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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쾌대 Mar 12. 2024

왜 글을 쓸까?

오늘 일지

글쓰기 책으로 공부를 하다가 근원적인 질문이 떠올랐다. '도대체 글쓰기의 유익함이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 때문에 글을 써야 하는가?)


생각해 본다. 기분이 좋은 상태를 '느끼는 것'과, 기분이 좋다라고 '말하는 것'과, 나는 기분이 좋다라고 '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이고, 굳이 문자로 남겼을 때 그 행위는 과연 다른 상태들에 비해 어떤 차별화 되는 의미를 발생시키는 것일까?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 문자가 처음 탄생하던 시절, 인류는 어떤 내용을 적었을까? '지는 해가 아름답다'(서정)이나 '밤새 천둥과 번개가 몰아쳤다'(서사)나 '이번 전투는 무모했다'(비평) 같은 것들이었을까? 아닐 것이다.


그는 옆 동굴에서 꿔 간 고깃덩이가 몇 개고 언제까지 갚을 것인지에 관한 내용을 그림처럼 보이는 상형문자로 남기지 않았을까? 까먹고 돌려 받지 못 하면 손해니까. 이런 기록은 점점 발전하여 국가에서 인민들에게 거두어 들이는 조세 장부로, 장사꾼이 매입과 매출을 남겨 득실을 따지는 장부로 확대되었을 것이라는 연상을 하게 된다.


그렇게 치자면 글쓰기는 결국 '손해보지 않기 위한 기록'이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사물이나 사건이 대상이었다가 점점 현상 뒤에 있을 지도 모르는(있을 것이라고 믿게 된) 본질 (혹은 진실)을 다루게 되었는 지도 모를 일이다.


육체를 입고 제한된 시공간에 갇혀 지내는 인간에게 글쓰기는 혹시 어떤 초월적인 체험 (혹은 탈주하는 경험)을 제공하며 인생 (혹은 역사)에서 무엇인가를 남기라고 (이득을 보라고, 남겨 놓으라고) 손짓하는 것은 아닐까? 아님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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