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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해솔 Sep 07. 2022

태풍이 지나가면

개인적으로는 올 한 해 참 의미 있는 해입니다.

길게 끌어왔던 공부를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했고, 앞으로 나아갈 희망을 좀 더 얻었으며 이후로도 참 해보고 싶은 게 많아졌습니다.


우선, 작년에 브런치에 다 써놓고도 실제 출판사에 투고까지는 하지 않았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원고들을 정리해서 책을 출판할 계획이고요, 예전에 따뒀던 영어회화 등급을 다시 딸 계획입니다.


왜 굳이 다시 영어 등급을 만들려고 하냐면요, 저는 작은 성공의 힘을 믿기 때문입니다.


시험 결과를 기다리며 잠시 쉬면서 숨 고르기 하는 동안, 제 자존감을 지켜줄 작은 성공이 되어줄 겁니다.


그리고 또 지금까지 여러 가지 꿈을 꾸고 방황하고 나름치열하게 들이받았던, 삶을 진지하게 고민했던 이야기로 책을 하나 더 써보고 싶습니다.


책 제목은, '꿈보다 내가 소중하다.'입니다.


꿈은 소중합니다. 하지만 그 꿈보다 내가 더 소중합니다. 이걸 깨닫기까지의 과정을 써보고 싶어 졌습니다.


이렇게 하면 시험 결과가 나오기까지 저에게 주어진 두 달 반의 시간이 참 의미 있게 쓰일 것 같아요.


시험을 부산에서 보고, 마음에 쉼을 주기 위해 제가 좋아하는 해운대 미포에서 쉬는 동안 태풍 힌남노가 지나갔습니다.


호텔이 바닷가와 너무 가까워서 파도가 크게 일렁이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꽤 걱정이 되었고 실제로도 태풍이 지나간 후 파도가 해변과 가게들을 흐트러린 모습과 흔적을 보고 마음이 참 황망했습니다.

그런데, 서울로 올라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잠시 해변 산책을 나갔는데 군인들이 대민지원을 나와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가게 주인들은 다시 아무렇지 않게 다음날 장사를 준비하시는 모습,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무렇지 않게 해변을 즐기는 시민들을 보면서 갑자기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그냥, 삶이 이런 거구나 싶었거든요.

살면서 동화처럼 좋은 것들만 겪을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내 의지와 상관없는 태풍이 와서 큰 파도에 휩쓸릴 때도 있겠지만 다시 다음날을 살아갈 용기를 내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까지 성실하게 산 만큼 태풍이 지나가서 마음이 다칠 때가 있어도 내일 다시 일어날 용기를 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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