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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Mar 15. 2022

열망과 불안에 대하여

경험의 가치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욕망의 크기가 큰 편이다. 이걸 열망이라고 표현해 보자.

무언가를 열망한다는 것은, 혹시라도 이 욕구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도 함께 짊어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불안이 부담이었던 적은 단 한 번밖에 없었다.

대학원 입학 후 정말 인생에서 하나만 겪어도 패닉에 빠질만한 일을 동시에 세 가지를 겪고, 그 상태로 억지로 버티다가 번아웃에 빠져서 중요한 발표를 망쳐버렸을 때다.

내 지도교수님 주관 하에 연세대, 카이스트,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등에서 이름난 교수님들이 제자들을 데리고 오셔서 내 발표를 경청하려 할 때

공포에 머리가 하얗게 비어버려서 더듬더듬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 채 발표를 시원하게 망쳤었다.

그 심정을 안다는 듯, 눈을 외면하는 학생들과 내가 논문을 읽기는 했는지 의심하는 교수님들, 적막만 흐르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나는 그 일을 계기로 심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자려고 누우면 한여름인데도 몸이 오들오들 떨렸고 무대공포증이 생겼다.

불안감을 티 내지 않기 위해 애쓰며 한동안 밤에 혼자 끙끙 앓았다. 그러던 중 읽은 '세네카'의 '인생론'에 이런 말이 있었다.


'불행을 겪지 않은 자는 불행하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스스로를 시험해 볼 기회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글귀를 읽는데 발상의 전환이 찾아왔다.


'이 힘듦을 극복한다면, 나는 앞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야.'


그렇게, 혼자 어둡게 누워있어 봤자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어두운 곳에서 스스로의 손을 잡고 나왔다.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겠다고 결심하면서 말이다.

매일 아침, 제시간에 일어나는 것을 다시 시작했고 제 때 밥을 먹고 루틴을 되찾고 다시 논문을 보고 공부를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무대공포증은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무대공포증을 극복하기 위해 '꿈톡'이라는 소셜 모임을 찾았다.

이곳은, 사람들이 모여서 '내 꿈은 이것입니다.'라고 허세 없이 이야기하고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는 공간이었다.

여기서 발언권을 얻어서 무대 앞으로 가 6~70명 앞에서 짧은 질문을 던지거나 의견을 개진했다. 이 정도도 불안감으로 계속 식은땀이 흘렀지만 내 감정을 계속 마주했다.

인문과 고전을 주로 다루는 독서토론동아리를 대학원생임에도 가입해서 한 기수의 회장 활동을 했다. 아마, 다들 몰랐겠지만 여기서도 속으로는 불안감에 시달렸다. 한마디 한마디 내 속에서 불안감을 내보내는 연습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불안감은 사라졌다.

회사 면접도 잘 보게 되고, 인사팀 교육담당자가 되어 5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 앞에서 호텔 강당 무대에 올라가 교육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즐겼을 정도로 나는 내 불안과 공포를 극복했다.

이 경험이 오늘까지 내 삶의 가장 큰 자부심이다.

수많은 성공 경험이 나를 지탱해 주는 것 또한 사실이지만, 내 가장 큰 경험은 실패를 극복한 경험이다.

그러니까 성공이든 실패든 도전하지 않는 자에게는 주어지지 않는 특권이니까 이번에도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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