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하여 알아야 할 모든 것, '아이러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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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이번 주에는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두 도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으뜸과 버금을 자랑하는 지방 자치 단체인데 그곳의 단체장이었던 전임자들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를 떠났다.
공교롭게도 모두 미투와 관련하여 유명을 달리하기도 했고 불명예스러운 은퇴를 하게 되었다.
요즘 용어로 '성 인지 감수성'이 문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이번에 누구를 뽑아야 하는 고민보다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 점은, '도대체 보궐선거가 왜 일어난 것일까'라는 문제 제기라고 본다.
어렵게 '성 인지 감수성'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저 소박한 용어로 '연애 감정의 결여'라고 말하고 싶다.

뮤지컬 <아이러브유>는 원제가 <I Love You You're Perfect, Now Change>로 다소 장문의 표현이다.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롱런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한국에 상륙해서도 입소문을 타고 누적 관객 50만 명을 훌쩍 뛰어넘어 사랑을 받는 소극장 뮤지컬이다.
4명의 출연 배우가 총 2막에 걸쳐 19개의 에피소드를 펼쳐 보이는데, 남녀가 처음 소개팅을 만나 사랑을 꽃피우고 연애를 거쳐 결혼과 출산, 그리고 양육과 황혼 녘에 다다른 배우자의 장례식까지 숨 가쁘게 그려낸다.
거창한 사건이나 담론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법하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소소한 장면과 대사를 통하여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데, 치밀한 구성을 바탕으로 코믹하게 전개하면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원작이 미국이지만 각색이 정말 깔끔하게 잘 되었고 무엇보다 남녀 간의 사랑은 국경을 초월하는 소재라서 이질감을 느끼지 않는 점도 매력이다.

이 작품은 유튜브에서 풀 버전을 원어로 감상할 수 있는데 유튜브에는 뜻밖에도 고등학생들이 무대에서 공연하는 작품들도 꽤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아이 러브 유는 프로 배우들의 소극장 버전이 올라있다.)
한때 뮤지컬에 심취해서 유명한 작품들을 검색하다가 이렇게 뜬금없이 고등학생들의 학예회 작품들이 올라온 것을 보고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미국 고등학교의 H.R(특별활동, homeroom) 시스템에 대략 20~30가지의 특활 프로그램이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별로 채택하지 않는 play/musical(연극/뮤지컬 공연) 항목도 들어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 고등학생이 ivy 리그와 같은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면 에세이나 봉사활동 등과 더불어 H.R 참여기록도 중요하게 채택된다는 점도 알게 되었다.
쉽게 말하면 미국 고등학교의 H.R 시스템은 장래 미국을 이끌어 갈 엘리트의 기본 소양을 고등학교 시절부터 습득하게 만드는 교육철학이 담겨 있고, 엄격하게 선별된 프로그램 중에 연극과 뮤지컬 공연도 당당하게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연애를 다룬 연극이나 뮤지컬 공연을 학창 시절에 연습해서 무대에 섰다고 해서 없었던 '성 인지 감수성'이 생긴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수능 시험(86세대들은 학력고사)에 목을 매고 국, 영, 수와 블라블라 이런저런 대입 관련 과목에만 길들여진 '인재'들이 국가나 회사나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되는 현상은 이제 그만 멈춰야 하는 시기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니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감이 든다.
뮤지컬 동호회에서 공연을 연습하고 무대에 올라가면서 동료들과의 팀워크와 캐릭터 구축을 위한 인문학적 고민과 상상, 그리고 관객들의 피드백을 바탕으로 소통이 주는 엄청난 자기 계발 동기와 향상 효과 등을 맛보던 시절이 있었다.
그렇게 체험한 시간들을 통해 내 인생은 풍요로워졌고 우물 안 개구리에서 벗어나 나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협력하는 방식으로 인식의 지평과 세상이 넓어지는 소중한 추억을 쌓게 되었다. (불행히도 연애에 있어서는 아직 눈에 띌만한 발전을 이루지는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원제가 시사하는 바가 큰 뮤지컬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비록 결점도 많고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나는 당신의 그 모습 그대로가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사랑해요. 그러니 이제 우리 힘을 모아서 우리의 상황들을 바꿔 보도록 해요.'가 아니겠는가?
최고 엘리트 과정을 거치며 인간성을 상실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나 배려 따위는 텍스트에서나 구경했던 이 땅의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공연을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하기를 간절히 촉구해 본다.


*영상: 국내 대학교 뮤지컬 전공 학생들의 <아이 러브 유> 공연

https://youtu.be/hqKpTYHSU6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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