온 다른 꿈처럼 평범한 정도에 불과한 것일 테니까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게 매주 성실하게 노력한 끝에 남들은 1년 넘게 걸린다는 웹소설 데뷔 과정을 6개월 만에 주파하고 있습니다.
웹소설 에이전시 중 가장 좋다는 곳 중 한 곳과 계약도 체결할 수 있었고요. 아직 열어보지 않은 냄비 뚜껑이지만 한 가지 확신이 생겼습니다.지금 가고 있는 길에는 제가 재능이 있다는 확신이요. 그러니 저절로 긍정적인 삶이나 간절함은 따라붙었습니다.
제 이야기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노오력으로 억지로 고통스럽게 가는 길에서 긍정과 간절함이라는 포장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삶보다 재능을 확인할 수 있는 길에서 노력하는 게 더 행복에 가까워진다는 것입니다.
서른 중반이 되어서야 깨닫게 된 재능이 너무 소중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게 참 재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